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 이생진 산문집
이생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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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그리고 '바다'.

왠지모를 씁쓸함을 느끼곤 합니다.


여기 우리나라 대표 섬 시인 '이생진'씨가 전한 담백하고도 씁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아직 그의 시를 접해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를 만나기 전 그가 전하는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야 비로소 '시'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방엔 바다.

그 섬을 찾아오는 새들.

그리고 해와 바람, 별......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눈을 감고 귀를 열어 마음으로 들어야 들리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차마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때론 차갑게, 고독하게, 쓸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그가 쓴 시가 궁금하였습니다.

꾸밈없이 다가올 것 같아서, 그래서 '나'를 자연스레 안아줄 것만 같았습니다.


그가 '섬'을 좋아하는 이유.

나이 들면서 무슨 이유인지 유배된 기분으로 살아야 했을 때 먼섬으로 나를 떠나보내고 싶었다. 내가 나를 유배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혹한 짓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말았다. 그것이 나를 시인으로 키운 것인지, 아니면 시야 됐든 안 됐든 그 근처에서 살게 한 것은 내가 나를 섬으로 유배시킨 덕이리라.

지금도 나는 섬이 그립고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섬 중에도 무인도가 좋다. 섬에는 고독을 감싸주는 포용력이 있고, 등대는 고독에 민감하다. - page 51 ~ 52

왠지 이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의 오만인 것일까......

고독을 감싸줄 그 섬에 가고 싶었습니다.

단 하나의 빛, 등대를 바라보며 그 섬에서 잠시 나를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전한 '고독'은 우리 본연의 모습의 다른 이름인 듯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그 '고독'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또하나의 '나'를 발견하는 것......


잠시 나의 '고독'을 마주하려 합니다.

내 속엔 어떤 고독들이 있을까......

그 고독들을 비춰줄 이는......


그의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라고 하겠다.

낚시질하고 싶은 사람은 낚시질할 때가 행복하고, 산에 오르고 싶은 사람은 산에 오를 때가 행복하다. 나는 바다와 섬을 좋아했으니 바다와 섬으로 돌아다닐 때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그러면 그 행복을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록이다. 그림, 글, 사진을 그때를 있게 하는 기록이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살아가면서 얻은 일들이 기억력이 사라질 때 사라지고 만다. 사람은 배워가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경험과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야 또 다른 사람이 그 기록을 이용하게 된다. 손과 발이 부지런한 사람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기록은 손과 발의 몫이다. - page 196 ~ 197

그저 '행복'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말았습니다.

이제라도 나의 '행복'을 기록해야겠습니다.

머리에, 가슴에, 그리고 나만의 '일기장'에......


'섬'.

이 한 단어가 공허한 메아리로 제 가슴에 울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냥 '고독'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그 섬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 섬에 가면 나에겐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그 바람이, 그 섬에 찾아온 새들이, 그리고 밤엔 별들이, 등대의 불빛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오히려 '행복'에 싸여있을 것만 같습니다.


섬과 시인, 그리고 나.

책을 통해 우리들만의 '섬'이 생긴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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