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종교 행사들 기술은 몇몇 정형화된 틀이 있는거 같다. 그 유명한 제천의례들이나, 법력을 가진 종교인들...실제 종교나 종교를 포함한 실생활에 관한 얘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거 같다. 하지만, 남겨진 문헌과 기록들을 보면 이해가 될만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한정적인 자료들을 가지고는, 성경읽기처럼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는, 지지고 볶고 다해야 겨우 맛이 나는 거 같다. 그런 꼼꼼한 글읽기를 하시는 분 책을 보았다. 신종원의 <신라초기불교사연구>. 신라에 한정하지 않고, 고구려, 백제,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얘기까지 관련된 거 같으면 끌어다가 열심히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 고대의 종교행사 자체의 의미까지 할 수 있는한 정립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우리 종교의 본래 모습 복원과 의미 해석에 열심히셔서 감탄스러웠고, 그 방면으로 다른 책을 내셨나 봤더니, 흥미로운 책이 보였다.
















대왕신앙은 정말 궁금하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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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국방에 대한 우리 상식은, 의외로 얕아 보인다. 큰 피해를 일으켰던 외세침입을 주로, 미흡했던 정부대응과 일부 충신과 명장, 백성들의 희생과 저항을 위주로, 간략하게 인식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러다보니 입체적인 주변정세나 비록 미흡했지만 조선의 대비와 대응이라는 입장에서 정리정돈된 측면들을 잘 보지는 못한거 같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거꾸로 군사측면 말고는 많이 간략화되어 있어서, 시큰둥한 첫인상이었지만, 읽어갈수록 그 기술방식의 묘미를 맛보고 있는 책이 <병서, 조선을 말하다>다.















우리 조선 대비와 준비와 대응들이 병서를 중심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조선 왕들이 처한 군사적 위기와 외세침략, 신하들이나 지방세력과의 경쟁과 견제, 이런 군사 관련 주변 얘기들도 병서 내용과 병서 작성 계기들에 맞춰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군사관련, 여러 그림과 도판이 들어가 있어 안목을 높여준다. 크기가 작아서 조금 아쉽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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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줄리앙 의 책을 새로 접했다. <불가능한 누드>다. 이 책은 <무미예찬> 과 함께 중국미술비평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중국고전도 그렇지만, 중국미술도 오늘날 시선으로 한눈에 그 아름다움을 다 잡기는 쉽지 않은데, 이는 동아시아 문화는 형이상학을 위한 추상영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점을 말로 풀어 적당히 설명해내기는 쉽지 않은데, 우리가 현대한국인이기때문이다. 그래서 당연시하고 익숙하지만, 그 원래 맥락을 모르는 지점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서양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어느정도 추상적인 가치관들을 여러 과정을 통해 수용했고, 동아시아 책읽기 전통도 낯설지 않기 때문에,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면서 익숙한 점들이 많다. 예를 하나 들면 과거나 현대 중국인 저자들의 고전읽기나 인물전기에서 흔히 보게되는, 관련 문헌이나 주석을 거의 빠짐없이 읽어내 해석하고 글을 쓰기때문에 생기는 경향이 그렇다. 필력도 느껴지고 정보도 어느정도 주지만, 뭔가 겉돌고 있는 느낌이 있다. 이런 글쓰기도 나름의 장점과 시선을 갖고 있지만, 우리 현대인이 갖는 의문점이나 의문을 해결해주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양의 문제도 있다. 중국고전과 이를 설명해줄 서양고전에 둘다 정통하고 어느 선까지 능통해야 할 수 있기도 하다. 이 두 문화에 정통하기는, 언듯,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던 사람이 서양고전문화에 진입하는 것이, 서양문화권에 있는 사람이 동아시아 고전문화에 진입하는 것보다 쉬울거 같지만, 서양문화를 동양문화로 설명하기는 정말 어려울거 같다. 정량화하고 계량화하는 객관적 관점은 서양문화의 전통인 거 같다.


<불가능한 누드>는 중국전통미술과 서양전통미술을 '누드'라는 키워드를 놓고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그래서 처음에는 목차가 없는게 아쉬웠지만, 로마문자로 숫자로만 챕터를 해놓은 것이 읽다보면 이해가 간다.

그래서 예를 들면손자병법같은 고전읽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똑같이 동아시아 문화와 서양문화를 대비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읽어 내는 순서가 예상되는 고전읽기와는 다른 미술읽기다.
















서양문화가 누드를 어떻게 중요하게 다루는지를 얘기하면서, 고대중국이 왜 누드에 관심이 없었는지 다 방면으로 보여준다.

3장에서 중국 회화사를 일부 다룬다. 당연히 <중국화론유편>이 계속해서 인용된다.

