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실격 1
마츠야마 하나코 지음, 김부장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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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그만두고 싶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제법 설득력 있는 이유들과 같은 곳을 계속 찌르는 유머. 1권만 나오고 국내에선 중단이 되서 아쉽다. 요즘 드는 생각이 그저 목숨에 볼모 잡혀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집요한 욕망을 부리는 리얼 월드의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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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 - 사후 세계에서 신호를 보낼 때
스테판 알릭스 지음, 이현웅 옮김 / 울력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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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기자 출신 저자는 개인 체험, 독서, 자료조사, 증인 인터뷰를 두루 해본 후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변신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 개인의 체험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가버린 동생의 죽음, 생전에 사멸의 절차와 관련하여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고 유품, 유작 등을 흔적으로 남긴 아버지의 죽음이다.

내용은 대부분 망자 가족들의 증언 발췌와 저자의 동료인 심리치료사, 영매와의 대화 기록, 그리고 이 대화들에 대한 저자의 2차적인 인상과 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니 저는 살아가는데 있어 그 느낌을 복잡한 것으로 만든 것은 바로 공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8살 때부터 죽은 친인척들을 지근 거리에서 느낀 쎄실의 말.


“.. 전율이 일거나 심장박동이 매우 빨라지거나 이런 현상은 정신에 앞서 먼저 몸이 반응을 보인 거죠. 접촉이 많아졌을 때 특히 이렇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어요. 지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몸이 응답해요. 몸이 뭔가를 느끼고 이어서 정보가 제 머리로 전달되죠. 직관적이고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육체적인 감각을 더 많이 느끼고, 다시 말하면 나와 접촉하려고 시도하는 이의 감정이었죠. 기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갑자기 이유 없이 어떤 형태의 슬픔이 저를 덮쳐요. 이런 종류의 현상이 다소 양극성 장애스럽다는 것도 사실이고 때문에 저는 심리학 공부에 몰두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시작한 심리-육체의 관계에 관한 공부로 인해, 저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인 저 자신의 경계를 감지하게 되었고, 제게 속한 것과 제게 속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됐어요. 상상으로 떠올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이해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에요. ”


죽은 자와의 주관적 접촉 체험을 이 책에서는 “VSCD’라고 약자로 표기한다. (Vecus Subjectifs de Contact avec un Défunt.)


심리학자 입장에서는, 사례자가 죽은 자와의 정서적 밀착 관계가 상당했을 때 그에 비례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치유 효과로 본 환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세로부터의 신호에 대한 갈망을 가진다고 해서 모두가 그 신호를 받게 되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정신착란과 특히 다른 점은 대개의 착란이 자아 기능을 변질시키고 생활의 황폐함으로 이끄는 반면, VSCD는 영구적인 정신적 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매우 짧은 출현이 특징인 일시적 현상이며, 결과적으로 그 출현이 체험자의 현실 복귀에 보탬이 된다. 또한 체험자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상상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난 방식의 이미지나 감각이 돌출하는 편이고, 타이밍적으로도 리추얼ritual처럼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가 아니라, 예기치 않은, 방심이나 이완된 상태일 때 관찰되기도 한다는 게 특징이다.


깊은 애도 상태에 빠진 체험자는 번잡한 현실로부터 후퇴하고 그늘 속에 들어앉아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때 혼자 있는 방에서 모호한 추상적인 색채, 기운의 구름 같은 걸 경험하기도 한다.


아들이 죽고 2주 이내에 다시 본 엘로이즈의 경우.


저는 천장에서 이상한 것을, 흰색과 검정색의 소용돌이 장식 같은 것을 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좀 겁이 났지요. 구름, 작은 구름인데, 저는 어느 순간에 거기서 번개 같은 것을, 어떤 빛을 보았고이어서 얼굴들을 분간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아들 얼굴이요. 저는 깨어 있었고 눈을 뜨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었어요. ”


아버지가 색전증으로 갑자기 사망한 후 고인의 집에서 경야 중 망자 체험을 한 마리의 경우. 목이 말라서 부엌 싱크대로 가다가 테이블 근처에서 체험을 한다.


