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다와 탕탕의 어쩌다 중미
강미승 지음 / 위즈플래닛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여행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직접 떠날 수 없음을, 또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중미'.

조금은 낯설기만 합니다.

우리에겐 멀기만 한 나라이면서 잘 알려지지 않아서 더 궁금한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뿌리다와 탕탕의 어쩌다 중미』.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어쩌다'라고 하기엔 먼 나라인 중미를 떠난 그들의 이야기.

내심 기대를 하며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업무 과다에 장기 여행은 다음 생으로 미루던 '뿌리다'.

실크로드를 따라 늦깎이 장기 여행을 하던 '탕탕'.

이 둘은 탕탕의 'why not'의 정신으로 연을 맺어 그야말로 '어! 쩌! 다!!' 운명의 장난처럼 '중미'로 떠나게 됩니다.


책 속에서 소개된 9개국, 멕시코를 시작으로 쿠바,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나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그들의 여행엔 쉬운 길도 어려운 길이 되었고, 마치 짜놓은 것마냥 매순간 에피소드가 쏟아지곤 하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장기 체류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떠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어쩔 수 없는' 여행자란 신분. '어쩔 수 없는 것'에 발버둥치는 일 따위는 다시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어 보내리. - page 43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지만 그들에겐 그것마저 '여행'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이 한 마디.

WHY NOT!


저 역시도 '멕시코'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위험하기에 여행자들에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제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멕시코 시티로 넘어갈 때다. 루즈는 부디 대낮에 이동하라고 당부 섞인 협박을 한다. 멕시코 시티 따위 결코 두렵지 않았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 것이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저버릴 만큼 우리는 멍청하지 않다. 과나후아토 사건 이후 불치병 같던 의심병도 어물쩍 사그라졌고, 전진할 힘도 충전했다. 우리에게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냐고 묻는다면, 이 한 가지를 답할 것이다. '결국엔 사람이다'란 잊었던 진리를. - page 64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과테말라에서의 <검은 피부가 건널 수 없었던 문턱 - 리빙스톤>.

"우리 구역 와 봤어? 블랙 쿼터(black quarter) 알아?" - page 204

시민 전쟁(Civil war) 이후 스페니시와 블랙이 나뉘어 있다는 그 곳.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차별'에 그저 할 말을 잃곤 하였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이런 '잣대'를 가지고 운운할 수 있는지...... 

기분 좋게 2차를 가자고 했다. 탕탕과 나는 잠자리보다 바의 기능에 충실했던 숙소로 퇴각 명령을 했다. 숙소 앞에는 우락부락한 경비원이 유령처럼 서 있다. 희희낙락 들어가는데, 뒤가 영 허전하다. 따라오던 베또의 길이 막혔다. 이유를 듣고 기도 막힌다. 외부인이어서가 아니라, '흑인'인 까닭이다. '너도 흑인이 아니더냐!'라고 용기 내지 못했다. 베또는 이미 뒷걸음질 중이다. 도리어 "Good night"하며 분쟁에서 물러선다. 티 없는 웃음으로 무마시키려고 했지만, 그의 눈빛은 슬픔이 비집어 나오고 있었다.

전 세계 75억명 중 흑인과 그다지 연이 깊지 않은 나조차도 뜬눈으로 본 차별이다. TV가 아닌 생중계다. 베또의 무너지는 억장과 마주하기 어려워 굳이 급하지도 않은 화장실로 피했다. 돌아오니, 베또의 술잔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의 몸은 문 안이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문밖이다. 삐뚤어진 숙소의 사상까지 바꾸기에는 검은 피부의 짐이 가혹해 보였다. - page 206


가 보지 않았던 곳이기에 더 가 보고 싶은 그 곳, '중미'.

그 곳에도 문화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르기에 '떠남'을 택해 그 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여행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불빛으로 담아낸 시내는 발 아래 반짝반짝하다. 여기저기 전혀 다른 인생의 불빛이 잠들어 있다. 우리의 여행, 저 불빛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촘촘히 다른 인생을 예습했다. 가슴은 여전히 뛰고 있다. 그리고 아직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다. - page 324

이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여행이 저 불빛을 수집하는 일이라는 것......


 


책을 읽고나니 왠지 그들이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한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뿌리다와 탕탕은 '어쩌다' 또다시 걸음을 걷고 있을 것 같습니다.

'떠날 때가 되었느니라.'

그때도 같이 동행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