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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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10대 때엔 H.O.T.에 흠뻑 빠져살았었습니다.

(이러면 내 나이가......)

그들의 의상부터 시작해 악세사리, 음반이 나오면 제일 먼제 가게에 가서 브로마이드와 함께 CD를 구입하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학교를 향해가면 그 곳엔 이미 '빠순이' 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나누며 그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곤 하였습니다.


오빠들로 하여금 울고 웃었던 지난 10대의 기억.

그리고 그들의 해체와 동시에 더 이상은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지만......

뒤늦게 빠져든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BTS'.

요즘은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기사를 보며 소확행을 즐기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이 책이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아무래도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저 뿐만아니라 제 주변의 지인 역시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옛 추억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우주를 담아줘


어린 시절에도 반 아이들이 다른 반의 남자아이를 좋아할 때 텔레비전 속의 사람을 좋아했던 그녀.

그래서 펜던트에 몰래 그의 얼굴을 오려 넣고 다녔지만 결국 친구에게 들키고 맙니다.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은 참 허무했다. 피구를 하다가 떨어뜨린 목걸이를 친구가 발견하는 순간, 내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펜던트를 여는 순간, 나에게 건네면서 별것 아니라는 말투로 걔였어? 하고 웃어버리던 순간, 화를 숨기지 못하고 내가 낚아채듯 목걸이를 빼앗은 순간, 혼자 집에 가는 길에 울먹이며 목걸이를 내던지던 순간. 그 순간들이 쌓여 엉망으로 엉켜버렸다. 그때 알았다. 내 소중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니라는 걸. 내 마음은 누군가의 무시를 참아내야 한다는 걸. - page 157 ~ 158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꼭꼭 숨기고 닫아두면서 혹시 들키게 되는 순간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짓말쟁이로 자라게 됩니다.


그런 그녀가 또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그룹의 팬 사이트에서 만나게 된 디디와 제나.

이 여자 셋이의 그들을 향한 사랑과 그녀들만의 우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연예인과 팬의 사이.

아마 이런 감정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매일 너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너의 노래는 따뜻한 손이 되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너의 눈빛은 너른 품이 되어 나를 안아주었다. 그것은 네 바로 옆에 있을 애인이나 가족이나 친구는 절대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5만 명 사이에 끼어있어도, 5km 밖에 떨어져 있어도 괜찮았다. 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멀고 멀어도 이해했다. 나는 네가 좋았다. 그리고 너에게 충분히 사랑받았다. 내가 소매 끝을 잡고 늘어지지 않아도 너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는 나를 토닥여주었다. 생각해보면 매일, 매번, 매 순간 너는 그랬다. - page 169

저 역시도 그랬었습니다.

그들에게 바라는 것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주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항상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이 감정은 애인이나 친구, 가족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도 소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죽음.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었습니다.

아마 이런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내 세상에 네가 사라진 게 별일이 아니라서 울지 않았다. 어쩌면 너는 늘 없었던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는 모르는 아주 먼, 사람이지. 역시 그렇지. - page 77

하지만 결국은 그 감정들이 쌓여서 복받쳐 울음이 되고야마는......

그래도 그와 나는 이어져 있다는 그 느낌만으로도 먼 거리를 채울 수 있음에 그를 기억하고 또 기억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고 짧디 짧은 생을 살았던, 한때는 좋아했던 연예인도 떠올랐고 지금의 내 모습도 그려졌기에 복잡했었습니다.


그래도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줌마로써, 덕질을 하는 이유!

이 이야기에 공감하였습니다.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늘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거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 - page 267 ~ 268


이 소설을 읽고나서 조금은 더 당당히 '덕질 라이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사는 이유 중 하나, 내 우주를 밝혀준 그들이 있었기에 힘들고 지쳐 쓰러질 것 같아서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책을 덮고나서 제가 좋아하는 그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냥 사진만 보아도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습니다.

옆에 있던 남편이 한 마디 하더군요.

"음...... 또 걔들 보고 있구만! 그 눈빛으로 나를 좀 봐라!"

헉!

그의 질투에 움찔하긴 했지만 그래도 소소히 '덕질'을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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