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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알고보니 이 책의 저자 '류근'은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썼던 시인이라고 합니다.
'사랑'에 대한 아련함......
'상처'의 여운......
책을 읽기 전 김광석의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마지막 가사가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길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어떤 슬픔에 대해서 천천히 이야기해보기로 하겠다.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그리고 함부로 인생에 져주는 즐거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귓가에 맴도는 김광석의 노래, 그리고 시인이 전하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진한 여운의 향기를 남겼습니다.
저자가 말한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결코 아프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론 후회스럽고 미련스러울지라도......
그래도 속을 수 있기에, 속아주기에 아프지만 아름다웠다고,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음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가 좋다
아주 외롭고 쓸쓸하고 가난하고 서럽던 어리고 젊은 시절에는 '고래'가 좋아서 늘 고래 잡으러 가자는 남의 꿈마저 삼등 삼등 아름답고 설레었는데,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고래보다 '그래'가 좋다.
우리 그냥 하늘이나 바라볼까?
그래......!
우리 그냥 걸을까?
그래......!
우리 그냥 술이나 한잔할까?
그래......!
우리 그냥 울어버릴까?
그래......!
우리 그냥 살아볼까?
그래......!
우리 그냥 견뎌볼까?
그래......!
이런 그래가 있어서 참 좋다. 그래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 page 111 ~ 112
입가에 맴돈 한 마디.
그래......!
왠지 이 말이 저 역시도 그냥 좋았습니다.
그래......!
그래......!
넘어지고 상처받고......
그래도 우리가 사는 이유......
봄이 온다
잘 아는 보살님께서 입춘에 붙이라고 하나 주셔서 며칠 책상 위에 묵혀두었다가 오늘 아침 뚜앟 현관에 붙였다. 바야흐로 '입춘대길'! 그런데 붙여놓고서 보니까 어허라~? 스펠링이 틀렸다. 立春大吉이어야 할 것이 入春大吉이 아닌가.
나 같은 폐인에겐 봄조차 틀린 걸음으로 오는 건가 싶어 그냥 떼어버릴까 하다가 뭐 어차피 서나 드나 봄만 오면 그만이지 싶어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엎어지나 넘어지나 자빠지나 쓰러지나 외로우나 슬프나 서러우나 괴로우나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봄이 온다. 살아만 있으면 봄이 온다. 아아, 시바! 조낸 시바! - page 275
'봄'.
또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려봅니다.
툭~하고 무심히 던진 그의 이야기.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같이 위로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을 덮고 김광석의 노래를 다시금 들어봅니다.
그의 목소리가 또 다시 슬픔으로, 위로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