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안는다 - 오늘을 일상을 순간을 그리고 나를
심현보 지음 / 미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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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t윤미래의 <시간이 흐른 뒤>.

지금까지도 가끔 이 노래를 틀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특히나 이 가사.

As Time Goes by 난 여기 있어줄께
셀 수 없는 밤이 지나도 사랑했던 그대로
혹시라도 너 돌아오게 되면
단 한번에 나를 찾을 수 있게
As Time Goes by - t윤미래의 <시간이 흐른 뒤> 중에서


이 가사를 쓰신 분.

이 책의 저자 '심현보'씨였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가볍게 안는다


노래가사처럼 이 책에서 전하는 그의 이야기도 오랜 울림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결국 '나의 나'에 대한 얘기들은 '당신의 당신'에 대한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당신도 모두 좋아할 리야 없겠지만 어쩌면 몇 개쯤은 비슷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나의 나'를 가만히 생각해보는 동안 당신도 '당신의 당신'을 조용히 생각해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어 있고, 이제 그것들의 제일 앞에 스스로를 놓아보기로 했으니까. 내가 나를 충분히 좋아해야 타인도 나를 좋아해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니까. 좋아한다는 건 소중하다는 거고 소중한 게 늘어간다는 건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행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니까. - <PROLOGUE>중에서

남보다 '나'를 더 소중히 여겨야하는 이유......

다른 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위로를 받은 이유......

결국 그들이 전한 이야기가 '나의 나'에 대한 이야기였고 스스로를 좋아해야 소중해지는 것을, 그래서 남들도 나를 좋아해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나'......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묻고 또 물으며 나만의 에세이 한 권이......

그렇게 가슴 속에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신발장을 정리한다는 것은>의 첫 문장은 이러했습니다.

신발장은 그런 곳이었다. 함부로 정리 같은 걸 하겠다고 섣부르게 팔을 걷어붙이고 그래서는 안 되는 곳. 신발을 정리하겠다고 문을 열었다가 지난 몇 년 치의 자신과 만나게 되는 곳. - page 89

저 역시도 얼마 전 '정리'를 하고자, '새 마음', '새 출발', '미니멀라이프'를 하고자 무심코 '신발장'을 열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정리를 하려고 신발 하나 하나를 보는데 선뜻 버리지 못하고 다시 신발장에 고히 넣어두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추억이 있기에...

미련이 남아서......

마치 내 모습인 것 같아서......

저자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제 쓸모가 다했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도

그 존재 자체가 쓸모인 것들도 있고,

아직 쓸 만하고 용도가 많은데도

별로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물건도 사람도 그렇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나는 어떤 신발인가 싶어서,

괜히 신발장을 한 번 더 열어보았다. - page 94

나는 어떤 신발일까......

화려하고 비싼 신발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을 같이 하여 내 발에 딱 맞는,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추억을 간직하여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신발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았습니다.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일상.

그 속에 저자의 시선이 닿으면 마치 따스한 온기를 품은 언어로 다가와 잔잔한 발라드로 제 마음 속에서 울리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시선을 따라 저 역시도 고개를 돌리고, 눈길을 주며, 짧은 대화라도 하고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그렇게 책을 읽어가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게 '나의 취향'이다.

그러니 거기에는 레벨이나 수준이 없다. 논리와 객관도 필요없다. 오로지 다양성과 '나'만 존재한다. 취향으로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누군가를 의식할 것도 없다. 다양하게 좋아해보고 나에게 맞는 걸 찾으면 그뿐이다.

그리고 존중하고 좋아하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취향'을. 그게 나의 색깔이고 톤이고 마음의 방향이고 결국 '나'니까. 취향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 page 209

순간 나의 '취향'이 무엇이었는지 잊고있었습니다.

아니,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정 '내'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맞는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야겠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그렇게 모으다보면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생각난 노래가 있었습니다.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이 책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 있어줘서 그게 너라서
가끔 나에게 조용하게 안겨주어서
나는 있잖아 정말 남김없이 고마워
너를 따라서 시간은 흐르고 멈춰

물끄러미 너를 들여다보곤 해
너를 보는 게 나에게는 사랑이니까
너의 모든 순간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올라 나는 온통 너로.
니 모든 순간 나였으면. -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중에서

이 가사가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가끔 내 속의 '나'의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 읽으면서 그가 작사한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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