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정다이 지음 / 경향BP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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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두 시.

저는 어김없이 주방에 나와 식탁에 불을 켜고 책을 읽곤 합니다.

때론 허기진 배를 달래기위해 야식과 함께하곤 하지만......


어제의 끝과 오늘의 시작 사이인 밤 열두 시.

저는 그 시간을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아 유독 좋아하는데 마침 눈에 띤 책이 있었습니다.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저자 '정다이'씨가 끓여주는 라면.

그 라면의 맛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입니다.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허기가 진다는 것이었고

마음이 허하다는 것이었으며

외롭다는 것이었고

울고 싶다는 것이었고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 page 4

저 역시도 그랬나봅니다.

열두 시에 혼자 나와 책을 읽는다는 것.

허기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어서

속으로 삭힌 마음의 이야기를 책과 함께, 그렇게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연말이 되면 끝과 시작의 교차점에 서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진다.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고, 무언가를 다짐하게 된다.


이번 해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이것저것 웃을 일이 많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슬퍼할 일이 하나씩 늘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가슴 아플 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 page 28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하나 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기뻐하고 축하해야할 일들도 있었지만 조금씩 늘어가는 슬픔.

그 슬픔을 감당하는 방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해 자꾸만 외면하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처는 고스란히 제 몫으로 남겨짐은......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게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읽으면서 마치 제 얘기와도 같았던 <집에 가고 싶다>.

언제부턴가 웃고 떠들며

즐거운 듯 부대끼는 자리가

더 외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끄러우면 시끄러울수록 나는 더 조용해지고

북적이면 북적일수록 나는 더 혼자가 되었다.


웃고 있으면서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음식을 씹으면서 뱉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대화를 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외로운 섬 5개가 떠 있는 바다가 떠올랐다.


"집에 가고 싶다."


한 마디를 남기고 일어섰다.


집, 집에 가고 싶었다.

택시기사님께 무작정 집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집에 가고 싶어요."


그날 나는,

집에 가면서도 집에 가고 싶었다. - page 162 ~ 163

지금은 한 가정을 꾸리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때론 저 역시도 '집에 가고 싶다'고 속으로 외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 집엔 나를 묵묵히 안아줄, 응석을 부릴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신 곳.

요즘 많이 지쳐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으니 자꾸만 마음 속에서 외치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너무나 씁쓸하였습니다.


그래도 <허기진 일상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외로워도 내일이 있다는 뜻이었고

보고 싶어도 괜찮다는 뜻이었고

살아 있따는 뜻이었으며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왠지 오늘 밤엔 라면을 끓여야겠습니다.

마음의 허기, 영혼의 허기를 달래며 내일의 희망을, 사랑을 채워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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