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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 중 - 떠남을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매일매일 두근두근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떠나다, 머물다, 돌아오다' 그 모든 과정이 여행!
여행하듯 일상도 인생도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이 말에 설레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여행'이 될 수 있다면......
그 바람을 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언제나 여행 중』

저자 '가쿠타 미츠요'에게 '여행'이란 순수한 취미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순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순수란, 아무 도움 안 돼도, 혹은 손해를 보더라도 도저히 그만 좋아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 page 5
그래서 여행 이야기를 절대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절대'라는 말이 들어가면 우리는 왜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카메라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적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녀의 여행기.
책 속엔 21개국에서의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네팔>에서의 여행기.
그녀는 타이든, 말레이시아든, 베트남이든, 혼자 가면 그 곳에 사는 누군가와 우연히 친해져 자신이 가고 싶다는 곳보단 타인으로부터 어디론가 가게 됩니다.
이런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그녀는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라는 이름의 별 아래서 태어난 건 아닐까? 이 여행형태는 내 인생을 시사, 혹은 상징하고 있지 않나? 과장 같지만, 과장되게 생각하고 싶은 나이이기도 했다. - page 85
그래서 그녀의 여행 패턴이 '네팔'을 기점으로 달라지게 됩니다.
이 여행에선 아무도 만나지 않으니 어느 순간 스스로 어디에 가자고 결정하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가까스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그녀.
자전거도 그렇고 등산도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그저 뭐든 했습니다.
결국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된 그녀.
그리곤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서른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따분한 자전거 소풍이 유일한 대모험이었던 네팔 여행은 그전의 여행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뭔가를 시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친절한 누군가가 어딘가로 데려다주기를 기다려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 앞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그게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혼자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반드시 있다.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주위를 돌아보면, 누군가가 반드시 내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 여행에서 느낀 것과 똑같은 사실을 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알아간 것은 서른을 넘어서부터였다. - page 92
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god의 <촛불하나>가 떠오른건지......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들기만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건지
태어났을때부터 삶이 내게준건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뿐인걸 그럴때마다
나는 거울속에 나에게 물어봤지 뭘 잘못했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게만이래
달라질것같지 않아 내일 또 모레
...
지치고 힘들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곁에 서 있을께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줄께. - god의 <촛불하나> 중에서
<라오스>에서의 여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난뱅이 백패커' 에 대한 여행 스타일 설명이 있었습니다.
화려하다고는 도저히 말하기 어려운 차림새로 먼지투성이 데이팩(당일치기 여행에 주로 사용하는 작은 배낭)을 메고, 싸구려 숙소를 전전하고, 이동할 때는 빠르기보다는 저렴함을 먼저 생각하고, 기를 쓰고 그 나라에 오래 머무르려 한다. 선크림 따위는 갖고 있지 않아 샌들 신은 발을 시커멓게 그을리기 일쑤고, 아무래도 고급 레스토랑이나 브랜드 상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 page 134 ~ 135
여행을 하면서 그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그녀는 그동안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해 봅니다.
여행의 매력을 느낀 것은 20대 초반.
그땐 '가난뱅이 근성'을 가지고 '가난뱅이 백패커'들처러머 그렇게 여행을 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몸에 베어버린 건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여전히 그런 식으로 여행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그리곤 깨닫게 됩니다.
여행에도 나이가 있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여행이 있고,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여행이 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어쩐지 거리감 느껴지는 여행밖에 할 수 없다. 여행이 따분하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여행하는 방법과 나이가 맞지 않아서다.
여전히 데이팩을 메고 떠나기는 하지만, "택시 타도 괜찮아. 별 달린 호텔에서 자도 괜찮아. 무릎에 냅킨을 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도 괜찮아. 원한다면 브랜드 상점에 들어간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라고, 몸에 밴 가난뱅이 근성을 열심히 떨쳐내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방식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여행 방식을 '목하 조정 중'이라고나 할까. - page 143
여행에도 나이가 있다는 이 말.
그래서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여행이 있기에.
훗날 다시 그 여행을 하더라도 그때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미루기만 한 내 여행도 왠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여행지 <쿠바>도 강인하게 남곤 하였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이 곳도 이중가격으로 여행자는 미국 달러만 갖고 잊으면 대체로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신기했던 점은 시장은 번화한데 그 앞엔 시장의 10분의 정도의 가격으로 쌀, 소금, 세제, 설탕, 콩 같은 것을 정해진 양만 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국민 누구나 배급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였고 이로인해 굶주리는 일이 없는, 엄청나게 풍족한 나라는 아니지만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임을 일러주었습니다.
또한 정부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의 차 번호판은 파란색인데 이를 단 차는 무조건 히치하이커를 태워야 한다는 것, 정부가 정해준 집에서 살아야한다는 등은 '사회주의' 국가의 뿌리에 존재하는 '평등'이라는 이상이 엿보였습니다.
여기서도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은 온갖 것을 집어삼키고 형태 있는 것을 모조리 바꿔가지만, 결코 손댈 수 없는 것도 있다. 이곳이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이곳이 분명히 존재하고, 거기서 사람들이 되풀이해서 살아간다는 것 같은. 헤밍웨이의 집을 나와 마을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졌다. 작가가 포착한 언어에 의해 더욱 선명하게.
언덕길, 아바나가 한순간 내려다보였다. 그 너머에 바다가 있었다. 감탄을 내지를 뻔했다. 아름답다거나 정겹다기보다 뭔가 더 야만적인 힘이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아주 짧은 한순간, 다이키리를 마시러 마을로 향한 작가의 눈과, 한낱 여행자의 눈이 하나가 된다. 이 얼마나 행복한가. - page 255
쿠바를 떠나며 남긴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긴 여운으로 남곤 하였습니다.
귀국하고 바로 미국이 쿠바 제재를 강화했다는 뉴스를 봤다. 막 갔다 왔다는 단순한 이유로 화가 났다. 한편으로 아무리 그래도 그 색, 음악, 리듬 같은 것에는 절대 맞겨룰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이상이란 현실 속 세상살이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노인이든 젊은이든, 유명인이든 범인이든 모두 뒤섞여 빛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는 한, 춤을 추는 한, 여행자는 그곳에 존재하는 어떤 이상을 볼 것이다. - page 256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그녀만의 느낌,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자신의 가슴 속, 머릿 속에 남긴 과거이자 추억이었습니다.
앞서 그녀가 이야기했던 여행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여행은 독서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이다. 똑같은 책을 읽고도 감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곳을 여행했더라도 받는 인상은 절대적으로 다르다. 때로는 보이는 광경까지 다르다. 게다가 독서보다 훨씬 찰나적이다. 작년에 여행한 곳을 올해 다시 가면,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인상도 만나는 사람도 확실히 다르다. 여행은 딱 한 번뿐이다. 끝나고 나면 그 여행은 이미 과거다. 두 번 다시 그걸 맛볼 수 없다. - page 6
그래서 우리는 '여행'이라 쓰고 '추억' 혹은 '그리움'이라 읽는가봅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쉼없이 달려왔더니 잠시나마 즐기게 된 사색의 시간이 저에겐 '여행'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떠나지는 못하지만 잠시나마 떠나고 싶을 땐 그녀의 여행이야기를 곱씹으며 공간의 여행이자 시간의 여행을 떠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