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장미
정이담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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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그림에 매혹되었습니다.

하지만 문구는 왠지모를 슬픔이 묻어있는 듯 하였습니다.

"네가 원한다면 난 얼마든지 괴물이 될 거야."


황금 장미에 흘러내린 붉은 빛......

슬프도록 아름답기에 더 강렬했던 이 소설.

괴물 장미』 


첫 문장은 이러했습니다.

오늘도 짐승은 행패를 부렸다. 입마개를 씌워 둘걸. - page 9

알코올 중독,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독립'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소녀 '메리 제인'.

메리는 결심했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건, 내 안의 엄마를 죽이려는 당신이 아니라 메리 제인, 자신이라고. - page 38

이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벽화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벽화에 그림을 그리던 중 살인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충격으로 쓰러진 메리는 다음 날 자신이 집에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침대 위에 누워있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매혹적인 한 여인이 다가옵니다.

지상의 어떤 존재라도 현혹될 것 같은 그녀 '바네사'.

그녀는 메리에게 메리의 집에 묵게 해 달라고 합니다.

이상하지만 왠지모를 끌림에 그녀를 자신의 집에 묵게 한 메리.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

메리가 물었다. 바네사는 메리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냈다. 맞닿은 손에서 맥동이 느껴졌다.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어. 허기가 져서 자마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러다 너를 보았어. 아주 오랫동안 찾던 사람이 있는데...... 너랑 많이 닮았어. 그래서...... 꼭 이곳에 묵고 싶었어." - page 26


바네사는 메리에게 한없이 친절을 베풀곤 합니다.


또다시 아버지는 짐승마냥 메리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따끔한 괴로움이 덮칠 거야.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들이. 눈앞에 불이 번쩍, 서늘한 화끈함이 지나고, 깜깜해지고, 하얗고, 또 하얗고...... 마지막엔 붉고...... 벼락처럼 노란 빛이 번뜩이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야. - page51 ~ 52

망연자실하고 있는 그녀의 앞에 나타난 바네사와 리사.

"황금색 장미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어요. 나는 이걸 피워낼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잊고 싶지 않았어요......" - page 58

울먹임과 함께 말을 멎은 메리에게 바네사는 말합니다.

"메리, 너만 원한다면...... 나는 널 위해서 얼마든지 괴물이 될거야." - page 58


그렇게 메리와 바네사, 리사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닦인 천 개의 해골이 벽면을 따라 전시되어 있었다.

방 한 가운데에는 검은 관이 있었다.

속은 텅 비어 있었다. 황금 장미 한 송이만 있었다. 꽃은 금방 핀 것처럼 물기를 머금었다. - page 288


그녀들이 뱀파이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

애꿎은 사람을 마녀로 몰아서 살인을 한 것과도 다름이 없는, '마녀 사냥'이 그 배경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차별 인식.

그녀들이 결국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의미하는 '장미'.

사람이 산다는 건, 매일 죽음을 쌓는 것과 같아요.

우리는 아무도 진실에 대해 말하지 않죠. 수많은 죽음을 딛고 살아 왔다는 진실을.

거름 속에서도 장미는 피잖아요? 꽃잎을 열고 향을 피워 알리죠. 여기 상처의 가시를 달고 태어났다는 걸. 장미는 일종의 부활 같아요. 켜켜이 쌓인 상처들의 부활. 죽음과 사랑의 부활. - page 234

왜 그토록 '황금 장미'에 집착 아닌 집착을 가졌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엔 여전히 여성을 약자로 인식하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가정폭력이,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언제쯤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또다시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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