“ .. 그게 회전하기 시작했어요. 제 머리 주위로 푸른색과 초록색 빛이 반짝였는데 북극 오로라 같은 색이었어요. 어떤 소리가 들렸어요. ‘다시 데려가줘, 나를 다시 데려가줘.’ 라는 말을 들었어요. 제 머리 속에 새겨지는 듯한, 제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내는 문장이었어요.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손들이 제 어깨를 붙들고 제 몸을 흔든다는 느낌이었어요저는 장례식을 앞둔 3일 동안 기도를 했어요. 아버지의 시신이 계속 집에 있었거든요. 저는 아버지께서 죽음을 받아드리라고 요청하면서 집중했어요. 빛을 향해 나아가시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말을 했어요.”


이십대 중반의 아들이 골방에서 급사한 후 얼마 안되서 아들을 체험한 미레이유의 경우.


어둠 속에 계셨나요?”


아뇨 날이 밝아 햇빛이 들고 있었어요. 그 현상은 오래 지속되진 않았는데 무엇인가 제 눈을, 천장을, 방을, 그리고 저를 가득 채웠어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몇 초 정도 였는데 이미지나 사진은 아니고, 비디오 영상 같기도 했지만 제 방에는 비디오가 없었어요. 구름그것이 공간을 가득 채웠어요. 그것이 저를 동요시켰지만 동시에 매우 평화로운 상태에 있도록 했어요. 그게 저에게 다시 숨을 쉴 힘을 주었어요. 한순간에요..”


언제 그걸 보셨나요. 방에 혼자 계셨나요?”


아뇨. 남편이 옆에 누워있었어요.”


부인의 상상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시나요?”


그게 제게 가져다준 평화 때문이에요. 특히 그 애가 한 말을 듣고 느낀 게 컸어요. 그게 제 마음을 가득 채웠어요. 그것이 저를 죽음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어요.”


영적인 성숙을 위한 가능성으로서 애도의 감정이 다뤄지기도 한다.


다음은 저자와 간호사 올리비아의 대화다. 그녀는 남자친구 고티에와 사별했다.


애도는 이성적인 물음의 길을 따라가면서 독서나 개인적인 탐구를 통해 우리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듭 시도하면서 우리가 보살필 수 있는 상처입니다. 여기서 의혹은 필요해요.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를 보호해주니까요. 이어서 다른 길이 있습니다. 앞의 길과 비슷하지만 보다 내밀하고 영적이고 진정으로 각자에게 고유한 길입니다. 어떤 신호나 미묘한 감각에 대한 수용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무튼 그러한 것들이 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의혹은 증거 뿐만 아니라 심정의 변화와 함께 없어진다는 걸 이해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당신이 그의 죽음 이후 빈번하게 느꼈던 고티에의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 존재감은 당신의 경험 과정에서 중요합니다. 비록 당신이 일부 의혹은 계속 지니고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 제 안의 의혹이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아무 것이나 믿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줬어요. 하지만 그것이 정신적인 차단막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 안의 무엇인가는 고티에가 옆에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


실비 우엘레라는 영매와의 대화.

인간이 태어난 것은 영혼의 공부 때문에 스스로 태어날 환경을 선택한 것이라는, 뉴에이지 영성학에서 흔히들 설파하는 그런 말을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영혼은 롤플레잉에 몰입해 있는 에고에 대하여 한 발 물러서 있으며 관찰하면서 보이지 않게 개입하는 상위자아이다.


