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나무 일기
리처드 히긴스 엮음, 허버트 웬델 글리슨 외 사진, 정미현 옮김 / 황소걸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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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사랑했다는 남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실 그를 알고 있었습니다.

『월든』이란 책을 통해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살면서 자연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하며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지칠 때 가끔 꺼내 읽어보는 책 중 하나였습니다.


다시 소로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 『소로의 나무 일기』.

 


이번엔 나무를 통해 그는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건넬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우선 책의 차례를 살펴보니 그가 나무를 사랑하면서 점점 나무를 닮아가 나무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본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그 나무를 향한 그의 시선이 느껴졌고 마음이 느껴졌으며 그로하여금 기쁨과 위로를 얻곤 하였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의 새로운 친구, 키다리 사시나무>를 읽으면서 꾸준히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음을 이 나무를 통해서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 나무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다. 혹시 그 나무를 찾으라고 나를 보낸 거라면,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만하다. 그 나무는 여름내 그리고 오랜 세월 우연히 스칠 뿐, 내게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진홍참나무를 본 바로 그 언덕 꼭대기를 향해 다른 길로 걸어가던 중, 근처 수 킬로미터에 걸쳐 눈에 들어오는 다른 모든 나무가 불그레하거나 초록색인 가운데, 일몰 직전 시선을 돌렸다가 노란색 때문에 나의 새로운 친구를 알아봤다. 그 색깔이 곧 그 나무의 명성이며, 결국에는고독한 무명의 세월 속에 살아온 보상이리라. 노란 사시나무는 사방의 풍경 속에 단연 돋보이며, 모두의 이목을 끄는 대상이다. 숲 속 합창단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 page 70 ~ 71

'사시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묵묵히, 그렇지만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그리고 <나의 두번째 성장>.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무'를 통해서 바라보았지만 결국 '인간' 역시도 그러했고 이는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자연의 모든 면면은 한 생명의 소멸이 다른 생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임을 가르쳐준다. 참나무는 껍질 안에 비옥하고 깨끗한 흙을 남겨둔 채 땅에 쓰러져 죽는다. 이런 식으로 어린 숲에 강건한 생명을 나눠줄 것이다. 소나무는 메마른 모래흙을 남기고, 더 단단한 나무는 굳세고 기름진 흙을 낸다. 이렇게 끊임없이 닳아 없어지고 썩어가는 것은 장차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나는 지금 살아가는 대로 거둘 것이다. 내 안에서 지금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자란다면, 한 번도 쓰이지 않은 나의 흙으로는 앞으로 참나무를 키워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소나무와 자작나무, 어쩌면 잡초와 가시나무도 두루 자란다면 나중에 나의 두 번째 성장을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다. - page 168

나 역시도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닳아 없어지고 썩어가는, 그래서 내 성장의 밑거름을 만드는 중이기에 너무 힘들어하거나 주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책을 다 읽고는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고요한 세상.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가 나에게 다가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나무'를 보러 잠시 바깥에 나갔습니다.

지금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앙상한 가지를 지닌 채 있지만 그 밑엔 든든하게 버텨줄 뿌리가 있었고 그를 지탱해 줄 흙이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왠지 든든한 위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계절마다 변하는 나무.

이젠 이 나무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같기 때문에......

잠시나마 그들에게 기대고픈 마음이 들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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