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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평점 :
『달가림』

무슨 뜻인지 궁금하였습니다.
달가림 : 월식을 말하는 북한말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그림자......
뭔가 알 수 없지만 아련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효주.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라며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마냥 부러웠지만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던......
그런 그녀가 성인이 되어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서 이별을 통보받게 됩니다.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온도차가 느껴질 때마다 상대방의 온도를 내 온도에 맞추기 위해 끈질기게 사랑을 갈구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은
늘 이별의 불씨가 되었다. - page 15
그녀에게는 항상 '사랑'이 고팠지만 막상 채워지지 않았기에, 더 갈구하였기에 '집착'이 될 수 밖에 없었음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외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 할머니의 상주가 되어 마지막 길을 모셔다 드리는 것.
_충북 제천시 덕산면 도기리 190.
도기마을에서의 일.
"느그 할머니 뒷산에는 절대 함부로 들어가지 마라." - page 62
그리고 그녀를 쫓아다니는 은빛 그림자.
그곳에서 '무영'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와의 몽환적이면서도 동화같은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 속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별이 죽는 순간을 왜 보여주고 싶었어?"
"별이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기억에 남겨지니까."
"응?"
"네가 그림자를 찾아서 이곳에서의 기억이 모두 지워지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보여주고 싶었어. 별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
근데, 무영은, 내가 너를 잊는다고 해도 서운하지 않아?"
혹시나 무영도 나와 같지 않을까, 아니 사실 무영도 나와 같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무영에게 물었다. 무영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서운하다는 게 뭐야?"
"그냥 아쉬운 것. 잊히는 게 아쉬워 뒤돌아보는 것?"
"꽃이 떨어질 때처럼?"
"응,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도 서운할 것 같아."
무영의 말에 마음이 두근댔다.
"그런데, 괜찮아. 너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봐서."
"그게 무슨 소리야?"
"떨어지는 별을 볼 때의 너의 얼굴 말이야. 잊지 못할 것 같아. 네가 별보다 더 환하게 빛났거든." - page 242
~ 243
이 책에서 전한 '그림자'의 모습은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그래서 그 존재를 잃어버렸던 것임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그 '그림자'를 잊지 말라고 넌지시 일러주었습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널 기억하면 되니까." - page 312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편의 동화같은 느낌에 상처입었던 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영화화한다면 모든 이들의 상처를 잔잔히 치유해줄 것 같았습니다.
달가림......
그림자......
그리고 나......
별처럼 환하진 않지만 미미하게라도 빛이 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