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성향 - 중국인의 사유 방식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박희영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자, 안자춘추, 손자병법 모두 개연성있는 글의 구성이라고 볼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여러 글을 별다른 편집과정없이 모아 놓은 인상이 들 정도다.

고대 중국인의 사유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전혀 다르게 이들 글을 읽어낼 수 있다.

 

 

 

 

관자 번역은 여러 전공학자들이, 안자춘추는 임동석, 손자병법은 군사전문가인 김광석이 했는데, 각자 특성이 잘 드러난다. 약간 억지로 갖다 붙이자면, 관자는 여러 사람이 입을 맞춘듯한 정돈된 느낌이 있고, 안자춘추는 수백권을 넘게 번역한 전문가의 노련함이 즐겁게 읽히고, 손자병법은 번역을 넘어 관련된 군사학을 끌어와 풍부하게 설명해주는 장점들이 있다.

여기에 고대 중국인의 사유구조를 수긍하고 이해한다면 보다 입체적인 독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을 프랑스와 쥴리앙의 <사물의 성향>은 잘 짚어준다. 전작 <운행과 창조>에서 동양전통과 서양전통을 비교를 하면서 설명하고 있어 비교하는 글의 특징인 서로의 차이점에는 집중하지만 각각의 정체를 온전히 드러내는 데는 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여기 <사물의 성향>에 그 아쉬운 점을 전부 날려 준다. 프랑스인학자들의 글쓰기는 깊이 있고 독창적인데가 있어 저자의 연구관점이 독자의 궁금증과 맞아 떨어지면, 다른 학자들의 글에 비하여 얻는 바가 무척 큰 거 같고, 이 책도 큰 기쁨을 주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곡자 2012-03-2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물의 성향>은 좋은 책이지만 번역이 엉망이고 매우 자의적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안자춘추 - 한글고전총서 4
임동석 옮김 / 동문선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안자춘추, 제목만 놓고 보면 공자가 지었다는 '춘추'에 대한 또 다른 주석서 일거라싶지만, 공자와 동시대에 제나라 재상으로 활약했던 안자를 중심으로 그의 어록이나 일화, 대화를 모아놓은 다른 쟝르의 책이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인들의 생각방식이 잘 드러나게 표현된 괜찮은 책이다. 제나라 재상으로 실제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 현장 전문가의 과감성이나 시원시원함이 잘 드러나 글이 호쾌하게 잘 읽힌다. 오히려 이론가에 가까운 공자나 지나치게 부국강병에 골몰하는 관자보다 훨씬 박력있고 현실을 직접적으로 잘 품은 인상을 준다. 

한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조금 아쉽지만, 매끄러운 번역으로(학술적으로 좋은지 판단할 능력이 없고, 역자인 임동석은 다작 번역가로 글이 매우 잘 읽혀서 또다른 번역가인 이윤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분은 영문 번역이지만.) 즐겁게 술술 읽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학자들이 구사하는 논증구조와 전략은 그 촘촘함과 설득력으로 참신한 해석을 우리에게 주곤 한다. 논증을 다듬고 학술인들과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논증을 가르친 윌리엄스가 <논증의 탄생>에서 마련해놓은 논증의 설득력을 높히는 여러 방식을 떠올려보면 그 점은 쉽게 수긍이 된다.

 

 

 

 

 

 

 

 

 

 

 

 

 

 

 

하지만 기하학처럼 잘 그려진 논증이 꼭 폭 넓고 참신한 이해만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는 매우 아쉬운 논증글이다.

 

 

 

 

 

 

 

 

 

 

 

 

 

 

 

전국시대와 그 전후에 성립한 글쓰기 형태를 모두 점검하고 어떤 방향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내 눈에는 신통치 않다.

그와는 반대로 피터 볼의 책들은 동아시아 학자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논증을 통하여 당송시대 지식인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설득력있는 참신한 주장으로 논증한다.

 

 

 

 

 

 

 

 

 

 

 

 

 

 

 

 

이처럼 근사한 논증을 볼 수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동아시아 사상과 역사 분야로, 동아시아인들은 잘 볼 수 없는 관점으로 시원하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책도 그렇다.

 

 

 

 

 

 

 

 

 

 

 

 

 

 

 

조선의 유교 수용을 고려 사회에서 유교적 변환을 통하여 개연성 넘치는 참신한 논증을 제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신 고대중국사상 읽기야 말로 또 하나의 첨단분야다. 지난 수십년동안 한바탕 사해와 나그함마디의 발견으로 새롭게 조명된 신학이 기독교 전통에 수많은 활기를 불어 넣어준 것처럼 고대중국사상에 관해서도 여러 분야, 고고학, 의례연구, 천문학연구, 전통적인 연구의 진전과 확장으로 계속해서 활기있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인다.

