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적 접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어디부터 보면 좋을까하는 막연함이 생긴다. 하워드 베커가 '학계의 술책'에서 당부했듯이 실제 연구 일에 뛰어들어 필요한 업계의 술책을 매일 갈고 닦으라는 충고도 있었지만, 뛰어들어갈 현장이 없거나 그런 방법론을 다듬는데 관심이 있을 때는 정량적 접근과 정성적 접근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다른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레긴이 저술한 비교방법론은 비교사회학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정성적 접근과 정량적 접근을 차례로 꼼꼼히 살피고 있어 언급했던 목적에 도움이 된다. 

       

 

 

 

 

 

 

 

정량적 접근, 정성적 접근, 통계적 분석을 소개하는 좋은 책들이 많이 등장했다. 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능숙한 학자들의 힘과 배려로 초학자나 일반인한테도 도움이 될만하다. 이군희의 저서에는 언제든지 참고하기 쉽도록 고급통계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고급통계기법도 좋지만 기본에 충실하는 것도 이해를 높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통계학이 붙으면 반드시 나오는 확률분포를 단순히 추정과 검정의 도구로 이해할게 아니고 통계현상의 어떤 부분을 잡아낸 것인지 이해하는데에는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겠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에 어떤 접근이 더 좋을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하나만 파고들어서는 얻기 어렵다. 특히 정량적 접근의 경우는 다양한 분석방법으로 갈피잡기가 힘든데, 정량적 접근이 밟는 정형적인 단계별로 꼼꼼히 챙기면 도움이 된다. 베커는 '학계의 술책'에서 각 세부 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편견이나 거기서 헤어나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정성적 접근 중에 사례연구방법은 이 책을 따라갈 후발주자가 안 보인다. 막연하게 생각되던 사례연구를 풍부한 실제연구와 사례문헌을 통해 차근차근 그 방법을 풀어낸다(책 표지 왼쪽 위의 3은 3판을 번역했음을 가리킨다. 처음에는 시리즈물인가 했다^^)  

 

 

 

 

 

 

 

번역된 사례문헌도 제법 된다. 

 

 

 

 

 

 

 

보통 정량적 접근은 다양한 통계 방법으로 어려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해진 방법하에서 그 방법을 이렇게 쓸까 저렇게 쓸까의 문제이고, 그래서그런지 대개 이런 정량적 입장에서 정성적 접근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탄탄하고 뚜렷한 방법이 없을 때 정성적 입장을 고려해보라는 식으로 자주 표현한다. 하지만 사례연구방법에서 Robert K. Yin이 언급하듯이 정성적 입장에서는 전혀 얘기가 다르다. 정성적 접근은 그런 부수적 보완적 성질을 넘는 독자적인 효용이 있는 우수한 조사방법이라고 얘기한다(뭘 모르는 사람이 그 가치를 못알아본다고 말하면서). 주장만 하지 않고 정량적 접근으로는 엄두도 내기 힘든 다양한 주제를 깊은 이해로 다룬 사례문헌을 들이대고 있다.

이런 정성적 접근이 가능한 토대가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윌리엄스의 '논증의 탄생'에서도 깨달았듯이 글을 쓰기위한 방법이나 개선전략이 언어학, 철학, 논리학 과의 직접적인 연계를 찾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약간의 관심만 두는 정도가 적당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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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싸나 성자 아짠문
아짠 마하 부와 엮음, 김열권 옮김 / 불광출판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애초 기대는 신통이 넘치는 스님의 소박한 일대기였다. 분명 내용은 예상했던대론데, 글의 전개가 주목을 끄는 내러티브가 아니어서 첫인상은 당황스러웠다. 얘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소박하고 덤덤하고 차분하다. 초기 불교 수행자들이 남긴 <비구의 고백, 비구니의 고백>에 보이는 수행의 기쁨을 강렬하게 압축적인 고백과는 달리 세세하게 두루두루 일대기를 보여준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강조했던 권선징악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때는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 하고 간혹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시대에서 수행생활과 법보시 생활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대인의 입장에서 이해가 안가거나 이해는 가지만 공감은 하기 힘든 장면도 있다. 

