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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평점 :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가 생기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몇 년동안은 '나'를 돌봐주지 못하곤 하였습니다.
내 감정 하나 돌아보지 못하다보니 어느새 가슴엔 멍우리가 있었고 뒤늦게 치유하고자 책을 읽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제목부터 끌린 책이 있었습니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전혀 괜찮지 않다....
나 역시도 괜찮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과연...
저자는 괜찮아지는 중일까...?
저자 '안송이'씨의 스웨덴에서의 삶.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평범하기에 공감이 되었고 괜찮아지기 위해선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첫 장 <영하 18도 추위를 견뎌나가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요 몇 년간, 나는 종종 아무 맥락 없이 선물이를 보고 '엄마 선물이 많이 사랑해.'라고 말했다. 길 가다가도 하고, 밥 먹다가도 하고, 책 읽다 말고 갑자기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방패가 되고 기둥이 되어서 작아지고 예민해진 내 마음뿐 아니라 우리 둘을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해주기를 바랐나 보다. 그 말을 하면 마음을 잃지 않고 다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잡을 수 있는 손, 맞잡아주는 손, 뽀뽀, 그리고 믿음.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서 산 모자 장갑 코트만큼이나 중요하다. - page 19 ~ 20
나 역시도 아이에게, 아이가 나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사랑해."
그 말을 하고나면, 그 말을 듣고나면 왠지모르게 쳐진 몸과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어 힘을 내게 해 주곤 하였습니다.
이 말 한 마디.
괜찮아지게 해 주는 것 중 하나였던 것이었습니다.
또다시 아이를 바라보며 말해야겠습니다.
"사랑해."
<생활 속 가까움을 보여주는 작은 장면들>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 읽었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서 탐정 할머니 미스 마플은 한 인물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인물의 옷깃을 바로잡아주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이 예전에 연인관계였다는 걸 깨닫는다. 작은 행동들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무도 모른 채 변화한 그런 행동들이,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나오는 행동들이 관계에 대해 많은 걸 말한다. 그리고 이런 나의 움직임을 읽어주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와 가깝다는 건 크고 대단한 비밀을 나누어서가 아니다. 서로의 작은 습관들을 기억할 때, 나와 남의 간격을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작은 선들이 그 쓸모를 잃고 자연스레 지워졌을 때가 아닐까. - page 208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아도 아는......
그런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나 역시도 그들의 작은 습관들을 기억하고 있어 티가 나지 않더라도 그들에겐 하나의 의미가 되겠지...?!
그 의미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조금은 관심을 가져주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제목만큼 와 닿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커피와 차를 파는 가게>
그러다 몇 달 전 한참 만에 그녀를 보았다. 바글거리는 다른 손님들 사이로 그녀는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한국의 영어교과서에서처럼 아임 파인, 잘 지내요 하면 되는 것을, 나는 그만 진짜로 대답해버렸다. '완전히 끔찍하게 힘들어.' 그러자 엘린은 내 눈을 바라보며 답했다. '정말? 나도 그렇게 끔직한그 기분 알아. 그런데 지나가, 더 나아져. 내가 알아.' - page 217
'정말 힘든 건 말이지, 행복했던 지난날이 다 잊혀지는 것 뿐만 아니라, 정말 그때 난 행복했던 건지, 그런 날들이 정말 있었던 건지, 그날들이 거짓이었는지 생각하게 되는 거야.' - page 219
견뎌할 것이 많은 삶에서 나는 고통만 끌어안고 있었을까......
이 역시도 지나가도록 만들어야하는데......
언젠간 더 나아질 것인데......
정말 힘든 것이 잊혀지는 것 뿐만 아니라 그날의 기억이 변형되었을까라니......
내 기억 속 행복했던 순간......
분명 행복했었다......
괜찮아지는 중이라는 건 결국 나에게 관대해지는 것, 나와 '우리'에게 사소한 관심이라도 갖는 것, 그래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누구나 삶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좌절과 고통, 시련......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피할 수 없기에 부딪혀야하고 그 순간이 지나고나면 한층 성숙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음에......
다시 괜찮아질 수 있기에 우리는 또다시 인생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괜찮아지기 위해 오늘도 머리 질끈 묶고 화이팅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