 

넓게 보면 동아시아 전통 속 고대 중국사상에 대하여, 좁게 보면 우리 전통 속 중국사상에대한 새롭고 폭 넓은, 그리고 근원적인 방향으로 해석이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 우리문화 속 역학, 한의학, 유학, 정치 사상등이 우리 특유의 배경과 문화 속에서 해석되었다가, 여러 학문의 최신 성과를 통해 충실히 이해되고 해석되는 거 같다. 또한 현재가 그만큼 복잡한 해석을 원하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예를 들면, 어떤 면으로 새롭게 편성되는 현재 모계 사회에 고대중국사상이 어떤 의견을 줄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고대중국사상 읽기에 참여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현대 중국인 학자들이 대거 포진한 선진과 진한 시대로 한정해서 유가를 포함한 제자백가들의 새로운 이해

공자가 기여한 역할을 새롭게 보는 시야

공자 이전 시대의 학문

무 전통과 원시 유가와 관계

무 전통과 노장 사상과 관계

그리고 현대 일본인 학자들이 넓혀놓은 고대 중국

정교한 논증 구조가 인상적인 서양인 학자들이 제기하는 인문 전통과 정치 사상 간 교류

 

 

 

 

 

 

 

 

 

 

 

 

 

 

선진과 진한 시대는 아니지만 정교한 서양인 학자들의 논증이 빛나는 책들이 있다. 독자들을 설득시키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고 그런 논증 결과 저자들이 주장하는 해석들이 참신하다고 느껴지는 책들이다.

 

 

 

 

 

 

 

 

 

 

 

 

 

 

 

앞의 책은 당나라 시대 국가의례를 통하여 들여다 본 당나라 시대 정치적 정체성을 논증한다. 당나라 이 전 시대인 한나라와 남북조 시대와 차별되는 당나라 만의 시대적 요구와 집권세력들의 정치사상을 국가의례를 통해서 새롭게 조명한다.

뒷 책은 송대 성리학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흥미로운 의견으로 . 수많은 고대 인문서적과 정치 사상을 넘나드는 광대한 인용이 감탄스럽다. 당부터 북송까지 인문학자와 사상가들의 계보와 경향을 꿰뚫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관점이 좀 다르고, 한나라부터 당나라까지 고대 중국의 조정과 의례를 다루는 작품으로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천공의 옥좌>가 있다. 조정의례를 통해 들여다 본 여러 시대 요구를 절묘하게 세밀하게 그린다.

 

 

 

 

 

 

 

 

 

 

 

 

 

 

 

국가의례를 천문영역. 종교와 관련시켜 보는 국내학자, 김일권의 연구도 있다. 

 

 

 

 

 

 

 

 

 

 

 

 

 

 

 

 

 

단순히 주자역학으로 우리에게 수용된 역학의 광대한 범위. 점서, 의리역, 상수역, 도서역. 우리나라에 전해진 역학은 정이와 주자역학에 한정되어 중국역학 이룩한 여러 성과 중 일부만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역학 이해를 돕는 주역학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김상섭의 주역연구다. 역경이 성립된 주나라 시기부터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된 역학을 꾸준히 소개하고 연구하며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김상섭의 주역들은 고증학전통을 따르고 있는데, 성립한 시대에 가장 충실함이 고증학의 방향이 다. <역경>은 주나라 초기, <주역점법>의 점서로서 해석은 춘추전국시대, <역전>은 전국시대부터 한나라 초까지 성립되었는데 역경 텍스트가 똑같은 글자로 이루어졌음에도 목적과 시대배경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옴을 세밀하게 고증하고 논증한다. 김상섭은 앞으로도 역전해설과 상수역과 도서역에 관련된 책들을 계속해서 낼거라고 포부를 밝혀 기대된다.

 

논어와 공자 연구에서도 고증학 같은 태도들이 보인다. 이택후의 연구는 노장사상 연구로 유명한 유소감의 말대로 재기발랄함이 시선을 잡는다.

 

 

 

 

 

 

 

 

 

 

 

 

 

 

 

일본인 학자들의 공자 연구도 무척 흥미롭다. 특히 한자 기원 연구를 통해 색다른 접근과 해석을 내리는 책이 신선하다. 다만, 지엽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면서 본말이 어색해지면서 전체 그림이 다소 뒤틀린다는 인상이 있다. 가끔 접하는 일본인 학자들의 문체 경향 중 한 면인 것같다.

 

이런 전통 속 중국 불교 읽기. 이런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불교 읽기는 공통되게 소략한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위진남북조, 수, 당, 오대십국, 송, 원까지는 불교 읽기가 전반적인 시대분위기와 당시 지식인층을 읽는데 무척 필요한 일일텐데, 다른 연구와 균형을 맞춰 접근하려는 책은 잘 안보이는 거 같다. 풍우란부터 그런 경향이 있었던 걸 보면, 어제, 오늘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연구들 성과를 보고 있자니 아쉽다.

 

우리 전통속 종교, 불교, 고전 제대로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구 문명의 수사학 전통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에서 시작된 기본틀을 토대로 후대 성과가 담겼다. 시작이 책 읽는 독자를 상대로 하지 않고 연설을 듣는 청자를 상대로 잡았기때문에 청중의 현장반응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 한다.

 

동아시아 수사학 전통은 다르다. 우선 문학과 비문학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문학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들을 제외하면, 남은 글들

 

다양한 글쓰기에 적용할 독서법을 찾기도 만만치 않다. 이 독서법에 정민 교수의 여러 글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그 분석과 깊은 내용 파악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지만, 저자의 입장은 아무래도 문학자의 그것으로 보는 편이 맞다 싶다. 같은 글을 사상가나 학자들이 대할 때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다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고문 독서론과 문장론에 할애한 분량에 비하면 초심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작문 문장론은 거의 찾기 어렵다 . 한문으로 글을 쓰고 싶어하는 혹은 글을 쓰는 저자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적절한 안내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정민 교수의 글은 잘 된 글이 왜 잘 되었는지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말을 풀어내지만(문학작품의 비평처럼), 어떻게 그 글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작문 문장론에서는 초보 저자에게 도움이 되는 언급이 그다지 잘 나오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