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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3000년 전 사람들의 일상으로 보는 진짜 이집트 문명 이야기 ㅣ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 '이집트'.
그곳에 관한 이야기라면 빠짐없이 들으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이번에 알게 된 이 책은 뭔가 다른 책들과 달랐습니다.
24시간을 1시간씩 쪼개어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한 시간씩 쪼개어진 시간 속에 이집트인들의 일상이 엿보였습니다.
그래서 하루인 24시간이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엔 터무니없이 모자르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처럼......
24시간이 모자라 너와 함께 있으면 너와 눈을 맞추면
24시간이 모자라 내가 너를 만지고 니가 나를 만지면
24시간 우우우 24시간
24시간 우우우 24시간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 너와의 하루가 일분 같아 난 미칠 것 같아
아쉬워 아쉬워
너에게 갈 때는 달려가 떠나야 할 때는 발이 안가 떨어지질 않아
아쉬워 아쉬워
널 보고 있으면 모든 걸 다 잊어버려 니가 나를 가득 채워
널 안고 있으면 모든 게 완벽해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어 -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중에서
0시 <왕가의 무덤에 내린 저주를 두려워하는 도굴꾼>을 시작으로 파라오의 이야기, 농부, 주부, 사제, 목수, 사마리아인들, 의사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한 시간 간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새 24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 하나의 역사가, 하나의 국가가 이루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시간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낮의 시간이었고 그 이후가 밤의 시간이었습니다.
낮 시간 동안은 '활동'적이었다면 밤 시간 동안은 '사색'적인 면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새벽 1시의 <잠 못 이루는 파라오>의 이야기는 지도자의 고충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물론 이집트의 통치자로 살아가는 것에는 수많은 이점이 존재한다. 그는 매의 모습을 한 태양신 호루스의 살아 있는 화신으로서, 무엇이든 최고로 누리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다. 하지만 여기에도 대가가 따른다. 파라오는 이집트의 통치자로서 나라가 가진 막대한 양의 부를 유지하고 더 확장해야 하며, 그에게 헌정되는 건축물과 이집트 전역의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들을 완수해야한다. 또한, 살아있는 라의 아들, 즉 신과 같은 존재로서 매일같이 백성들의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아야 한다. 결국 그는 그의 위대한 부친으로부터 번영하는 제국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라오라는 이름에 따르는 거창한 직위들 그리고 책임까지 함께 물려받았다. - page 31
그래서 자신의 비현실적인 명성이 사실처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신체는 물론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게도 느껴졌습니다.
'나의 백성 중에는 낮에는 온종일 벽돌을 만들고 밤에는 복잡한 고민 없이 깊은 잠에 빠져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 아멘호테프가 생각한다. '말썽부리는 원숭이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고문당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래도 이런 게 강한 황소, 파라오의 삶이 아니겠는가!' - page 41
동쪽에서 비치는 희미한 빛줄기가 비치면 <태양신 아문-라에게 영광을 바치는 사제>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아침에는 동료 사제들에게 파세르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뱀이나 파리, 혹은 쥐구멍 속 쥐처럼 소름끼치는 것들을 창조하신 아문-라를 찬양할 때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잘못된 걸까요? 전 그런 것들이 딱 질색이에요! 뱀은 위험하고 파리는 거슬리고 쥐새끼들은 끊임없이 내 곳간에 숨어든다고요!" 대부분의 사제들이 파세르의 기분에 공감해 주었다. 파세르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파세르의 불쾌함과는 상관 없이 찬가는 계속될 것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온 찬가, 테베의 위대한 신 아문-라와 함께 파리, 뱀, 그리고 쥐를 포함한 이 세상 만물에 대한 찬양은 계속될 것이다. - page 84 ~ 85
낮 시간 동안은 빵과 맥주를 만드는 주부, 도자기 공방에서 진흙을 빚는 도공, 상형문자를 배우는 어린 소년, 재심 판결을 내리는 고관대작 등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3시엔 <죽은 자를 배웅하는 전문 울음꾼>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매장 의식이 거행되는 장례식에서 극도의 슬픔을 가장하고 통곡하는 전문 울음꾼들.
통곡의 임무를 수행할 때면 헤누트노프레트는 자신의 애도가 망자와 함께할 여정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이제 내세로 가는 길에 오른 이피는 현세에 지은 죄가 무거워 심판대까지 가는 길도 꽤나 험난할 것이다.
(중략)
어둡고 두려운 지하세계를 여행하는 망자에게 사자의 서는 꼭 필요하다. 불쾌한 지하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한 시련이기 때문이다. 심판장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식과 주문이 필요한데, 그 때 사자의 서를 펼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심판장은 망자의 영원한 운명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곳이다. 이제 이피가 그곳으로 갈 것이다. - page 232
하루의 마지막 시간엔 <아이의 탄생을 축복하는 산파>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산파는 산모의 인내를 독려하는 주문을 외운다.
더불어 산파는 도저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작은 조각상 두 개를 갖고 있다. 하나는 가정의 수호신인 베스이고 하나는 다산의 여신 헤케트이다. 베스는 다소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이를 낳는 메리트에게는 심적인 도움을 준다. 이집트인들은 퉁퉁하며 못생긴 땅딸보에 혀를 쑥 내밀고 불쾌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 신이 출산 시 사악한 힘을 쫓아 주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구리 머리를 한 다산의 여신 헤케트 역시 베스와 비슷한 힘을 지녔다. 메리트는 아기를 하나 더 갖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헤케트의 조각상을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해 두었다. 헤케트 여신이 개구리 머리를 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구리는 한 번에 엄청난 수의 알을 낳는다. - page 333
이렇게 태어난 아이의 일생이 24시간 이집트에서의 삶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아기는 앞으로 몇 년간 엄마 손에 자라겠지만 이따금 친척이나 유모에게도 맡겨질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바쁜 웨레트는 아기를 돌보는 일까지 맡을 여력이 없다. 아기는 한동안 발가벗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작업에 투입될 테고, 처음엔 사소한 심부름들을 하다 점차 능숙해지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월은 언제나 그렇듯 쏜살같이 흘러 아이도 결혼과 출산을 할 테고, 이 같은 순환은 억겁의 세월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 가끔은 힘겹기도 하겠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삶이 아기 네퍼의 앞에 놓여 있다. 엄마 품에서 꼼지락대는 아기를 보며 웨레트는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이 아기가 살아남아 그녀의 예측대로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 page 338
앞으로 펼쳐질 이 아이의 24시간이 그려지는 듯하였습니다.
하루의 시간으로 펼쳐본 이집트인들의 생활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한 면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이 같은 순환은 이어져 오나봅니다.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이집트로의 여행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