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빵을 굽다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쓰카모토 쿠미 지음, 서현주 옮김 / 더숲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워낙에 '빵순이'로 불릴만큼 빵을 좋아하는 저에게 무심코 눈에 들어왔던 책이었습니다.

달을 보며 빵을 굽다』 


조금 의아했습니다.

빵을 만드는데 왜 달을 보면서 빵을 굽는다는건지......

달의 움직임이 빵과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

그럼 보름달이 떴을 때 사 먹는 빵이 제일 맛있다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달의 움직임에 따라 20일간 빵을 굽고, 10일은 여행을 떠나는

어느 빵집주인에게서 일과 삶의 의미를 찾다


여행하는 빵집, '히요리 브롯'.

달의 주기에 따라 제빵 스케줄을 정한다고 합니다.

음력 초하룻날부터 보름을 지나 5일간 월령 0일에서 20일 사이는 빵을 만드는 시간이다. 보름달이 뜨고 6일 후부터 그다음 음력 초하룻날까지인 월령 21일에서 28일 사이는 빵을 만들지 않는다. 그 시간은 오롯이 생산자와 식재료와의 만남을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

쉽게 말해, 생산 시스템 자체가 생명체이고 인간 역시 그 생명체의 변화에 따라 생활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오가닉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 page 25

그러므로 달의 주기에 따라 빵의 재료들이, 효소의 작용이 달라지기에 최상의 조건하에 빵을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기에, 특히나 이 모든 재료나 만드는 과정에서 '생명체'가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빵'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빵을 만들기 전 '청소'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청소에 정성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가르쳐도 성장하지 않는다."

...

"매일 해야 하는 청소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빵을 만들 때도 어딘가 한 군데는 반드시 소홀하게 되어 있어. 그런 사람이 좋은 빵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지."

...

빵은 여러 공정을 거쳐서 완성된다. 그 단계마다 정성을 다하기에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 청소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빵을 만드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 page 81 ~ 83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점.

이는 빵 만드는 것 뿐만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청소'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함을, 가장 기본적인 일부터 차근히 해 나가야 비로소 빛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저자의 빵 만드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사회를 바꿔가는 일은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 나는 나답게, 작지만 매일의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싶어."

매력적인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는 온라인 판매라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들과 무슨 일이든 같이 해나가면 된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히요리 브롯의 가치관이 탄생할 수 있었다. - page 159


나는 초기투자금이라는 부담과 많은 불안요소들을 애써 외면하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때 가장 먼저 주문해준 사람들이, 함께 걱정해주면서도 응원의 마음으로 나를 지지해준 전 직장동료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홍보대사가 되어 다 같이 SNS에 히요리 브롯의 광고를 올려주기까지 했다. 자신에게 걸맞은 직업을 찾아 열정적으로 일하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봐주었다. 내가 성장하는 모습에 함께 기뻐했고, 훌륭한 결과물을 널리 알려주었으며, 그것으로 기쁨을 느꼈다. 내게 그 친구들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회사생활을 하며 쌓은 인맥이 없었더라면 히요리 브롯의 첫해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해내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행동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그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매일 빵을 만들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 나의 인생을 만드는구나.'

친구들을 떠올릴 때마다 절실하게 느낀다. - page 160 ~ 161

작지만 매일의 행복을 느끼며, 특히나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알지만 막상 하기 어렵기에 더없이 그런 삶을 바라고 또 바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인연'의 의미.

인연이 있기에 우리의 인생이 조금은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무심코 빵을 보며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빵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까?'

 이 빵 하나엔 어떤 이가, 어떤 재료로, 어떤 방법과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하였습니다.


단순히 먹는 것으로만 여겼던 '빵'에서 이젠 누군가의 '인생'이 그려져있기에 조금은 소중히,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습니다.


오늘도 빵 하나와 나의 인연을 맺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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