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브로큰 마리코 - S코믹스 S코믹스
히라코 와카 지음, 박소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 작화에 낚여서 작품성도 그럴듯할 거란 기대를 부숴줬다. 

좋게 말하면 플롯의 정교함 보다는 시적 분출, 체험에 기댄 치우친 흥취가 앞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라임 균형 맞지 않고 감정만 앞세우는, 동정표를 얻어내서 평가 기준을 흐리기도 하는 엉터리 시에 가깝다. 


첫 장면을 예로 들면, 1주일 전까지 만나기도 했던 친구의 죽음을 모자이크 처리가 안된 피해자의 안면 노출로 티브이를 통해 확인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이 장면만 그런 게 아니고 뒤로 갈 수록 개연성을 부수는 허술한 설정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뇌피셜 짐작이지만 작가 자신이 성폭력과 관련하여 어떤 상처가 있는 듯하다. (필명으로 본명을 가려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피해의식과 자매애 따위, 흐린 눈으로 퉁쳐갈 수 있는 개념을 덧씌워 진영을 구축하고 올려치기 하는 건 취향 없는 저질들이나 하는 짓이다. 비주얼 컨셉에서 아네스 바르다의 1985년작 <방랑자 san toi ni loi>를 연상케 한다. 주제가 겹치지는 않지만 차라리 그 영화를 찾아 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