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독서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들에 대해선 반가움과 더불어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쁨.

그리고 내가 읽어본 책들에 대해선 작가와의 공감과 색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기에 종종 독서 에세이를 챙겨보곤 합니다.

 

이번엔 '앗코짱 시리즈'로 사랑받는 작가 '유즈키 아사코'가 고전 독서 에세이를 썼다고 합니다.

책이나 읽을걸』 

 

 

고전 속 여인들의 모습.
그들의 모습은 용감하게, 당당하게 세상을 맞선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마다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어 한껏 수다를 떨 수 있었습니다.

 

첫 장에 나온 <절망 속에서 더욱 눈비신 부잣집 아가씨의 낙관주의>의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이제 막 수도원을 나온 잔은 유복한 가정에서 듬뿍 사랑받으며 자란, 전도유망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포부는 하나같이 꺾이기만 한다. 그리고 딱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만년까지 고달픈 인생이 이어진다. 모파상은 잔의 인생을 냉담한 필치로 그렸다. 연애도 결혼도, 나아가 출산과 육아도 여성을 진정으로 구원해 줄 수 없다. 오히려 뒤통수치기 일쑤다. 여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해지는 법이다. 마치 나보다 오래 세상을 산 친구에게 잔혹한 진실을 들은 듯 명치끝이 묵직해진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과 이제 영원히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13

하지만 '잔'은 비참한 생활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냅니다.

결국 바람기 많은 남편을 포기하는 잔.

이상하지? 나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네? 지금은 마치 남을 보는 것 같아. 더는 내가 그 남자의 아내라는 생각도 안 들어. 나를 미치게 하거든. 그 인간의...... 그 인간의...... 그 인간의 무례함이 말이야. - page 14

 

그리고 그 속에 그려진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충실한 옛 친구 로잘리가 잔을 위해 달려온다. 그녀의 재등장에 비로소 마음이 푹 놓였다. 로잘리는 슬픔에 잠겨 우울해하는 잔을 위로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차 없이 질타하기도 한다. 잔의 가장 소중한 벗인 로잘리. 때로는 다정한 엄마 같다. 마지막까지 제 버릇 개 못 주고 아들에 이어서 이번에는 손녀에게 꿈을 의탁하려 하는 잔에게, 로잘리는 무뚝뚝하지만 따스함이 깃든 말을 던진다.

 

세상이라는 게 말이야. 생각만큼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또 나쁘지도 않더라고. - page 15 ~ 16

순간 이 소설이 보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잔에게 위로를 얻고 싶었습니다.

수없이 좌절하고 실망하는 저에게 전해준 잔의 희망의 불빛은 저자 '유즈키 아사코'에 의해 다시금 밝혀졌습니다.

 

그동안 읽어왔던 고전들이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왜 나는 그 순간, 그 주인공들이 전한 메시지를 몰랐던 것일까......

다시금 한 권씩 찾아 읽으며 읽고 난 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한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래야 그 주인공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고전 『위대한 개츠비』.

'데이지'만을 바라보는 '개츠비'.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해질 수 밖에 없었던 개츠비의 모습.

정말 잊을 수 없었기에 이 책에서 만났을 때 반가움과 아련함이 교차하였습니다.

그저 한 사람, 개츠비, 이 책에 그 이름을 올린 이 남자만은 예외였다. 그에게는 나도 이러한 반발을 느끼지 않았다. 개츠비, 내가 진심으로 경멸하는 모든 것을 한 몸에 체현하고 있는 남자. 만약 끊임없이 이어진 일련의 모든 연기를 개성이라고 말해도 좋다면 개츠비라는 인간에게는 일종의 현란한 개성이 있었다. 인생의 희망에 대한 고감도 감수성이랄까. 1만 마일은 떨어진 곳의 지진조차 기록할 수 있는 복잡한 기계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는 멋들어진 수식이 붙는 연약한 감수성의 예민함과는 무관했다. 그것은 희망을 발견하는 비범한 재능이자, 내가 다른 사람 안에서는 지금껏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두 번 다시 발견할 수 없을 낭만적인 감성이었다. 그렇다. 마지막으로 치닫게 되고 보니 개츠비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것이다. - page 236 ~ 237

 

사실 우리를 빛내주는 것은 재산이나 카리스마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언제나 옆에서 나를 지켜봐주는 단 한 사람. 결국은 그것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page 237

나를 지켜봐주는 단 한 사람.

오늘은 그에게 이 한 마디를 건네야겠습니다.

"고마워. 사랑해."

 

책을 읽었는데......

왜이리 가슴이 먹먹한지......

아마도 책 속에 소개된 고전들을 만나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게 되었기에, 그리고 그때 느꼈던 그 감성과 지금의 감성이 만났기에, 너무나 커져버린 감동이 벅차올랐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위로가 필요할 때 고전 한 권을 읽어내려야겠습니다.

그 속에 있는 그녀와 수다를 떨며 위로를 받아야겠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을 때, 위로를 얻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으며 여자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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