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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허은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같은 것을 바라보더라도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곤 합니다.
특히나 감수성이 풍부한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내가 느낀 감정에 또다른 시선과 감정이 더해져 때론 따스하게, 때론 냉정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우선 책 제목이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나니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또다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시인의 감성으로
새롭게 발견한
다정한 말들
과연 작가 '허은실' 씨가 저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을 왜 하필 '건다'라고 하는 걸까요.
어디에 거는 것일까요.
그들은 말을 걸어오는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해서
미끄러지거나 떨어져버리는 건 아닐까요.
...
사랑도 말을 거는 것.
떨리는 마음을 수줍게 건네보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어쩌면 가난한 사랑에 생을 걸고 목숨을 걸어서. - page 19
그렇게 시작된 건넨 말들.
그동안 알던 말들이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그 말들이 가슴에 하나 둘 새겨지면서 따스한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행운을 빌어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행복을 빌어요'라는 말은
'행복하세요'라든지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이런 인사보다
조금 더 무겁지만 미더운 느낌도 듭니다.
그건 그 말에 생략된 주어가 '나는'이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우리 삶의 기본값이 '행운 없음'이란 것을
전제하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새로운 이정표 앞에 선 당신께
부에나 수에르테. - page 119
무심코 건네던 '행복을 빌어요'라는 말이 이런 의미를 갖고 있을 줄이야......
그래서 내가 알던 것을 당신에게 전할 땐 보다 아름다운 의미로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어느덧 차가운 바람의 기운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봄'이 찾아오기 때문인가 봅니다.
한 음절의 말들은
그가 표상하는 모든 것을 그 혼자서 감당하기 때문에 외롭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두를 홀로 거느라고 있기 때문에 의연합니다.
간절한 것들은 짧습니다.
그걸 호명하느라 지체될 시간조차 최소화하려는 듯.
그것들은 그만큼 긴급하기 때문일까요.
누군가에겐 '물', 누군가에겐 '피'.
'숨'이나 '잠', '약'이나 '술', '시'나 '책'같은 말들도 그럴 때가 있죠.
그 누군가에겐
'너'라는 말이 그럴 겁니다.
그 어떤 이에게 또 얼마나 간절했으면
이 한 음절이 되었을까요.
유독 이 계절만 말입니다.
봄!
봄이 그래서, 오나봅니다. - page 292 ~ 293
그래서 우리의 '삶'이, '너'라는 그대가, '봄'이 간절하면서 그리웠나봅니다.
한 단어, 한 단어들이 제 안에서 꽃봉오리가 되어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땐 꽃들이 되어 화사한 꽃나무가 될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봄을 맞아 이 책과 함께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면 화사한 핑크빛 벚꽃처럼 피어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