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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콜린 더브런 지음, 황의방 옮김 / 마인드큐브 / 2018년 11월
평점 :
'실크로드'.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면서 정치ㆍ경제ㆍ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의 총칭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일명 '비단길'이라고도 칭하는 그 길.
그 길의 발자취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책을 통해 간간이 듣곤 하였습니다.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던 그 길.
그 길을 따라간 이가 있었습니다.
'여행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갖춘 프로 여행가' 인 '콜린 더브런'.
그의 여행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실크로드』

책장을 펼치니 여행자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의 발자취, 실크로드.
그 길을 따라 동행을 하고자 합니다.

그는 왜 그 길을 가려고 한 것일까......?
저 역시도 의문스러웠습니다.
때로는 희망과 육감, 성급한 확신에서 여행이 시작된다.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어가면서 "그래, 여기 여기가 세상의 신경의 끝이지......" 하면서.
그곳에 가야 하는 백 가지 이유가 등장한다. 그곳의 인간들과 접촉하고 싶어서, 빈 지도를 인간으로 채우고 싶어서, 그곳이 바로 세상의 심장이니까, 변화무쌍한 신앙의 형태를 접하고 싶어서, 내가 아직 젊기 때문에, 그래서 흥분을 갈망하니까, 내 신발로 먼지에 자국을 내고 싶어서, 내가 늙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무언가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싶어서....... - page 16
이 수많은 이유로 인해 그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실크로드는 한 가닥의 도로가 아니다. 그것은 지중해까지 뻗어 있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로망이다. - page 48 ~ 49
그렇기에 실크로드를 여행한다는 것은 흡사 유령을 따라가는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희미한 흔적을 따라 그저 자신의 선택으로 향하는 그 길엔 때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여행기는 어느 여행기와는 달랐습니다.
그 흔한 사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그의 문장이 선명하게, 인상깊게 다가왔고 눈으로 하는 여행이 아닌 오롯이 저자의 목소리로 떠난 여행이기에 더 그와의 동행이 애틋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의 여행기엔 '사람'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 길 위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그 대화 속에 '정'이 있었고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실크로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중국 시안에서 출발하여 터키의 안티오크까지의 여정, 1만 2천 킬로미터.
긴 여정 속에서 인상깊었던 그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전설은 어디에나 서릴 수 있다. 마나스도 황제와 마찬가지로 그 자신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다. 민족은 철학자 레난이 말한 것처럼 진정한 과거가 아니라 그 민족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민족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고 무엇을 잊어버리느냐에 의해 속박된다. - page 284
이 이야기가 마치 '실크로드'가 오늘날까지 존재하게 된 이유를 밝혀주는 것 같았습니다.
적도 길이의 4분의 1이나 되었던 두 제국 사이의 통로가 두 제국의 모든 재난을 걸러주었는지도 모른다. 실크로드가 쇠퇴하면서 중국과 로마가 다 같이 전쟁에 휩쓸렸으니 말이다.
나는 검은 모래 위를 걸어 방파제로 갔다. 해변 가까이의 바닷물은 청록색이었다. 그러나 동쪽 하늘을 보아도, 서쪽 하늘을 보아도, 하늘은 나의 상상의 귀향을 축하하는 푸른빛이 아니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 page 524
아마 그의 귀향 뒤에 남겨진 이야기가 많아서일까......
그와 함께 떠난 '실크로드'는 때론 힘겹기도 하였지만 그 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역사는 계속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와는 다른 또 다른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그 길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가 되고 우리와의 소통으로 이루어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실크로드' 뿐만아니라 '시베리아'로의 여행에세이를 썼다고 합니다.
과연 그 길엔 어떤 이야기가, 어떤 사람 냄새가 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밤엔 그와의 실크로드 동행을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