이런 성자의 위빠사나 수행생활을 전달하는 책말고도 근래에 오랜 수행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재가자들의 책들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재가자들의 다양한 수행태도에 따라 다양한 수행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같은 성자나 다른 이의 수행생활을 엿보는 것은 한 번 쯤 생각해볼 문제다--수행을 재구성하는 이런 글들이 어느 정도 타당하고 가치가 있는지 혹은 얼마나 잘 된 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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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상사 - 인도에서 중국까지, 불교사상의 발전과 전개
양훼이난 지음, 원필성 옮김 / 정우서적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불교의 관점이 자연스러운 저자가 들려주는 알찬 불교사상사다. 

처음엔 불교사상을 간단히 원시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로 분류해 놓고 설명한 사전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불교에 관심을 갖고 아비담마 길라잡이, 티베트불교, 인도불교의 역사 및 불교 소개 책들을 순서없이 보는 중이었기 때문에 불교계 큰 지도를 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구입했는데, 그런 목적에는 별로 유용하지 않아서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다시 처음 의도했던대로 차근차근 불교상식을 쌓고, 우리 불교 전통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까 중국 불교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다.  

우리 불교 전통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간화선, 조사선 같은 '선'사상인데, 이 선사상을 알려면 중국 선전통을 들여다봐야 되고 그럴여면 중국 불교의 맥락을 같이 유기적으로 이해해야 된다. 이때 이 양훼이난의 책이 톡톡히 도움이 되었다. 인도에서 번역되어 들어온 불교문화가 어떻게 중국에서 자리잡고 어떤 발전을 이뤘는지 자국문화라는 인식 속에 흐름을 잘 짚어주고 있다. 

모든 불교 전통이 공유하는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지역특성은 불교사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 불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처님 입적후 계승된 불교 전통은 인도 지역에서만 특유한 특성을 갖고 있고, 중국 불교, 티베트 불교, 우리 불교 모두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런 중국 지역특성을 많지 않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앞 부분에 있는 원시불교와 부파불교 등의 인도불교는 중국불교까지 다다르는 여정의 출발점으로 볼 때 제일 와닿는다. 인도불교를 깊이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모자랄 수 밖에 없는 분량과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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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동사의 의미론 - 영어 한국어와 독일어의 대조연구
이익환 지음 / 역락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인지적 접근으로 유명하신 이기동 선생의 예전 저서 후 흥미를 끄는 동사의 의미론이다. 리뷰어는 최신영어학 분야에 어둡기 때문에 전반적인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도서관이나 번역된 책, 신간 서적 범위에서 괜찮은 영어 동사 연구서가 한권 더 생겼다는 것은 확실하다.  

최근에 불교분야 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읽고 싶은 불교 경전이나 불교심리학공부를 원하는 외국어로 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불교 교학이나 수행은 대부분 심리적인 용어로 가득차 있다-- 이런 관심을 두 저자는 색다른 방법으로 북돋아 주었다.  

심리동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 번역을 해본 사람이면 느끼지만 다른 영역보다 복잡한 감정의 강도와 깊이를 어떻게 전달할지는 정말 막막하다. 비슷한 감정의 색깔을 잡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원문에 쓰인 감정의 정도를 정확히 잡아내거나 그 말을 다시 번역하기 위한 기준을 잡기가 수월치 않다. 감정도 편차가 있다고 해야할까? 

흔히하는 어휘를 몇가지 뜻 성분으로 나누어서 분석방법은 비슷한 뜻의 여러 어휘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또 다른 방법으로 원형의미를 기준으로 어휘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잔이라는 의미와 그릇이라는 의미의 경계가 어디인지 뚜렷하지 않지만 느슨하게 혹은 빡빡하게 그 의미를 구별할 수 있다. 

심리명사나 심리동사를 언급한 원형 의미를 통하여 분석하면 특징이 잘 드러난다. 같은 감정이라도 어휘간 거리는 생각외로 멀 수 있고 어휘간 위계나 풍부함은 각 언어마다 다를 수 있다는 등 심리어휘의 다채로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공동 저자가 연구한 독어, 영어, 한국어 세 언어 사이의 심리 어휘들의 차이를 뚜렷이 드러냈다. 

