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1학년
고쿠보 다케루 지음, 소은선 옮김 / 단디(도서출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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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술 중엔 '맥주'를 좋아합니다.

왠지 하루의 마무리를 맥주 한 캔으로 하게되면 뭔가 성공한 느낌(?)이랄까......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부터 간간이 마시던 맥주를 지금까지도 가끔 즐겨 마시곤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와인'에 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낼 땐 맥주보단 '와인'이란 느낌이 들어서......

(겉멋일지라도......)

그래서 기념일엔 '와인'을 사다 마시곤 하지만 왜 내 입맛엔 떫은 맛만 느껴지는지, 왜 사람들은 와인을 즐겨마시는지, 도대체 와인은 왜이리 종류도 많아서 고르기 힘들게 하는지......

제대로 알고 마시기 위해 책을 찾다가 눈에 띤 책이었습니다.

『와인1학년』 

 

와인 일알못?!

이건 내 얘기잖아!!

이 책과 함께 '와인1학년'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전학생'.

미각도 연봉도 평균인 샐러리맨.

그의 등장은 대학 친구와 함께하는 파티에서 와인을 사 오라는 명을 받으며 시작하게 됩니다.

'맛있는 거로' 사 오라고 했지만 와인이 뭐 다 똑같잖아.

...

(시음 후)

어떠세요?

잘 모르겠지만

맛있는...것 같네요.

...그럼

이걸로 - page 26 ~ 27

 

그러다 헤롱헤롱~

잠에서 깨어난 '전학생'에게 다가온 '점원', 아니 '와인학교강사'.

지금...

와인 세계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어요.

그래서 이 위기에서 구해 주면 좋겠어요... - page 29

라며 와인에 대한 강의가 시작됩니다.

 

첫 시작은 역시 '미각'이었습니다.

솔직히 좋은 와인, 맛있는 와인의 정의가 궁금하였습니다.

다른 이가 추천한 와인도 마셔보았지만......

내 입맛과는 맞지도 않고, 내 입맛은 초딩입맛인가라며 자책아닌 자책도 해 보았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의 와인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와인은 기호품이기 때문에 맛있다고 느끼는 기준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미각은 혀의 경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비싼 와인을 사려고 하지 말고 저렴하고 주스 같은 스타일의 맛있는 와인부터 마시기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고나서 주스 스타일의 맛있는 와인이 어딘가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오면 이해하기 어렵고 맛있는 와인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솔직히 필자도 직업상 다양한 와인을 마셔 봤지만 갑자기 주스같이 달콤한 맛이 나는 와인이 마시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맛있다면 어떤 와인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맛있다는 표현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page 37 ~ 38

괜히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추려고 했으니 더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봅니다.

어차피 내가 마시는 것이니 내 입맛에 맛있다면 그것이 좋은 와인인 것을!

그리고 마시다보면 어느새 와인잔을 돌리며 향과 풍미를 느끼는 순간이 올 것임을!

너무 조급하게, 남의 미각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씩 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전학생.

어느새 교복을 입고 본격적인 와인의 나라들에서, 그 나라만의, 지역만의 특징을 담은 와인에 대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남프랑스 프로방스 & 랑그도크 지방의 <꿀꺽꿀꺽 마시고 싶을 땐 냉장고를 남프랑스로 채우자>.

'저렴하고 맛있다'라는 컨셉을 내세운 저가 이미지가 강한 '랑그도크 와인'.

이 와인의 매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랑그도크 와인은 한 병을 신중하게 골라 구입하는 와인이라기보다, 통 크게 팍팍 대량으로 사 놓고 여럿이서 와인을 물 마시듯 벌컥벌컥 마시려는 사람의 구매 용도에 잘 맞는 와인일 겁니다. 나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마시자고요. - page 206

맥주 애호가인 저의 기호와도 맞는 것 같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벌컥벌컥 마신다니......

맥주의 짜릿함은 없겠지만 고급스러움은 남겠죠?!

 

미극의 <단순하고 맛있는 와인이 마시고 싶을 땐 미국 와인을 고르자>.

역시 '미국'답다는 표현이 정확하였습니다.

미국 와인은 알기 쉬운 와인이 많습니다. 미국인들의 기질 때문일까요? 어떻게 설명하며너 좋을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지만 섬세한 맛을 조용하게 즐기기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여럿이 함께 바비큐 먹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확실히 전해집니다.

아무튼 저래 보여도 역시 대단한 나라 미국은 와인 전문 대학까지 만들고 과학 기술을 이용해 와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NASA의 인공위성이나 GPS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도 하고 지형을 3D로 변환하거나 일조 시간, 밤낮의 온도 차, 배수 등의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포도밭이 될 만한 장소가 어디인지를 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장인의 직감적인 판단을 흡사 ID야구처럼 수치로 대신 보완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그런지 나름대로 맛이 좋습니다. - page 246 ~ 247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와인......

아무리 그래도 장인의 직감, 땀까지 IT가 따라잡을 수 없기에 '고급'이란 표현을 쓰긴엔 조금 역부족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전학생, 아니 샐러리맨.

이제는 시음을 하면서 진정 '맛있는 와인'을 사 들고 친구들의 모임에 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맺음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와인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지만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품위가 절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이성의 인기를 독차지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

다만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와인을 제대로 마셔 보자고 결심한 후, 관심을 기울이니 '음미'라는 행위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 점입니다.

...

사실 필자에게는 와인도 그런 대상이었습니다. 항상 수다에 빠져 있거나 매번 딴생각에 잠긴 채, 와인을 단지 술이나 음료로 생각하면서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한 번 새삼스레 나만의 시간을 멈추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순간 '좋다!'라고 느꼈습니다. - page 300 ~ 301

와인을 마시고 싶었던 이유를 저자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 시간을 멈추고 와인 한 모금에 즐기고 음미하는 순간에 외치는 이 한 마디,

"좋다"

이 행위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와인1학년'을 수료했으니 이젠 '와인2학년'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과연......2학년에 '전학생'이 다시 나타날지, 그 날은 언제일지......

그땐 저도 조금은 와인을 즐길 줄 아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입문한 사람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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