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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르톡 : 피아노 소나타 외
Hungaroton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바르톡의 피아노는 매직이다. 연주자가 누구인가는 중요하지가 않다. 피아노곡 자체가 매직이다.
아아.. 노다메 칸타빌레 속의 음악을 따라다니며 지름질을 해오던 나는 드디어 바르톡과 만났다. 피아노..
특히 4번째 피아노 소나타는 한동안 그 음악에 몰두하도록 나의 귀에 주문을 걸어 버려서, 도무지 다른 곡을 듣지를 못하게 하더군..
필자가 좋아하는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 중에 삼국지 조조전이라는 게임이 있다. 삼국지 영걸전과 비슷한 이 게임은 스토리보드는 이문열 삼국지에서 빌어 온 듯하게, 주인공이 조조이다. 조조가 천하 통일하는 것을 드라마틱하고도 스팩터클하게 만들어 놓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턴을 넘길 때마다 보물이 등장하고, 이 보물들은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적을 공격하거나 교란할때나 우리 편의 사기를 진작 시킬때 유용하게 쓰여진다.
그런 보물 중에 현무 보옥이라는 구슬이 있는데, 곽가나 가후같은 도사들이 사용하는 구슬이다. 이 현무보옥을 사용하면 적군의 상태와 아군의 상태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온다. 이를테면 우리 부대의 대부분이 혼란 책략에 걸려 움직이지도 공격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적군의 상태가 모두 정상인 상태에서 이 보옥을 사용하면, 우리편과 적군의 상태가 뒤바뀌게 되어서, 우리 편은 모두 혼란이 회복되고 적군은 모두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게 도무지 어렵다. 잘못사용하면 완전 엉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사용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사용하지 않는 유저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그런데, 이 구슬의 진정한 힘을 알게되면 자꾸 현무 보옥만을 사용하고 싶어진다..각설하고..
바르톡의 피아노는 현무보옥을 닮았다. 나의 기분이 너무 상해서 우울해 하고 있을때 바르톡을 들으면 금새 마음이 정화되어지고, 우울한 기분이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이내 경쾌한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가며 즐거워지고 삶에 활력을 찾아 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방방 뛸때 더 좋아지려고 바르톡을 들으면, 이내 실망하고 만다. 지금까지 방방 뛰던 기분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그냥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바르톡의 피아노는 정말 기분에 따라 다르다. 항상 반대편에 서서 나를 격려하고 질책하며 중도의 길을 걷도록 해주는 것 같다.
피아노 소나타의 그 팡팡거리며 쿵쿵거리는 피아노의 선율과 연습곡이지만 나를 시험해 보려고 하는 듯한 피아노의 움직임과 댄스 곡이지만 어디서 춤을 춰야 할지 가르켜주지 않는 곡은 어쩌면 난해하고 다루기 어려운 현무 보옥이기도 하다.
피아노의 마력.. 그것이 비단 이 바르톡 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