입체적이면서 구체적인 그런 인식은 문학공부나, 단순한 어휘 암기로는 알 수 없는 양질의 정보로서 그 언어들의 차이를 표현하는데 갈증을 느꼈던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더해서 부록이 절반이지만 대부분이 심리어휘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리뷰어는 한글 문장을 101개 유형으로 정리한 부분이 더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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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에릭 카펠리스 엮음, 이형식 옮김 / 까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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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르셀 프루스트 7부(한글 번역 11권, 펭귄판 영어번역본은 6권) 시리즈 소설은 계속 동경의 대상이다. 프랑스어로 된 쉽고 짧은 글들은 읽을 수 있어 한 번쯤 번역되지 않은 글을 봐야지 하고 있지만 작심하고 그 불어 원서를 보기란 멀어 보인다. 대안으로 한글번역과 영문 번역을 뒤적여 왔다. 시간을 들이면 단락만의 의미는 어렵지 않다(프루스트가 의도한 모든 상세함을 음미하지는 않지만 글의 전개에 필요한 요소는 충분히 알아 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글번역과 영문번역 모두 이런 요소는 만족시킨다. 그정도 읽어내면 그 다음이 문제다. 이때 프루스트의 글을 해석하고 주석하고 비평한 쟁쟁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빈틈없이 자신의 글쓰기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기 어렵다.  

보통 여기서 많이 손을 놓는 듯 보인다(실제로 프루스트의 책을 읽은 내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그 너머 내용은 잘 듣지 못했다). 그런데 내 경우는 본래 참을성은 좀 있는 편이지만 하여튼 손을 놓을 생각이 계속 안들었다. 이 근사하고 예쁜 그림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시도해 볼때가 됐구나하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혹시 이 책이 그 책들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주문버튼을 눌렀다. 

그림책은 거의 내 취향이었다. 양장본에 한장한장 빠닥빠닥한 종이질에 표지 그림도 훌륭하고 이 겉표지를 들춰보면 아무 글자 없는 흰색 앞뒤커버가 중간에만 까만 색으로 제목을 박아넣고. 책 어디를 펼처도 한페이지는 그림 한페이지는 소설글귀--원 소설에 나오는 글자의 홍수에 비하면 동네산책같은 구성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앞의 쟁쟁한 전문가들에 비하면 본문 해독에 도움을 주는 그림들이지만 그래도 단락 읽기를 넘어서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 거 같다. 그림이 상징으로 작용했거나 큰 흐름을 설명했다기보다 프루스트의 언어 중 그림을 언급한 부분을 모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의 가치가 제각각이다. 그림을 통해 저자의 미적인 탐구를 일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아니 어쩌면 어떤 그림은 큰 역할을 했겠지만 아무튼 모르면 모르는데로 그 그림은 이러리라하는 짐작으로 작가의 의도를 예측하는 감상법도 큰 흉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예측 후에 확인작업이 병행되면 바람직하겠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시각적인 사유를 하는 독자에게는 한계이면서 동시에 좀 더 색다른 해석을 가질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그림들은 지독히 민속적인 어휘다.   

7부 시리즈를 시도하기위해서는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단락을 읽는 수동적인 독자를 벗어나서 단락을 쓰는 저자를 상상하는 적극적인 독자로 출발해야 한다.  

몇 가지 전략은 있다. 시리즈 전 범위에서 접근해보도록 한다. 7부를 관통하는 접근법을 찾아 봐야 한다. 상투적이지만 프루스트는 미의 수집가였다. 이걸 나침반으로 삼아 각 제목을 시작으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서 얼마전 경향신문 책 소개란에 스노비즘 소책자가 언급되었다. 우리말 번역어인 속물이 무식하고 욕심많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데 비하여 프랑스어 스노비즘은 다소 달랐다--부정적이지 않으면서 지적인 허영심을 향하는 사람들.  

저 속물이 여기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림으로 확인하면서 그런 민속적인 어휘를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글자로 이루어진 어휘를 음미하는 과정과 달리, 함께 엮어넣은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음이 좋다. 사진기 노출계에 맺힌 사진이 아니라 그 시대사람이 뇌안에서 재구성한 일상이라 즐겁다. 그럴만한 그림을 그만큼이나 끌어왔다는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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