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평점 :
이 책은 소개글이 참으로 불편하였습니다.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난 미모의 여대생이
어느 날 아버지를 죽인 살해범으로 검거된다!
무슨 사연이기에......
한순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해범으로 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퍼스트 러브』

임상심리사인 그녀 '마카베 유키'.
그녀에게 '히지리야마 칸나' - 아버지를 살인한 미모의 여대생-의 이야기를 집필하자는 제안과 함께 그 사건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게 말이죠, 실은 좀 애매합니다. 과거 판례에서도, 친족 간의 살인은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랐거든요."
"정신감정 결과는 이미 나왔나요?"
...
"문제없음. 책임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었습니다. 결과도 그런데다 아직 젊은 여성이니까, 전면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편이 좋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안노 선생은 좀 강하게 나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
"문제는 그녀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요?"
내가 되물었다.
"음, 어머니.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 흉기도 사전에 구입했고, 사람 없는 곳으로 불러내 가슴을 찌른 것으로 봐서 살의가 있었다는 정황을 뒤집기는 거의 어렵죠. 따라서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을 받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서는 걸 거부했습니다. 검사 측 증인으로 서는 모양이에요."
...
"그럼 어머니와 딸이 대립하는 꼴이 되겠군요?"
"그렇죠. 칸나 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하고, 동기도 좀 애매합니다. 그러니 모든 것은 법정에서 판가름하게 되겠죠. 이번 건은." - page 42 ~ 44
이렇듯 이 사건은 뭔가 가려진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칸나의 과거.
이를 더듬다 보니 어느새 그녀와 칸나, 가쇼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사랑결핍.
육체적, 정신적 학대.
그리고 첫사랑의 상처.
이로인해 저마다 가슴 깊숙히 묻어두었던 상처가 떠오르면서 그 상처를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이상한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비늘이 너덜너덜 벗겨진 거대한 뱀이 쫓아오는 꿈이었다.
언제는 교실 벽을 뚫고 따라오고, 또 언제는 역의 선로 위를 꿈틀거리며 쫓아왔다.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버둥거리다 뱀이 내 몸을 휘감을 즈음 아침이 왔다.
한번은 양호실에 가서 상담을 했다. 아직 젊은 양호 선생님은 난처한 듯이,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리고는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도망치지 말고, 한 번 맞서 보지 그러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그 뭐라 말할 수 없이 끔찍한 것과 어떻게 맞서라는 말인지, 내 심정이 전해지지 않은 것에 실망하고는 더는 타인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 않게 되었다. - page 188 ~ 189
도움의 손길을 뻗었지만 이내 돌아온 건 차갑고도 냉정한 시선 뿐.
그저 그 손길을 잡아주길, 내 심정이 전해지길 바랬지만......
결국은 그 상처가 곪아 터지면서 비로소 수면 위로 들어난 진실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칸나가 마카베에게 전한 편지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법정에서 많은 어른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어요.
그게 제게는 구원이 되었습니다.
고통도, 슬픔도, 거절도, 자신의 생각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어떤 인간에게도 자기 의사와 권리가 있고, 그걸 말해도 된다는 것을 재판을 통해서 처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page 344
너무나도 큰 울림이 되었던 말.
이 이야기는 소설만이 아닌 우리의 현실 어딘가에도 있을 이야기라 불편했던 진실이었던 말.
그래서 더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히 '살해범'이라는 단어에 끌려서 읽게 되었지만 알고보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 '부모'로 인해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자라나야할 소녀들이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무관심으로 온전한 성인이 될 수 없게됨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가족'
서로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장 든든한 울타리.
그리고 그 가족간의 소통.
저 역시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무심코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다시금 가족간의 '사랑'을 일깨워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