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악아 지음 / 봄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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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너무 고구마 같았던 예능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아직도 저런 시어머니가 있나?! 라며 말그대로 '이상한 나라'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나온 '며느리'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파 더 이상은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목부터 이 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읽어야함을 느꼈습니다.

저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요..』 

 

지금까지 내가 하고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우리집의 귀한 자식인데......


이제는 결혼 5년차.

하지만 왜 시간의 흐름과는 무색하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은 '시댁'은 어렵고도 어려운 곳이기만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겉도는 느낌과 소외는 어쩔 수 없는 내 몫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공감을 얻고 싶었습니다.


저자의 이름이 '악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악아?!

모지?

알고보니 시어머니가 부르는 '아가'라는 부름이 '악아(나쁜 아이)'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시월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첫 장부터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참아."

"네?"

"이기지 말고 참아요. 본인만 참으면 모두가 다 행복해." - page 15

정말로 결혼하기 전부터 지금까지도 줄곧 듣는 이야기입니다.

'나'만 참으면 된다고.

이젠 참을 인(忍)을 수없이 그려보아도 참을 수 없음에, 그렇게 할수록 나만 더 초라해짐을 느끼기기에......

그래도 결국은 또 참아야함을......

그랬더니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만 참으면 모두가 행복하다. 나만 참으면......'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나는 우리 모두의 행복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며느리로 서 사명감을 가슴에 품고, 참고 또 참으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결혼 4년 차, 이제 와 돌이켜보니 강 선생님의 말씀에는 작은 오류가 있었다.


'나만 참으면 모두가 행복하다'가 아니다.

나만 참으면 '나를 뺀' 모두가 행복하다. - page 15 ~ 17

그랬습니다.

'나를 뺀' 이들만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나만 참는다는 건 결국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제 남편도 아직은 '좋은 아들'의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시댁에 가면 아이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뒷전, 쉬겠다며 잠을 자는 건 기본이고 간만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어머님과 둘이 앉아서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기를 하느라 거실에서 까르륵~

저는 부엌의 식탁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곤 합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여태껏 결혼이 뭔지 모르고 있었고, 어머님은 당신을 결혼시킬 준비가 안 되셨네."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나는 한 배를 탔다. 그 배가 나아갈 방향과 속도,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오로지 배에 탄 우리 둘의 몫이다. 남편은 그 사실을 간과했다. 부모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키를 돌릴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다. 자고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남편과 내가 탄 배는 정원초과다. 결혼과 동시에 부모님의 품을 떠났는데, 남편은 여전히 아들로서 책임감이 1순위였다. 시부모님 역시 아들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남편을 원했지 누군가의 아들을 바랐던 것이 아니다. 이건 명백한 제품 하자다. 무상 A/S 또는 반품이 시급하다. - page 80 ~ 81

너무나 공감하였던 이야기.

그래서 더 가슴아팠던 이야기.


다가오는 명절.

벌써부터 긴장감과 소외감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시가에 가면 내 자리가 없다.


식사를 하고 나서 다른 식구들은 돌아갈 각자의 방과 정해진 자리가 있었다. 아버님은 소파 한가운데 앉아 리모컨을 돌리고, 어머님은 안방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시누이와 남편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뭔가에 몰두했다. 나만 내 자리를 찾지 못하고 하릴없이 거실과 주방을 오갔다. 어딜 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겨우 내 자리인가 싶어 들어간 화자아실에서 마주한 것은 나란히 꽂혀 있는 시가 식구들의 칫솔이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집에서 챙겨온 칫솔을 칫솔꽂이 대신 세면대 한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밖에서는 떵떵거리며 큰소리를 치다가도 '며느리' 자리에만 서면 이상하게 작아졌다. 남의 집 주방에 들어가 쭈뼛쭈뼛 설거지하고, 시어머니의 차별 대우에도 반박하지 못했다. 눈치를 보고,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런 나의 처지를 푸념하면 모두가 며느리는 '원래' 그런 거라며 그냥 받아들이라 했다. - page 122 ~ 123

내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을 땐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저자의 위로.

'며느리니까 다 그런 거지' 말고, '며느리가 어때서. 그러지 않아도 돼' 한마디가 필요하다. 시가의 비정규직 며느리의 자존감 회복을 위하여. - page 124

이번엔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나에게 되뇌어 주어야겠습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착한 며느리?

그게 뭐 그리 중요해?

굳이 사랑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당신 역시도 귀한 딸이니까 자신을 먼저 생각해도 돼.

아마 '며느리'의 역할을 해야할 때마다 이 책을 읽고 또 읽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위로를 얻기 위해, 나를 위해......


오늘도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속앓이를 하는 이들에게 당신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 너무 애쓰지 말라는 위로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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