4장에서 해부학적 지식과 누드 사이의 관련을 다룬다.

5장에서 '형상'에 초점을 맞춘 서양문화를 설명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를 인용한다. 형상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정지'에 집중하게 됨을 얘기한다.

6장에서 사람그리기와 바위그리기를 같은 선상에서 설명하는 중국그림을 언급한다. 형상에 중요한 요소인 경계에 주목하지 않는 중국미술을 설명한다.

...

이런 식으로 서양과 동아시아를 오가면서 설명해낼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그 관련의 깊이를 만들어 낸다. 다 읽고나서도 저자가 못한 얘기들이 당연히 더 있겠구나 생각이 들고, 두 문화의 차이를 어느정도 미술영역에서 설명해냈다는게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랑수아 줄리앵의 책 중 그림에 관련됐을 싶은 다른 책들도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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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흐(Christof Koch)의 신작 <The Feeling of Life Itself> 를 보고 있는 중이다. 이 분의 글에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아서 모을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모았다. 시작은 <의식의 탐구>였고, 여기서 엄청 좋아서 모으기 시작했다.















이 세 권이 <The Feeling of Life Itself>에서도 언급되는 '의식은 경험'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관련된 책이다. 이번 책 서문에서 밝혔듯이, <의식의 탐구>는 저자가 수년간 수업에서 다룬 주제를 가지고 주관적 경험과 관련된 수많은 심리학과 신경학 문헌들을 살펴, 내게 큰 지적인 자극을 주었다. <Consciousness>는 과학적인 성취와 발견을 자신의 자서전같은 톤으로 살폈다. <The Feeling of Life Itself>는 그런 부수적인 것들은 다루지 않고, '의식은 경험'에 주로 초점을 맞춰 논증을 만든다.

<빨강보기>에서 보여준, 의식을 돌아보는 신선한 접근들 중 하나인 현재성 과 어쩌면 통하는 시선이 '의식은 경험'이라는 관점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인간수준의 '의식'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는지, 그 의식의 존재의의 같은 것을 살핀다고 한다.


그외 좀더 본격적인 신경학책도 구해 좀 봤지만, 거의 도움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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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자들의 완고함이나 한계를 오늘날 관점으로 쉽게 지적하는 만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선형적으로 단순화시킨 부분이 많아 보인다. 마치 얇은 국사책에서 단순하게 정리된 어떤 시대 흐름처럼말이다. 조선에서도 중국에서도 선형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현실의 필요성과 당위를 잘 짚어내 줄 방법도 필요하고 전문적인 해석과 안목도 필요하다. 적절히 시작점을 잡고, 어떻게 도착지까지 올 수 있었는지 차분하게 샅샅히 훑어 올라가는 시선이 필요하다. 조선은 성리학이 도입되어 자리잡고 독자적인 조선유학이 나올 때까지, 중국은 도학(성리학)이 성립될때까지 과정을 그런 차분한 방식으로 샅샅이 조사한 책들을 읽고 있다.
















유학이나 성리학이라는 개념속에 너무나 쉽게 한데 뭉뚱그려진 몇몇 차이점들이, 역사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자리잡게 됐는지를 다방면으로 멋들어지게 논증으로 잡아준다.


고려말 조선초 지식인들에게 유학이 도입되어 수용된 과정은, 거의 중국에서 성리학(도학)의 탄생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유학의 여러 입장 중 이미 도학의 입장에서 한차례 걸러진 내용이 조선 지식인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이 도학을 수용한 고려말 조선초 지식인들은 어떤 이들일까? 그리고 이들이 들여오고 수용하고 퍼져나간 유학의 정체와 내용은 무엇이고 어디에 소용이 있었을까? 

유학이 기반하고 채택하는 텍스트들은 있지만, 과거이상사회에 대한 기록에 가깝고, 그 쓸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활전반을 살펴 보아야 한다. 그런 지식인들의 현실적인 맥락하에서, 그들에게 가치있는 지식이나 그들이 무엇을 왜 중요시 했을까에 대한 대답을 찾아야 한다. 몇백년동안 긴 세월 속에서 지식인들의 지적 움직임을 차근차근 쫓아다녀야 그 윤곽을 잡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고대 텍스트들, 공자, 맹자, 주자, 주역 등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것도 알 수 있다. 즉 텍스트 바깥의 현실상황이 이 텍스트들을 좌지우지 한 것이다. 그 후에 스스로 생명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 조선 성리학이 자리잡은 뒤인, 조선 중, 후기 유학자들의 선택과 해석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이 끝나면, 다시 물어 볼 수 있다. 유학자들에게 지식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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