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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미안해서
김학수 지음 / 퍼블리터 / 2018년 6월
평점 :
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미안해서』

왜 미안한 것일까......
작가 '김학수'가 전하는 소소하기에 더 아름다운 일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아련함'이 다가왔습니다.
어릴 적엔 유난히 커 보이던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아지고 초라하게 보이는 것......
그래서 옛 기억에 '그리움'이 묻어나는가봅니다.
특히나 '아빠'와 '엄마'.
그 이름만으로도 울컥하게 되는 마음......
그냥,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 page 31
<긁어 부스럼>을 읽으면서 공감되곤 하였습니다.
굳은 살을 잘라낸다는 것이 그만 생살을
잘랐다. 새끼발가락 피가 멈추질 않는다.
휴지를 몇 겹 접어서 발가락 사이에 끼워 놨는데,
어느새 방울방울 올라온 붉은 기운이 욱신거림으로
바뀌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 괜히 있는게 아니었어. - page 68 ~ 69
나도모르게 내 새끼발가락을 보게 되었습니다.
긁어 부스럼......
괜히 욱씬거립니다.
매일이 버라이어티하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
그래서 그 하루가 미안해지는가 봅니다.
<아무 일도 없던 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그림도 한 장 못
그렸고 책도 몇 페이지 못 읽었다. 아무렴 어때. 이런 무의미한
시간도 가끔씩은 필요하겠지. - page 73
사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뒤돌아보면 나를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초창기엔 그것이 우울하게 다가오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일까.
아니면 보다 나에게 너그러워진 것 일까.
이제는 너무 복잡하게 지내는 것보단 주변을 살펴보며 조금 너그러이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렴 어때!
이런 시간들도 모여서 나의 행복을 만드는 것을!
그리고 요즘들어 나의 일상과도 같은 이야기, <믹스커피와 함께 라면>.
원두커피는 느긋한 느낌이야. 하지만 믹스커피에는 원두커피
에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에너지가 팡팡 도는 느낌. 올빼
미 선배들은 하나같이 믹스커피 예찬론자들이야.
마시면 금방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지는 즉각적인 느낌만은
아니야. 알 수 없는 제 2의 힘이 생긴다고 해. 그 힘이란 바로 내
가 가진 무기력에 링거를 꼽는 거라나 뭐라나.
서서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할 때면 믹스커피 두 봉지를 머
그컵에 넣고 조금 걸쭉한 상태로 마셔봐.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
도 나. 주방 서랍장 선반 위의 200개 들이 믹스커피 박스를 보고
있으면 마냥 든든한 느낌이 들어. 밤이 무섭지 않아. 믹스와 함
께+라면 무적이지. 밤아 기다려라. - page 89
신생아와 미운 네 살의 아이와 함께 육아전쟁 중인 저에게 '믹스커피'란 신의 음료와도 같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제 옆에 믹스커피 두 봉지를 머금은 머그컵이 있기에 또 하루를 지내봅니다.
이 밤을 지새우기 위해!
사소한 일상 속 이야기엔 내가 있고 가족이 있었고 내 주변 지인들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소소했기에, 당연시 여겼기에 몰랐지만 뒤돌아보니 감사함과 미안함, 아쉬움이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하루가 미안해서』인 것은 아닌지......
책의 마지막엔 <그래 웃자>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는다.
어려울 것 없는 세상 일들. 웃어 웃어.
그래 웃자. - page 188 ~ 189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였습니다.
웃자!
그렇게 하루를 지내면 언젠가 그 하루가 고마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