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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구리하라 유이치로 엮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일본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은 제목이 바뀐 『노르웨이의 숲』.
(제가 읽었을 땐 『상실의 시대』였지만......)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땐 조금 어렸었기에, 그리고 소설 속의 인물들의 모습은 삶과 죽음에 대해 너무 담담하면서도 고독하고도 쓸쓸하게,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그의 작품들은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그가 그린 '인간'의 모습들은 저마다의 피아노 선율 위에서 가만히, 고요하게 울리곤 하였습니다.
이번엔 좀 색다른 그의 이야기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이야기한 이 책은 그와 그의 소설, 그리고 음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습니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다양한 음악들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1980년대 이후의 음악을 선두로 록, 팝, 클래식, 재즈 총 100곡이 소개되었는데 새삼 그의 작품 속에 이렇게나 많은 음악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놀라웠고 나는 왜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는지에 대한 무지에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거의 모르는 노래들이었기에 아는 노래가 나왔을 때의 반가움이란......
<블랙 아이드 피스 <Boom Boom Pow>>
특히나 이 음악은 『여자 없는 남자들』마지막에 실린 표제작에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문맥은 이렇다. '나'에게 모르는 남자에게서 아내가 죽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엠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예전에 '나'가 사랑했던 여성으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열네 살 때 만났을 여자였다. '나'는 엠과 2년간 깊이 사랑하다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었다. 엠은 퍼시 페이스 오케스트라 등 '엘리베이터 음악'을 사랑했으며, 드라이브나 섹스할 때에도 그런 종류의 음악을 카세트테이프로 틀었다. 엠을 잃은 '나'는 엘리베이터 음악도 잃고서 이제는 차를 운전할 때 카세트테이프가 아니라 ipod으로 고릴라즈나 BEP를 듣는다. - page 56
그리고 이어진 <고릴라즈 <Feel Good Inc.>>.
이 노래를 들어보니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그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적혀있었습니다.
하루키는 최근 이 두그룹이 마음에 드는지 2015년에 기한 한정으로 개설된 사이트 '무라카미 씨가 있는 곳'에서 "즐겨 듣는 젊은 밴드가 있나요"라는 팬의 질문에 고릴라즈와 블랙 아이드 피스를 "의외로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고릴라즈는 2007년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도 달릴 때 듣기 좋은 음악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 - page 57
저 역시도 그로 인해서 찾아 듣게 된 고릴라즈의 Feel Good Inc..
이 가사가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Dont stop, get it, get it
We are your captains in it
Steady,
Watch me navigate,
Ahahahahahhaa.
Dont stop, get it, get it
We are your captains in it
Steady, watch me navigate
Ahahahahahhaa. - 고릴라즈의 <Feel Good Inc.> 중
인상깊었던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그의 작품 『1Q84』의 현실과 다른 세계, 때로는 두 사람의 주인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이 클래식.
소설 속에서 아오마메가 듣는 것은 조지 셀이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다. 한편 덴거는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다. 두 사람의 등장인물이 같은 곡의 서로 다른 연주를 듣는다.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굳이 두 가지 버전의 연주를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준비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
셀 음반의 강한 의지는 아오마메의 행동력이나 그 냉철한 성격으로 나타나며, 오자와 음반의 정열과 묘한 촌스러움은 덴고의 인물 설정 그 자체이지 않은가. 두 개의 <신포니에타>는 두 명의 인물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 page 160 ~ 161
하나의 곡에 대한 두 지휘자의 다른 해석.
그리고 그 모습을 소설 속 인물에 대치시킨 그,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명작가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동안은 그의 작품을 그저 문자로만 받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왜 그 소설 속에, 그 음악이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습니다.
그땐 그 작품 속 음악을 준비해서 소설 속 장면마다 그 음악을 들으며 보다 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머리와 더불어 가슴으로도 느끼고 싶었습니다.
왠지 이 책을 읽고난 뒤 비치 보이스의 <California Girls>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었고 그의 작품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그것은 과거의 한 시점에서 잃어버린 미래를 애도하는 행위이자, 그 도착된 시간에 스스로의 몸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실감에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면서 그곳에서 천천히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딘다. - page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