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 우리는 히말라야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이수지 지음 / 위즈플래닛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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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인간은 그 곳을 정복하고자 하지만 자연은 쉽게 길을 터 주지 않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오지만 저에겐 그저 바라만 보는 곳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을 여행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미국인 남편과 떠난 이 부부.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히말라야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이 문구 역시 그냥 나온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 부부, 좌충우돌 히말리야기에 동행하려합니다.

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인도의 서쪽 끝인 라자스탄에서 동쪽 끝인 다르질링까지 오려면, 기차를 갈아타느라 대기하는 시간이 아예 없다고 해도 꼬박 이삼일은 걸리는 여정이다. 그 먼 길을 무엇 때문에 왔느냐는 내 물음에 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설산을 보러요." - page 12

아마도 히말라야를 가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유가 아닐까!

그저 산이 보고 싶어서.

그 산을 보고, 걷고, 오르고 싶어서.

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대답으로 시작된 히말라야의 여행.


히말라야.

역시나 쉽게 인간들에게 발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이들에게도, 이들과 같이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도.

마크가 가슴팍에서 작은 술병을 꺼내 뚜껑을 땄다. 한 모금 짧게 넘기더니 옆에 앉은 네이트에게 병을 건넨다. 그 다음은 독일 커플, 앤, 페트라, 더스틴. 나도 한 모금 들이켰다. 작고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것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갔다.

"사진 한 장 찍을게요. 이게 우리 생의 마지막 사진이 될 거야...." - page 33


추위와 두려움, 무서움.

그 공포 속에서도 이들에게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위안이 있었기에 그렇게 조금씩 히말라야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자 히말라야 역시도 그들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여행을 보면서 왜 그토록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가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곳을 향하는 발걸음이 결국 나를 향한 발걸음이라는 것을.

조금만 용기를 내면 담장 너머의 것들을 볼 수 있다. 직장을 갖고 승진을 위해 애쓰는 것이 유일한 삶의 방식은 아니라는 것. 정형화된 삶이 조금 덜 불안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더 의미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 필요할 땐 돈을 벌지만, 평생 여행하기를 고수하는 삶의 방식 또한 가능하다는 것. 좀 더 불안하고, 위험하고,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오답이라고 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방식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모두, 그저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애쓰는 존재라는 것. 누구도 절대적으로 틀리지도, 옳지도 않다는 것. - page 139

그들의 발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티비에서 방영 중인 <스페인 하숙>에서의 순례자들이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담긴 의미.

잠시나마 감상에 젖어봅니다.


결국 그녀에게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30분에 한 번꼴로 등장하는 절벽과 경사지고 좁은 벼랑길.

자신의 인생 최악의 날이라며 공포에 흐느끼던 중 저 멀리서 누군가가 보입니다.

"나마스떼"

우리 앞으로 다가온 포터들이 인사를 건넸다. 나마스떼. '내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이 당신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께 경배합니다.' - page 248

이렇게 다가온 포터들로 인해, 그들이 건넨 인사로 인해 두려움 속 날카로운 조각이 하나 녹아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악몽 같던 시간이, 차가운 저 길이, 이제는 과거가 되어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여행은 끝이 나고 돌아가는 길.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Wait. You can cross. It opens. You are OK. (기다려요. 넘을 수 있어요. 열릴 거예요. 괜찮아요.)" - page 332

 


선뜻 떠날 수 없는 그곳을 향한 이 부부의 용기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단돈 300루피에서 행복을 살 수 있었던 그곳.

'나마스떼'를 외치며 용기를 주는 이가 있던 그곳.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야 비로소 열리는 그곳.

잠시 히말라야라는 작은 꿈을 꿔봅니다.


이 불량한 부부.

다음엔 어느 곳을 여행할지 기대가 되는건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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