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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벌써 하얀 벚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그 자리를 푸른 잎으로 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씩 따스한 햇살의 기운이 강해지면서 나무들은 저마다 단장하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밖에 나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안녕~ 나무!"
『나무의 시간』

그냥 나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뭐......
그냥......
아마 나무의 푸르름이 그리웠었나봅니다.
아니면 초록이 주는 안정감때문인지......
그렇게 읽기 시작한 세상 속 나무 여행.
그를 따라 무작정 가 보았습니다.
나무 보헤미안 '김민식'씨를 따라, 그가 전해 줄 나무의 이야기.
'나무'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역사의 속으로, 문학과 예술로, 나아가 건축과 과학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특히나 우리에게 친숙한 <가로수길은 프랑스에서 시작됐다>에서부터 <박경리 선생의 느티나무 좌탁>,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은 이유> 등등의 이야기들은 모르면 그냥 지나쳤을, 하지만 알고나면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책 속엔 가득하였습니다.
최근에 프랑스의 상징인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와 더불어 우리 역시도 우리의 문화재가 한 줌의 재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대문 화재사건.
하지만 남대문 보수 공사 시 지붕 처마가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 국민들을 들끓게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 속에도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소나무는 건조 정도에 따라 목재의 강도가 네 배나 차이가 나는 민감한 나무다.
...
광화문 현판의 나무가 갈라진 것도 남대문의 지붕 처마가 처지는 현상도 사전에 충분히 건조하지 않은 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를 적절하게 건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하고 또 넓은 공간이 필요하니 대단히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 page 159
느티나무는 이 땅에서 거수로 자라는 몇 안 되는 수종일 뿐 아니라 수형, 목리가 아름답고 치밀하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에 사용돼 오늘에 이른 것처럼, 잘 썩지도 않아 건축재로도 훌륭하다. 박달나무 대신 느티나무를 신단수로 모셨더라면 좋은 전통 목재 건축물이 더 많이 남아 있지 않았을까. - page 161
나무의 속설을 믿고 있는 건축가와 목수들이 우리 땅의 소나무를 육송, 적송, 금강송으로 부르며 세상 최고 품질의 나무로 간주하고 있다.
소나무는 공급이 많다 보니 당연히 국제간 거래에서도 싸게 거래된다. 그리고 소나무는 침엽수 중에서도 습기에 약하여 쉽게 썩는다. 우리의 전통 건축물이 제대로 보존되어 전해오지 못하고, 현재 우후죽순 지어지고 있는 한옥의 디테일이 이렇게나 미흡한 것은 소나무 건축만을 고집해온 탓이 크다. 전통 한옥은 원목으로 구조를 만든 건축이다. 전통 건축에 어떤 종류의 원목을 써도 상관없을 것인데, 우리 정서는 이 땅에서 자란 소나무에만 집착한다. - page 157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우리의 '소나무'에만의 집착으로 인해 우리의 것을 지키지 못한 것이......
인상깊었던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 이유>.
예로부터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딸이 성장하여 결혼할 때 이 오동나무로 장 하나 짜 보내기 위해서다. 가야금과 거문고도 오동나무로 만든다. 우륵의 가야금도 오동나무로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오동나무가 상상의 새 봉황을 부른다고 믿었다. - page 242
봉황이 내려앉는다는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는 나무다. 그리고 무척 무르고 비교적 싼 나무다. 나이테가 촘촘하지 않고 아주 듬성듬성해 나무가 얼마나 급히 자랐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딸을 낳고 심은 오동나무는 딸이 십대 중반만 되어도 재목으로 쓸만치 자라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나무인가. - page 243
하지만 이 이야기보다 더 아름다운 '오동나무'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형성된 집창촌인 '선미촌'.
이 곳을 예쑬가들이 꾸미는 시민들의 공원으로 바꾸고자 했던 김승수 전주시장은 그 곳에서 '오동나무'를 보게 됩니다.
딸의 행복을 위해 부모의 지성으로 심는다는 오동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집창촌의 딸들과 우뚝 서 있는 오동나무 광경을 보는 전주시장의 가슴이 무너졌다고 한다.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지금 선미촌에 들어선 전주시 '현장 시청'의 간판이다. - page 246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너무나 뭉클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두 딸이 있는데.....
마음 속으로나마 오동나무를 심어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무에 대해 조금 깊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엔 그저 길거리에 우뚝 솟은 나무를 바라보며 그저 단순히
"잎이 났다!"
"와~단풍졌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네."
라고만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이제는 이 나무가 어떤 나무일지 궁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목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목재 가공 회사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그 회사의 대표는 사장실을 따로 두지 않고 개방된 널찍한 홀을 직원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대표의 머리 뒤로 방문객인 내가 정면에서 읽을 수 있게 'A person who came from Nazareth seeks for joiner'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세상은 목수를 찾고 있다. 목수는 연결하는 사람, 소통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평화를 만드는 이다. - page 343 ~ 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