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그리움이다
김순복 지음 / 다차원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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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일년 중 반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은 이루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 되었고 뭐때문인지 바쁘게 살다보니 하얗게 불태워버린 느낌.

조금은 지쳐있었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찾아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문구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페인은 청춘과 꿈,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다

그 곳엔 어떤 그림움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스페인은 그리움이다』

 


여행을 떠나기 앞서 <들어가는 글>에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나의 스페인 여행은 가족과 사회에 내 몫을 한 뒤 얻은 티켓이다. 참고 이겨낸 뒤 자신에게 한 선물이자 약속이다. 가슴속에는 아직 청춘이 살아 있고, 꿈을 꿀 수 있고, 실컷 그리워할 수 있는 이름이 있었다. - page 7 ~ 8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 속엔, 이야기 속엔 낯설지만 낯익은 그리움의 흔적들이 저마다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첫 시작은 <가우디에서 칼라트라바까지>였습니다.

특히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이야기.

가우디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성당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은 슬퍼해야 할 일이 아니다. 대신에 이 성당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 page 31


가우디를 시작으로 소토의 마무리까지 흐른 세월이 족히 100년이다.

어딘가는 그대로 복원되고 어딘가는 재해석되어가며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조각은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완성되고 있다. 가난한 신자들의 신앙 단체를 위한 성당으로 시작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중세의 대성당처럼 백 년을 훌쩍 넘겨가며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몇 백 년의 시간을 걸려 완공한 대성당을 보며 함께 호흡하며 자란 이들이 가우디라는 천재의 뒤를 이어서도 함께 호흡하고 있다. 내겐 참 부러운 나라의 사람들이다. - page 32

시간과 함께 같이 호흡한 이 성당.

저 역시도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스페인의 여행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알람브라>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대개 왕은 궁전을 지을 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크고 화려하게 짓곤 하는데 '알람브라'는 아니었습니다.

편히 쉬고 싶은 곳이다. 주변에서 구한 재로로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하여 자연과 편안하게 어우러져 있다. 또한 돌의 색채와 질감을 이용하여 조화미, 균형미, 단순미를 살렸다. '아름답다'의 의미는 '조화로움'이다. 편안하니까 여기서 쉬고 싶고 궁전과 하나가 되고 싶은 것이다. 위압감과 과시는 사라지고 자주 와서 쉬고 싶은 곳이다. - page 92 ~ 95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알람브라는 에메랄드 사이에 박힌 진주라고 하였던가. 그라나다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맹인이라고 한다. 천삼백 년 전 색감에서는 주변을 위압하지 않고 잔잔히 스며드는 멋을 느낄수가 있다.

한국의 단청은 어떠한가. 위압감을 주는 강한 대비색을 썼는가, 그것이 오히려 생동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둘 다 이해가 간다. 은은하게 스며들어 주변을 받쳐주는 존재가 되어야 할 때가 있고, 주변과 대비되어 강조되어야 할 때가 있다. 두 가지 상황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조화와 강조를 넘나들며 현명하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 page 102

조화와 강조.

이 둘의 적절히 조절한다는 것.

참으로 어렵지만 해야만 하는 것.


도시마다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시를 여행하기 전 그림만 보며 색이 전하는, 건물이 전하는, 풍경이 전하는 이야기가 저에게도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에겐 '플라멩코'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하나의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흔히 집시들의 방랑문화의 산물로 일컬어지는 '플라멩코'.

이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서민음악으로 자리 잡았지만 집시의 노래에 담긴 애절한 탄식과 절규는 여전히 듣는 이에게 애잔하게 남곤 하였습니다.



 


격렬한 영혼의 울림이라는 플라멩코 춤은 '뜨거운 피를 가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이의 춤'이라고 한다. 플라멩코 가수의 탁음은 우리의 판소리처럼 애를 끊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들의 한과 고통을 폭발시킨다고 하는데, 마치 '땅 밑에서 끓어오르는 슬픔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과 같다. - page 172

그러고보니 우리의 '판소리'가 '플라멩코'와 닮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한과 우리의 한.

최근에 판소리와 그들의 음악을 콜라보레이션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왠지 듣지 않았지만 그 슬픔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인 <마드리드 왕궁>에서의 이야기.

왕궁엔 '도자기의 방'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곳엔 벽과 천장이 모두 도자기로 장식되어 있고 녹색과 흰색의 도자기 장식이 콤비네이션을 이루고 있으며 도자기 자아식품 또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는 있지만 우리의 도자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민경훈 논설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조선이 도공들을 일본처럼 우대해 그 가치를 알아보고 도자기를 서방에 수출할 수 있었다면, 하멜을 포로가 아닌 서양문물 수입의 창구로 활용했더라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일도, 지금처럼 남북으로 갈려 으르렁대는 일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왕궁의 방들 중 일본의 방, 중국의 방을 보면서 그곳에는 없는 한국의 도자기를 처연하게 그려본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것을 기억하는 것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함을 새삼 실감한다. - page 254


여행을 마치고나니 제목처럼 '그리움'만 남아버렸습니다.

설레임과 다정함으로 다가왔던 스페인.

이제는 그리움으로 기억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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