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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L.S. 힐턴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접해보았습니다.
'19세 미만 구독 불가'
어엿한 성인인데도 왠지 '19세'라는 빨간 딱지가 붙으니 왜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는건지......
이제껏 이렇게까지 자신이 살아남기위해 치밀하면서도 매혹적인 이를 만나기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디스'가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잔여운으로 남은 건......
『마에스트라』

책의 첫 문장.
이 문장이 이 소설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우연이었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 page 13
그녀에게 첫 번째 우연.
아마도 러시아워에 만난, '린' 아니 '머시디스'.
그녀는 세인트제임스에 있는 샴페인 바에서 일을 합니다.
「우리 사장. 주디, 너도 한번 와. 쪼들리면 부업으로 해 봐. 올리는 늘 아가씨를 구인 중이거든. 한 잔 더 할래?」- page 18
과연 우연이었을까, 내 삶의 인연이었을까......
나는 원인과 결과는, 만일의 사태이자 무서울 정도로 부정확한 운의 변덕스러움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라는 구절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날 내가 왜 린을 따라갔을까? 최악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선택이란 우리가 알건 모르건 설명을 찾아내기도 전에 이루어진다. - page 20
우리의 주인공, '주디스'.
그녀는 미술품 경매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고, 멋진 여성으로 성공하고 싶은, 하지만 현실은 잡일 담당인 그녀.
그녀는 친구 '린'과의 만남으로, 아니 우연으로 경매회사가 끝난 뒤 생활비를 더 벌고자 클럽에서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디스는 스펍스의 작품이 가품인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상사의 실수임을 알게 되고 일러주기 위해 찾아가지만......
데이브는 쩔쩔매며 웅얼거리듯 인사를 했다. 나는 그가 루퍼트를 <서Sir>라고 부르는 태도가 너무 싫었다. 루퍼트는 데이브가 절뚝거리며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점잖게 사근사근하게 굴더니 그가 사라지자 나를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푸르스름한 조명을 받고 선 그는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엘 그레코처럼 보였다. 그가 당장 난리 법석을 떨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나도 잘 알았다. 권력은 조용하게 행사할 때 훨씬 더 효과적으로 먹히니까.
「주디스, 전부터 계속 말해 주려고 했는데, 자네는 이 일에 정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네, 안 그런가?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어. 하지만 자네의 업무 태도에 대해서 부서 내에서도 불만 사항이 몇 건이나 올라왔어. 스텁스 회의에서 한 말도 적절하지 않았고 너무 무례했어.」 - page 108 ~ 109
결국 그녀는 부당한 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해명할 기회도 없이, 그녀는 <절망> 앞에 <분노>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그녀 앞에 나타난 '제임스'.
그는 기분 전환할 겸 제임스에게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린'과 함께 남프랑스로의 여행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녀 앞에 마주하게 된 현실은 제임스의 죽음이었고 그녀는 그의 지갑 속 현금을 챙긴 채 사건을 은폐하기로 합니다.
부는 독약처럼 피부에 스민다. 부는 사람의 자세와 몸짓, 행동 방식을 파고든다. - page 188
그렇게 그녀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예술 세계와 고위층에 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섹스와 술, 명품과 미술품을 이용해 사기와 살인 사이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더 큰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그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아니 잊기 위해 몸부림을 치듯이 섹스와 술에 빠져 사는 것처럼.
언제 어느순간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위에 그녀는 아슬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나는 긴장감과 걱정에 절어 있었다. 머리로 온갖 가설과 여러 수를 저울질하느라 꿈은 언제나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는 스트레스 쇼였다.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말이다. 하늘에는 달도 없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짐을 싸고 숙박비를 정산한 후 새벽 5시에 호수를 둘러 역까지 데려다줄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할 것이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며칠만 더 버티면 모든 게 끝났다. - page 323
마지막을 향해가는 그녀의 모습.
「돈 때문이 아니었어요.」내가 말했다. 「돈은 그냥 따라왔죠.」
「그럼 복수였나?」그가 미소를 지었다.
「아뇨, 그건 너무 단순하잖아요. 복수가 아니었어요. 흥미도 아니었어요.」
「흥미라. 내 생각에 그런, 나는-」그가 말을 뚝 멈췄다.
자신에 대한 사실을 고백하면서 나도 덩달아 뭔가를 털어놓게 하려는 수일까? 하지만 그렇게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를 쓸 것 같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그가 면을 후루룩 빨아들이며 생각에 잠길 차례였다.
「그래서 뭐였어?」그가 다시 되물었다.
아마도 나는 할 수 있으니까 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왜 이런 일에 논리적으로 굴어야 하지? 이건 섹스 같은 것이다. 어떻게든 해야 할 이유를 원하고, 어떻게 하면 기분이 찢어지게 좋은지 잘 아니 말이다.
「다음에 대답해도 돼요?」
「그럼. 언제든지.」- page 440 ~ 441
소설의 끝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 베네치아의 여명 속으로 들어가는 내내 등에 꽂힌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내 발치에서 라피스 라줄리색의 바다가 반짝거렸다. 나는 술잔을 들고 혼자 난간에 기대서서 잔잔한 파도를 지켜보았다. 그러자 밀려오는 파도에 실려 온 희망이 내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 page 515
과연 그녀의 삶에 희망이 비추어진 것일까......
솔직히 '19금'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편하게 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읽는내내 '19금' 보다는 한 여인의 위태롭기만 한 삶의 모습에 마냥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돈'이 무엇인지, '부'와 '명예'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를 좇으며 살아가는지 조금은 개탄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하는 행동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사건과 진실을 덮어두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이 소설.
마지막 여운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과연 '주디스'의 삶은 행복할까......
그녀의 행복을 비는 것이 옳은지......
조심스럽기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