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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is Matsuev - 스트라빈스키 : 페트루슈카 & 차이코프스키 : 사계
차이코프스키 (Peter Ilyich Tchaikovsky) 외 작곡, Denis Mats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재즈에서 클래식으로 전향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재즈는 그냥 연주가와 나와의 필만 맞으면, 그 연주가만 따라다니면 되는데..
클래식은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고민되고, 망설이게 된다. 같은 작곡가의 연주를 많은 사람들이 연주하면서 발생하는 해석들.. 물론 재즈가 그런 해석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재즈 연주가들은 그날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연주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5분짜리 곡이 10분이 될수도 있고, 10분짜리 곡이 5분이 될 수도 있다.
정형화되지 않고, 관객과 뮤지션과 악기만 있는 재즈..
하지만, 클래식은 다르다. 작곡가와 연주가 그리고 지휘자.. 몇년도에 출시되었는지.. 어디에서 녹음했는지.. 아아.. 챙겨야할 것들을 다 챙기다 보면 어떨땐 주객이 전도되어져 버린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로 얻은 결론은..
클래식도 재즈처럼 듣자!.. 이다.. ㅋㅋ(욕하려나..)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 편히 따라가다 보면, 연주자에 관심이 가게되고, 비교해서 듣다보면 나름대로의 장점들이 들릴테니까..
페트로슈카에서 따온 세개의 악장..
노다메 칸타빌레 마라도나 콩쿨 장면에서 노다메가 마지막 곡으로 쳤던 곡.. 러시아 인형이 주인공이 되는 이 곡은 원래 오케스트라 곡이었는데.. 피아노로 편곡하기 위해 3개의 악장을 따왔다. 팡팡튀며 시작되는 1악장.. 약간은 느려지며 루스해지는 2악장. 다시 활력을 찾지만 이내 쇠퇴하고 비참하게 끝나는 3악장..
노다메의 피아노로 듣던 페트로슈카와 달라서 처음 들었을때 조금 이상했다. 노다메의 연주는 극을 이끌기 위해 삽입되던 곡이었으므로, 음의 흉내만을 내던 것이었다면, 데니스의 페트로슈카는 정말 인형이 살아서 통통 튀며 춤추다가 이내 갖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 같았다.
정말 그 느낌을 받았나? 노다메에서는 페트로슈카가 연주될때 친절하게도 애니메이션과 치아키의 음성으로 설명을 해 준다.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한 곡이라서 그런지, 들을수록 그 인형의 모습이 머리에서 사라지지를 않는다.
해설이 가미된 연주는 좋기는 하지만, 그 해설이 전부인냥 판단되어지는 단점이 있다.
어찌되었던, 데니스의 피아노에는 러시아 특유의 정취가 담겨있는 것 같다. 들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겨울의 혹독함 속에서도 난로 앞에 모인 사람들처럼 포근하다가도 이내 몰아치는 눈보라에 그만 몸을 상하고 마는 그런 감정이랄까..
둔탁한 터치로 끝나는 종결부는 한동안 멍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고.. 그것으로 음반이 끝나버리면 그대로 주저앉아 울어 버릴 것 같은데.. 이어지는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러시아의 사계는 그러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차라리 비발디의 사계가 더 어필될 것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는 우리나라의 사계와 닮지 않았다. 그 자체가 러시아였다. 하지만 계속 듣고 있으면, 러시아에서 1년을 지내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페트로 슈카가 축제라면, 사계는 일상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이 음반은 무척 잘 만든 음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아.. 피아노.. 형편이 어려워도 부모님을 졸라서 배워둘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