이 삶의 기간 동안, 우리에게 수많은 각성의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시련들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영혼은 삶을 구성하는 모든 순간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모두 개입해서 만들어내지 않지만, 삶의 큰 틀에서 이런 식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저는 죽은 사람들이 어떤 변화를 완성한 이후에 우연적인 선별을 통해 일부는 수호천사나 영적 안내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죽은 사람들이 모두 자동적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혼령으로 보내진다고 믿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사후에 그들의 역할은 우리의 그것과 여전히 동일한 것으로 남아있어요. 즉 그들도 스스로의 의식을 깨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거죠우리에게 출현한 죽은 자들 모두를 영적 안내자나 수호천사로 여기는 일은 피해야 해요. 그런 잘못된 생각이 우리가 내적 잠재성으로 향해 있는 걸 방해할 수 있어요. 반면에 죽은 자들이 한동안 미묘한 의미에서 눈을 뜨게 해주는 존재로서 역할을 하는 경우는 번번해요. 마음을 열도록 우리를 부드럽게 자극하기 위해서죠.”   



*


번역된 문장들이 딱딱한 직역 때문에 수월히 읽히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명백한 비문을 마주쳐서 헤맨 기억은 없다. (어색한 인용문 중 내가 윤색한 부분이 있다.) 


동아시아의 불교 도교 무속 문화권의 문화적 맥락으로부터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지구를 영혼 성장을 위한 시련의 학교로 보고 프레임을 짜는 영미 영성학의 영향 아래에 있어 보인다. 다만 망자 체험자와의 인터뷰와 본인의 가족 체험에 밀착해 있고 그 이상의 섣부른 단정은 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는 책이다. 비가시적인 영성과 관련해서는 동료 영매의 진술로 나누어서 1차 체험 자료로부터 간접적인 격자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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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녀의 감정 2
사나다 츠즈루 지음, 선정우 옮김 / 길찾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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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과 주부생활로 휴덕한 부녀자가 딸아이의 아니메를 보다가 다시 타오른다. 빠질하던 성우 커넥션으로 남은 불씨를 되살려낸 케이스. 생활 유지를 하면서 2차 창작을 재가동하는 현실적인 부분이 뭉클하게 살아 있다. 






문화 인프라가 빈약한 깡촌에서 손에 들어온 동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취향을 키워온 여고생의 여름 코미케 상경. 성지 순례에서 사랑을 재확인하는.. 


역시 작가의 체험이 끈적하게 녹아있고 사랑의 발랄한 빛깔에 눈이 부시다. 좋은 것은 희귀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껴주자. 휘발성이 있으니까. 가버릴 때, 사라질 때는 놓아줘야 한다는 것을 모를 때 가장 타오를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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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오케 가자!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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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면서 생생한 캐릭터 설정, 물수제비처럼 날렵하고 디테일에서 엣지가 있는 유머가 발군의 재능을 보여준다. 음지 써브컬쳐의 야오이물 관계성 표식이 메인스트림 코믹에서 자유자재 구사가 되는 시대가 되었구나 감탄을 하게 한다. 결말부 공항 씬에서의 커플 재회는 성급하고 너무 억지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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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브로큰 마리코 - S코믹스 S코믹스
히라코 와카 지음, 박소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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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작화에 낚여서 작품성도 그럴듯할 거란 기대를 부숴줬다. 

좋게 말하면 플롯의 정교함 보다는 시적 분출, 체험에 기댄 치우친 흥취가 앞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라임 균형 맞지 않고 감정만 앞세우는, 동정표를 얻어내서 평가 기준을 흐리기도 하는 엉터리 시에 가깝다. 


첫 장면을 예로 들면, 1주일 전까지 만나기도 했던 친구의 죽음을 모자이크 처리가 안된 피해자의 안면 노출로 티브이를 통해 확인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이 장면만 그런 게 아니고 뒤로 갈 수록 개연성을 부수는 허술한 설정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뇌피셜 짐작이지만 작가 자신이 성폭력과 관련하여 어떤 상처가 있는 듯하다. (필명으로 본명을 가려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피해의식과 자매애 따위, 흐린 눈으로 퉁쳐갈 수 있는 개념을 덧씌워 진영을 구축하고 올려치기 하는 건 취향 없는 저질들이나 하는 짓이다. 비주얼 컨셉에서 아네스 바르다의 1985년작 <방랑자 san toi ni loi>를 연상케 한다. 주제가 겹치지는 않지만 차라리 그 영화를 찾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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