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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예전에 책 제목을 얼핏 들어본 적 있었습니다.
(그땐 독서의 '독'이랑 친분이 없을 때...)
하지만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책은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돌고 돌아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나봅니다.
저에게 닿은 걸 보니 말입니다.
이제야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읽게 된 책.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지구별 여행자』

이 책은 저자 '류시화'씨가 15년 동안 매해 인도를 여행하면서 얻은 삶의 교훈과 깨달음의 기록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시작부터 넌지시 건넨 이야기.
<신은 어디에 있는가>
영국이 인도 땅에 철도를 건설한 이후, 열 정거장 정도는 그냥 올라타 은근슬쩍 끼어 앉는 것이 인도인들의 전통이자 지나친 미덕이라는 이곳, 인도.
인도와 관련된 영상을 보더라도 열차에 매달려서, 심지어는 달리는 열차를 올라타는 묘기까지 부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임승차한 빈털터리 사두가 있었습니다.
검표원의 끈질긴 질문.
"어서 표를 보여 주시오!"
오히려 사두는 이런 대답을 건넵니다.
"우리는 신을 찾아서 돌아다닌다네."
반박하는 검표원과 사두.
"당신들은 항상 신은 모든 곳에 있다고 주장하지 않소. 그런데 또 어디로 신을 찾아다닌단 말이오?"
사두가 얼른 맞받아쳤다.
"모든 곳에 신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모든 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지."
그러자 검표원은 이 기차 안에서의 신을 발견해 보라고 합니다.
평화로운 목소리로 전하는 사두의 한 마디.
"신은 지금 내 앞에 서서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소. 난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소. 신이 내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당신은 지금 내게 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난 당신 안에서 신을 보고 있소. 그것은 조금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오." - page 17
이 말을 들은 검표원은 조용히, 하지만 평화로운 빛이 감돌면서 공손히 사두의 다리에 두 손을 갖다 댑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인간 존재의 완성을 이룬 자, 깨달음을 얻은 자는 누구인가? 그는 천한 사람이든 귀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선한 자든 악한 자든 모든 인간 존재에게서 신을 발견하는 자라고 비하르 요가 학교의 창시자 스와미 사티야난다는 말했다. - page 18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엉뚱하고 화를 부르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이기에.
그리고 그런 일들이 있는 곳엔 '신'이 존재하기에.
오히려 '아~!'하고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성자와 파파야> 이야기 속 '마한트 바가반 구루지'의 이름을 가진 성자(?)가 등장합니다.
삶에 대해 고민하고, 청춘이 다 가기 전에 그 해답을 찾고 싶었던 그.
그는 성자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그리곤 느닷없이, 완전한 나체의 몸을 한 성자와 산기슭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이름을 묻자 오히려 그를 나무란 성자.
"이름이 무엇이 중요한가? 그대는 나를 만나러 왔으면서 아직도 이름 따위에 얽매여 있단 말인가?"
그가 배낭을 메고 일어서려는 찰나, 어찌 알았는지 배낭 속 파파야를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성자의 이야기.
"잘 가게. 하지만 잘 익은 파파야를 가져왔으니 내가 그대에게 한 가지 가르침을 선물해야지. 그대는 우리가 만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가 우연이라고 말할 때마다 시바 신의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어.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만나게 되는 것이지."
...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 page 63
나를 스친 인연들.
나에게 삶의 목적지를 알려주고자 했다니......
왜 사람들이 마지막 여행지를 '인도'로 꼽는지 알 것 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의 인디아 꿈>
내 젊은 날, 끝없이 밀려드는 허무와 본질에의 갈망은 나를 인도로 떠나게 했다. 이름난 영적 스승들을 만나 진리를 구했고, 명상 센터들을 찾았고, 그곳에서 그들의 가르침과 특별한 수행을 배웠다. 결국 나는 깨달음의 끝에서 진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깨달음은 심오한 경전이나 가르침, 특별한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찾아 방황하는 그 순간들 속에 있었다.
그렇다, 매 순간순간의 삶이 중요한 것이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었다. - page 244
어떤 이들은 내가 인도를 너무 아름답게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인도는 가난하고, 더럽고, 무질서한 나라인데 내가 그곳을 너무 신비화시켜 표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길인지도 모른다. 가면을 쓰고 다가오는 현실 너머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는 것. 인도에 대해서든 삶에 대해서든 나는 눈에 보이는 것들 너머의 또 다른 것을 추구해 왔다. 물질적인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나는 물질이 삶의 전부라고 믿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영적이고 정신적인 것이 삶에는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곳에는 관광객이 되어 보름이나 한 달 정도 관광지를 순례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어떤 놀랍고 신비한 세계가 있다. 잊을 수 없이 영혼에 각인되는 만남이 있다. 인도를 향해 떠나는 사람이 간직해야 할 명제는 이것이다.
'인도를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 - page 250 ~ 251
책을 읽고나니 잠시 숨 고르기를 해 봅니다.
후~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왠지모를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마지막 여행지를 '인도'로 꿈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만나게 될 미지의 그곳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
그때까지 '인도'가 그리워지면 이 책을 꺼내 읽어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