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학교 - 끄덕끄덕, 꿀꺽꿀꺽, 가끔 문학
가나이 마키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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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은 하루의 마무리를 '캔맥주'와 함께 하곤 합니다.

술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이 살짝 들어가면 느낄 수 있는 기분은 어떤 이의 위로만큼이나 짜릿하면서도 달달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술집 학교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끌렸습니다.

끄덕끄덕, 꿀꺽꿀꺽, 가끔문학

아마 이 말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무심코 '술집 학교'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일까......

책을 받자마자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었고

책을 읽으면서는 이 술집의 단골들에게서 느껴지는 사람냄새와 더불어 술을 꿀꺽꿀꺽 마시게 되었으며

책을 읽고나선 '마키'가 전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의 장을 채우면서 '술집 학교'라는 문학-즉, 에세이-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이었을 때, '구사노 신페이'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에 들어가서 그를 주제로 논문을 쓴 '마키'.

그가 인생의 마지막에 하던 가게가 술집 '학교'라는 것을 알고 그곳을 찾아가게 됩니다.

모르는 땅, 모르는 풍경이야말로 홀로 보러 가야 함을. 그러면 반드시 뭔가 일어난다. - page 17


그렇게 시작된 술집 학교와의 인연.

단골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등장을 합니다.

오늘도 등교하셨네요~!


'학교'라는 비좁고 어두운, 술병과 라디오와 재떨이와 국어사전이 자연스레 놓인 공간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작은 드라마. 정확히 말해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드라마. 그렇지만 언제나 하룻밤 한정의 드라마. 나는 거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page 68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 속에 담긴 우리네 '인생'이 엿보여서 자꾸만 피식거리며 웃음이 새어나가곤 하였습니다.

마치 <심야식당>의 술집버전과도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술집 학교'는 신페이 씨의 시 「겨울잠」의 의미를 담고있는 듯 하였습니다.

검은 점.

그곳에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그리고 그들을 언제든 품어줄 '자궁'과도 같은, 그래서 그들의 인생이 모아모아 하나의 점이 된 그곳, 술집 학교.


하지만 오래 갈 것만 같았던, 그리고 계속 있었으면 하는 학교는 어느새 '폐교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체력이 약해진 '레이코'씨.

그렇게 폐교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학교'라는 비좁고 어스레한 공간은 인간의 희로애락 따윈 개의치 않는 풍정이기에 담담하게 여느 때처럼 시간을 새겨 나갔다. - page 212


마지막 10월 31일.

다들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이제는 가슴 속에 묻어야할 '학교'의 마지막엔 '술' 대신 술잔을 채운 건 그들의 아쉬움과 눈물이었습니다.

올려다본 신주쿠의 밤하늘은 탁한 잿빛. - page 234


어딘가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어느새 위로를 받게 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술집 학교'.

'단골'이기에 가능했고, 그 단골들을 언제나 묵묵히 받아주는 '주인(교장)'이 있었기에 그들의 사연이 한 잔의 술이 되어, 안주가 되어 깊어가는 밤을 곱씹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단골'집이 있다면......

내 마음놓아 위로를 받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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