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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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만든다는 것.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최근에 본 영화를 통해서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말모이>

우리말이 금지되었던 일제 시대.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면서 비로소 '말'과 '마음'이 모여 '사전'이 됨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슴 먹먹함과 동시에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국어사전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신조어'가 더해지면서 보다 표현을 자유롭고 풍성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 '사전'에 인생을 바친 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읽기 전 독자를 자극했던 문구.

일본 쇼와 시대 사전 역사의 최대 수수께끼에 다가가는,

지적 흥분을 자극하는 책.

과연 이 두 남자의 인생이 담긴 '사전'이 궁금하였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소설보다 더 흥미로웠습니다.

사전에 인생을 바친 이 - 겐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

두 사람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였다고 합니다.

이율배반이자 표리일체. 서로 모순되면서도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관계. 이것이 '겐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이었다. - page 13

그런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국어사전이 합쳐서 누계 약 4000만 부에 이르는 경이적인 발행부수를 기록하고 모든 세대가 이 사전을 접해왔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고고학자는 유적이나 유물에서 먼 옜날에 생활했던 사람들의 삶이나 인생을 추찰한다. 이번에 나는 많은 말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두 편찬자의 감추어진 심정이나 갈등을 그들이 엮은 국어사전에 남아 있는 '말'을 실마리로 삼아 탐색하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생과 서로에 대한 시선을 드러내는 '흔적'을 광활한 말의 사막에서 주워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쇼와 사전사의 두 거성이 은밀히 국어사전에 새긴 '말'에 의지하여 두 사전이 탄생한 이야기를 바라보려 한다. - page 72


<산세이도국어사전>을 보면 객관적이면서 현 시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메이카이국어사전>을 보면 단순히 '사전'은 '찾는' 것이 아닌 '읽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겐보 선생은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고 말했다. 야마다 선생은 "말은 부자유스러운 전달 수단"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인생을 바친 두 편찬자는 '말'의 본질을 훌륭하게 포착했다.

'객관'과 '주관'. '단문'과 '장문', '가가미'와 '문명 비평'. 대립하면서도 서로에게 존재감을 발하며 우뚝 서 있다. '겐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은 이율배반적인 '말'처럼 표리일체의 관계인 채 50년에 이르는 사전 인생을 달려 나갔다. - page 373 ~ 374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전이 더 우수한 것일까?

아마도 이 두 가지가 공존해야 비로소 '사전'의 본연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책의 마지막엔 '사전'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전'이란 대체 뭘까요?

"사전은 모르는 말을 알기 위한 '실용품'입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전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작은 '모형'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큰 우주, 또는 지구는 실제로도 크고 우리 인간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우주 전체를 우리는 '말'을 통해 인식합니다. 세계를 '말'로 '미니어처화'해서 인식하는 것입니다. '말'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 세계의 '모형', 그것이 사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사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세계꽌으로 포착한 손바닥에 들어가고, 무한하게 펼쳐지는 '우주'. 그것이 '국어사전'이다. - page 378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기 때 옹알거리며 말을 익히던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하나 둘씩 익히던 그 말.

그 말들이 모여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었고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었을 그들에게 새롭게 '국어사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보다 더 넓은 세계를 인지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말은 생성되었다가 소멸되기도 할 것입니다.

과연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썼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썼던 말.

왠지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라도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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