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운명과 선택 - 한국 근대 페미니즘 문학 작품선
백신애 외 지음 / 에오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이젠 낯설지가 않은 요즘.

『82년생 김지영』책은 너무나 공감하면서 읽었던 나에게 한때 이 책은 페미니즘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에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왜 우리는 아직도 '여성'이라는 조건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지......

 

그러다 과연 과거에도 '여성'이 주연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이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던 찰나에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여성

 

이 책엔 한국 근대에 태어난 여성들의 삶과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7명의 작가-백신애, 이선희, 나혜석, 강경애, 김명순, 임순득, 지하련-가 탄생시킨 여성들의 모습은 어떨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들이 그려낸 '여성'의 모습은 여성이기 전 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지를 향해, 신념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후손의 '여성'들에게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나혜석' 작가의 <경희>란 작품 속 이야기들은 인상적이곤 하였습니다.

조선사회에서의 여성 '경희'.

그녀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어느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먹고 입고만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알아야 사람이에요. 당신 댁처럼 영감, 아들에게 첩이 넷이나 있는 것도 배우지 못한 까닭이고 그것으로 속을 썩이는 당신도 알지 못한 죄예요. 그러니까 여편네가 시집가서 첩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고 여편네 두고 첩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도 가르쳐야만 합니다." - page 74 ~ 75

 

그런 그녀도 사회적 통념에 흔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경희도 여자다. 더구나 조선사회에서 살아온 여자다. 조선 가정의 인습에 파묻힌 여자다. 여자란 온량유순해야만 쓴다는 사회의 면목이고 여자의 생명은 삼종지도라는 가정의 교육이다. 일어서려면 압박하려는 주위요, 움직이면 사방에서 들어오는 욕이다. 다정하게 손 붙잡고 충고 주는 동무의 말은 열 사람 한 입같이 "편하게 전과 같이 살다가 죽읍시다."함이다. 경희의 눈으로는 비단옷도 보고 경희의 입으로는 약식 전골도 먹었다. 아아, 경희는 어느 길을 택하여야 당연한가? 어떻게 살아야만 좋은가? 마치 길가에 탄평으로 몸을 늘여 기어가던 뱀의 꽁지를 지팡이 끝으로 조금 건드리면 늘어졌던 몸이 바짝 오그라지며 눈방울이 대룩대룩하고 뾰족한 혀를 독기 있게 자주 내미는 모양같이 이러한 생각을 할 때마다 경희의 몸에 매달린 두 팔이며 늘어진 두 다리가 바짝 가슴 속으로 배 속으로 오그라들어 온다. 마치 어느 장난감 상점에 놓은 대가리와 몸뚱이뿐인 장난감같이 된다. - page 100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다잡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 김 부인의 딸보다 먼저 하나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할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그 형상은 잠깐 들씌운 가죽뿐 아니라 내장의 구조도 확실히 금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오냐, 사람이다.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찾지 않으면 누구더러 찾으라 하리! 산정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것도 사람이 할 것이다. 오냐, 이 팔은 무엇 하자는 팔이고 이 다리는 어디 쓰자는 다리냐?

경희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두 다리로 껑충 뛰었다. - page 107 ~ 108

'경희'를 보면서 그 시대는 '조선시대'인데 왜 지금의 이 시대의 '여성'에게서도 그 모습이 보이는 것인지......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라는 이 말이 자꾸만 맴도는 것은 아직도 우리는 사람이라는 것보다 먼저 여자라는 인식때문일까......

 

이 책의 마지막엔 여성문학 연구자 '허윤'씨의 해설이 담겨 있습니다.

그 속에서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김승희는 <내가 없는 한국문학사>에서 한국문학사라는 하얀 벽에 얼룩을 남기는 '여류 쥐벼룩'에 주목한다. 우리 모두 두려워하지 말고 '여류 쥐벼룩'이 되자. 글을 읽고 쓰는 욕망을 포기하지 말자. 신여성들의 삶과 글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 page 365

사회가 바뀌길 원한다면 그 전에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욕망을 포기하지 말자

라는 말.

이 말이 '신여성'이 되고자하는 이들에게, 미래의 여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