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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20, 30대의 화려한 꽃을 피우고 나니 어느새 그 꽃잎이 하나 둘 시들어가버리고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중년'.
사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어머니도,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도 겪었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맘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중년, 잠시 멈춤』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책 뒷표지에 적혀있던 문장이었습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젊음, 나이 듦, 성공'여하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사회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갑작스럽게 맞이한 폐경을 통해, 중년의 상실감과 도전을 고찰하고 속
시원한 해답을 전한다. 청천벽력처럼, 갑자기 오십 대가 되어버린 여자들이 '나이 듦'
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법까지... 딸로서 엄마로서 사회구
성원으로서, 특히 중년 여자로서 자신을 재정립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사실 실감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폐경을 겪으시면서, 나이가 점점 드시면서 겪으시는 몸의 변화라든지, 마음의 변화를 바라보며 이해하기 보단 그저 외면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 '중년'을 향해 가다보니 그때의 '엄마'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공감'을 하면서도 '눈물'이 먼저 앞을 가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철없던 내 모습이 보였기에......
많이 힘들었을 엄마를 챙겨주지 못했기에......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처럼 엄마가 딸에게 또는 여자들이 서로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물려주는 일종의 연결고리 같은 것을 믿는 여자들이 있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보면, 그런 식으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는 없음을, 그런 연결고리는 반드시 깨지기 마련임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엄마가
폐경을 겪을 때, 그 일에 대해 내게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놀랍게도 당시엔 폐경을 변화라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 얘끼를 해주려 했다고
해도 내가 귀 기울여 듣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무렵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젊음의 기쁨과 고통에 허우적대며 자기 몰두의 우물에 빠져
있었으니까. 엄마가 폐경의 경험을 나와 나누지 않으려 했듯 나 역시 엄마의 경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제 나는 엄마가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내게 속내를 털어놓기를 바라지만, 엄마는 표면적인 삶 아래서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를 거의
알아채지도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 시절 엄마는 오십 고개를 넘은 여자들이 주요 무대에서 밀려나는, 말하자면 폐경을 둘러싼 문화 규범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대신 다음 세대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였다. - page 174
엄마와 나는 나이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리는 공포의 순간이 오면, 나는 덜컥 내려앉는 마음을 누르며
엄마의 집으로, 엄마의 침대로 달려간다. 마치 엄마가 사나운 바다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작은 배에 타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면서.
엄마가 헛구역질을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티슈로 입가를 닦아주고 물컵을 건네며 엄마를 달랜다. 그러고 나서 엄마 손을 잡고
침대밭에 나란히 앉아서 엄마가 진정되기를 말없이 기다린다. 중년과 노년으로서 삶의 덧없음을 느끼며, 그리고 아직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 page 175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자연의 순리이기에,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그리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누구나 겪었던 일이고, 위로가 필요하면 주변에 손을 내밀면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 '중년'이란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책장을 덮고 가만히 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신 나의 엄마.
오늘따라 그녀가 더 빛나 보입니다.
이제라도 그녀의 손을 한 번씩,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그리고 눈 마주침......
사소한 행위지만 수줍은 제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