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섭의 주역점법연구에는 그 동안 잊혀졌던, 춘추전국시대 점법을 복원한 과정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주역점법은 괘를 얻는 법에 한정되어 있었고, 고대에는 괘를 변화시키는 법까지 포함해서 온전한 점법이라는 점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증거를 풍부히 제시하며 설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 괘의 여섯 효 각각을 구한 결과로 (당연히) 음효(--) 혹은 양효(ㅡ) 가 나오는데, 이들 각각은 노음, 소음; 노양, 소양 으로 그 강도가 구분된다. 여기서 숫자 6, 7, 8, 9를 이용해 노음6, 소양7, 소음8, 노양9 를 대응시키는데, 나는, 이 대응이 무척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숫자들의 대응 양상들도 무척 궁금해졌다. 주역에서는 1부터 10까지 숫자를 사용하고 있어, 나머지 숫자들(1,2,3,4,5,10)이 정말 궁금했다.
<회남자>에는 도교 우주관을 설명한 부분이 제법 있지만 숫자들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궁금증은 계속 진행되었다.
서양에서도 숫자에 관한 상징적 해석이나 신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접했던 수비학 책은, 설명이나 해석이라기 보다, 여러 정보를 단순히 모아 놓은 경우가 많아서 깊은 이해를 얻기는 어려웠다.
분석심리학분야는 무의식의 해석을 다양한 소재를 통해 추구하는데, 거기에 숫자도 있다. 제목만 봐서는 전혀 숫자를 다룰 것 같지 않은 < 융 심리학적 그림해석> 이라는 책 속에 숫자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무척 즐겁게 읽었다. '그림' 속에 미술재료, 미술형식, 색채 외에도 숫자가 포함된 것이다. 주역 숫자의 상징에도 많은 이해를 주었다.
1은 분화되기전(음양으로) 모습, 2는 땅, 3은 하늘, 10은 (어렴풋이) 음양의 조화로 생성된 만물 정도의 해석인 거 같다. 4와 5는 적당한 해석을 주기가, 아직, 어려웠다. 그리고 6, 7, 8, 9 에 할당된 4가지 양상도 왜 그런 할당을 이들 숫자에 줬을까는 좀더 생각해볼 문제인거 같다.
tvn '금요일금요일밤에' 과학수업과 미술수업을 즐겁게 보고 있는데, 김상욱 교수의 지동설 관한 수업에서 동양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뱀 위에 거북이, 그위에 코끼리, 그위에 세계라는 설정을 너무 단순하게 넘기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 이 우주관이 그대로 위 주역숫자에 대응될 수 있다. 뱀이 음양이전의 원초적 형태인 1이고, 거북은 배와 등껍질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각각 네모와 원 형태로, 땅(2)과 하늘(3)을 가리킨다. 네 마리의 코끼리는, 아마도, 6, 7, 8, 9에 해당되는 음양의 네가지 상태에 대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