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의 질량 ㅣ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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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는 1인으로 이 책의 문구가 제 호기심을 자극하였습니다.

매일 살인과 완전범죄를 연구하던 인기 추리소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존속살인 용의자로 전락하다!

추리소설가가 범죄자가 되다니!

만약 이것이 진실이라면......

그는 범죄의 트릭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수법이 교묘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그래서 사건 해결이 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일까, 정교한 덫에 걸린 것일까. 그 진실은?

그 진실이 궁금해 이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읽어버렸습니다.

『악의의 질량』

 


첫 장면은 <마인의 블로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글 속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계획의 일부는 이미 육 개월 전부터 실행 중이다. 24시간 안에 모든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것이다.

희생양이 뿌린 피는 속죄의 피가 아닌 속박의 피가 되리라. 남겨진 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비좁은 감옥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서서히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오늘 밤 일어날 살인사건은 '마인'의 등장을 위한 전주곡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한 걸음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마인'을 지금 느낄 수 있는가. - page 9


오늘은 「인기 추리소설가 오상진의 '악의의 질량' 출간기념회」입니다.

김내성 작가와 백민수 작가를 비롯해 편집장 김상태, 작가지망생 이범수, 팬카페 부회장 김미정, 팬카페 회장 정진영, 마지막으로 현직 경찰 이경태.

이렇게 이들은 출간기념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작가 '오상진'은 이번 작품은 실재 인물과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지금은 노숙자가 된 자신의 친구 이야기라며......

그리곤 이렇게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맞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까운 일이었어.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결과의 책임은 친구 아버지가 지는 게 맞지. 자신이 한 일이니까. 하지만 징역 5년은 너무 무거운 형벌이 아닌가? 피해자와 합의도 봤는데 말이야.

그 녀석의 아버지는 그 남자에 대한 어떤 살의도 없었어. 단지 실수를 했을 뿐이었어. 아니, 재수가 없었던 거지. 그런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싸움이 붙었는데 주먹 한두 방에 상대방이 고꾸라지고, 생명을 잃을 거라 예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서 구타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남편.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아들. 지나가면서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고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마구 구타하여 죽이는 철없는 10대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사건들이지 않아? 이런 사건의 가해자도 상해치사로 처벌을 받지. 형량도 비슷하고. 어때? 내 친구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악의의 질량이 방금 말한 예의 사람들과 같다고 볼 수 있어? 아무리 법에 대해 문외한이고 법을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더라도 금세 알 수 있지 않을까? 악의의 질량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이야!

그런데 왜 정작 법을 다루는 기술자인 검사와 판사는 악의의 질량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걸까? 천편일률적인 기소와 판결은 어디서 연유한 거지? 그건 바로 모두 사무실에 편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와 철끈으로 묶은 기록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야!" - page 38 ~ 39


'악의의 질량'.

이제서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이 알고보니 '악의' 앞에선 불공평하였음을......

아니!

그보다 앞서 요즘엔 '권력' 앞에 불공평함을......


다음 날,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오상진의 아버지가 처참하게 살인되고 범인으로 '오상진'이 지목됩니다.

너무나도 명확했던 증거물들-살해 도구에 묻은 지문, 피 묻은 옷-, 얼굴은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CCTV 정황상 '그'라고 단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존속살인 용의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물품을 수색 중 발견하게 된 엄청난 양의 포르노로 그는 존속살인에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자가 됩니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언론에 공개된 오상진의 사건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매스컴의 보도 방향은 유명 추리소설가가 존속살인을 저질렀다는 일반적인 사실 전달이 아니었다. 무게추가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더 쏠렸다.

...

언론의 자극적 보도에 대중은 댓글로 분노했다. 대중의 분노 가득한 관심 덕분에 오상진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게 되었다. - page 89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종종 뉴스에서 보던 모습이었습니다.

사건의 '진실'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좀더 자극적인 소재로, 진실은 왜곡된 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버닝썬 사건'이 생각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명색이 추리소설가라는 사람이 계획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흔적들.

결국 김내성과 백민수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그 사건의 내막엔 '나쁜 피의 대물림'이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사건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종지부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속엔 한국 추리소설 시조 '김내성'과 그의 작품 <마인>이 있었습니다.


소설 속엔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있었씁니다.

"현실은 선생님이 쓰는 추리소설과는 달라요. 현실은 추리소설처럼 작가가 의도한 대로 아귀가 맞아 돌아가는 세상이 아닙니다. 우연도 있고, 범인의 실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실제 사건에서는 이런 우연과 실수가 범죄 해결에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것들을 찾아내려고 형사들이 발이 부르트도록 탐문을 하는 겁니다. 편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만드는 허구의 사건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그걸 혼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page 101


이전에는 소설가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이야기꾼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글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글을 쓴 작가가 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 page 244


소설을 읽고 난 뒤 '김내성' 작가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의 작품 『마인』에 대한 책소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1930년대, 추리문학의 불모지 한국에 나타난 김내성의 출현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화려한 배경과 탄탄한 짜임새, 기괴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마인』은 당시 소설계에 큰 충격을 안기기 충분했다. 화려한 가장무도회에서 벌어진 의문의 공작부인 살인미수, 범인으로 지목된 정체불명의 어릿광대, 연이어 날아드는 핏빛 주홍색 협박장. 과학적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방법으로 신출귀몰하는 그는 누구인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인간의 탐욕과 한 맺힌 복수, 거짓과 비밀을 향한 끈질긴 추리로 완성되는 기막힌 반전의 연속이 시작된다!  - 예스24

오늘날 읽어도 지루하지 않는, 한국 추리문학의 전설로 남은 이 작품이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조만간 『마인』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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