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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에 살면 원하든 원하지않든 온갖 소음과 화려한 조명에 노출이 되곤합니다.
그래서 더 지치곤 합니다.
요즘들어 '한달살기'가 인기를 끌곤 합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즐기며 살아가는 것.
말 그대로 '힐링'을 하기 위해 한달살이를 하곤 합니다.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예은'씨도 한달살이를 합니다.
일본의 소도시 '다카마쓰'에서......
<프롤로그>에서 그녀가 그곳으로 떠난 이유가 나왔습니다.
'도시'라는 병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병, 자마시라도 멈추어 있으면 조급해지는 병, 소비가 아니고선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병, 필요한 물건이나 정보가 있으면 그때그때 손에 넣어야 적성이 풀리는 병, 그리고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더욱 심화하는 병.... - page 5
'도시'라는 병.
치열한 경쟁 속, 자신의 존재보다는 결과물이 존재하는, 그래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가 무색한......
아마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병이었습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그녀는 인본 남서쪽 시코쿠 지방에 자리한 항구 도시 '다카마쓰'.
첫 장엔 <푸드 테라피>가 나왔습니다.
역시 '음식'이 주는 위로란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또다시 느꼈습니다.
저에겐 '우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동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이다. 면의 재료는 밀가루와 물, 소금이 전부다. 멸치와 말린 생선, 간장 등으로 맛을 낸 육수나 다양한 토핑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중심은 결국 면이다. 특히 가가와의 옛 지명 '사누키'를 붙인 '사누키 우동'의 면은 두께가 두툼하고, 표면은 살아 있는 오징어처럼 매끈하며, 속은 탄력이 넘친다. 후루룩 삼켰을 때 찰랑거리며 내려가는 목 넘김이 예술이다. 아무리 맛있는 고명을 올려도 면이 어설프면 형편없는 우동이 되고, 반대로 면이 맛있으면 간장에만 찍어 먹어도 훌륭한 우동으로 친다. 현란한 테크닉도, 별다른 양념도 없이 흰 면만 덩그러니 올라간 우동 한 그릇은 무엇이든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본질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 page 31 ~ 32
정말 단순하지만 맛있는, 특히나 너무나도 유명한 『우동 한 그릇』소설이 떠오르면서 소설 속 우동집 주인 내외의 따스한 마음이 더해져 더 인상적이었나봅니다.
그리고 <워킹 테라피>도 인상깊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으면서 '걷기'의 매력에 빠졌었는데 이 책에서, '다카마쓰'의 고즈넉한 풍경은 지친 우리에게 명상이기도 하고, 순례이기도 하고, 치유이기도 한 걷기를 허락하는 길들이 있었습니다.
한때 나는 열정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나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 『걷는 사람, 하정우』 page 41
특히 제가 가고 싶은 곳은 <바다의 신을 향한 1,368개의 계단 / 고토히라>였습니다.
얼마나 높이 가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걷느냐가 더 중요한 길이 있다. 고토히라궁의 1,368개 계단이 그런 곳이다. 등산로로 내버려 두지 않고 일일이 돌계단을 놓은 것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란 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만 급급한 도시인의 습성을 버리고, 계단의 개수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안전과 행복을 바라며 걸으리라 다짐했다. 어쩌면 혼자만의 편익이 아닌 다른 이의 치유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의 여유야말로 나와 내가 사는 도시에 꼭 필요한 '힐링'이 아닐까. - page 215
이 곳 '다카마쓰'는 그야말로 '치유'의 곳이었습니다.
음식과 예술, 그리고 자연.
이 3박자가 하모니를 이루어 지친 이에게 허기를 달래주고 그 속에 여유와 감성을 채워 치유를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만 읽었을 뿐인데도 저 역시도 '치유'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마지막 장에 <추천 여행 코스>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소도시에 대해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저자처럼 한달살기를 하고플 땐 이 책을 토대로 계획을 세우면 위안을 얻을 수 있음에, 여행 계획이 없는 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또 다른 소도시에서의 한달살기.
이런 책들이 보다 많이 나와서 지친 이들에게, 떠나고픈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