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참전에 열심히 읽었던 김재권의 책들을 다시 읽는 중이다. 


예전에 처음봤을 때는, 물리주의, 수반, 논리학적인 표현 등등 신선하고 신통한 재밌는 개념들을 재밌게 보기도 했고, 아무래도 논리학적인 표현으로 계속 진행되면 꼼꼼하게 못 쫓아가서 멍해지기도 하며 알아지면 알아지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읽었다.

처음보는 논리가 세세하게 어떻게 펼쳐지고 어떤 의미의 어떤 방향으로 논증을 쌓는지 살피느라 실제로 김재권의 심리철학이 얼마나 유효하고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음미하지 못한거 같다.


요새 읽는 <물리주의>, <김재권과 물리주의> 에는 그 해석과 설명들이 충분히 담겨 있다.
















<물리주의>에서는 '거의 충분한 물리주의'에 대한 애정어린 복기로 시작하고, 뒤를 이어 김재권의 물리주의를 흘겨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백미고, 찐이다. 김재권의 물리주의의 한계를 쉽게 지적하고 자신이 옹호하는 심적인 대상을 변호하는 논증들을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모습은 적지 않은 희열도 준다. 그런 와중에 심리철학을 둘러싼 여러 소동과 변천을 곳곳에 소개해서, 약간 옛날 이야기 듣는 기분도 있다.


어쨌든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생각해보게 되는 신체(물질)와 의식(심적인 대상) 간의 관계는, 자신이 깊이 생각해본 부분 말고는 너무 단순히 덮고 넘어가기 쉬워 그만큼 타협이 횡횡하고, 전문가들인 철학자들이나 신경학자들의 심리철학에도 그런 경향을 다소 볼 수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 심리철학이 다루는 내용들을 가리키는 언어도, 일상용어와 혼재되어 그 가리키는 바가 얼마나 되는 건지 희미해지는 이유도 있다.


여러 입장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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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1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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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작가의 ‘빙탕후루‘나 ‘신과 함께‘처럼 민속에 관한 내용을 어느 정도 녹여낸 작품을 기대했지만, 거의 그런 내용은 희박하다. 배경만 따와서 볼만한 순정만화 로 만들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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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인 정신세계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중국인 정신세계에 비하면 그 왜곡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의 대표격이 인도 라는 걸 생각하면, 항간에 도는 인도에 대한 상식들이 어떨지 느낌은 온다.

그동안 모아온 인도에 관한 책들은, 크게 인도불교, 인도철학개론서, 인도논리학개론서, 인도역사, 인도신화개론서 등이다. 힌두교에 관한 책, 가빈 플러드 <힌두교, 사상에서 실천까지>도 있었다. 보통 한권으로 된 종교개론서에서는 보기 힘들만큼 알찼고, 많은 내용을 실어 그 정보의 양과 질로 모두 흡족스러웠다.
















이런 방향의 연구는 몇몇 괜찮은 불교연구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초기불교나 부파불교, 대승불교 의 성립과 발전을 다룬 멋진 불교연구서들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설득당할 만한 내용을 전달한다.

그렇지만, 이들 연구서들로는 고대 인도인의 정신세계를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직까지 정확히 정리되지 않아서,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가르킬 수는 없지만, 이광수의 책에 그 의문들의 해소할 실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에 따르면 종교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종교학'이라는 관점이다. 이는 종교에는 변하지 않는 종교만의 순수 영역이 있다고보는 각 종교의 고유성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다. 은연중에 기독교 전통과 통하는 관점으로, 위 개빈 플러드의 책이나 다른 불교 연구서 들도 고유한 종교 현상이라는 시선을 중심으로 놓고 논증을 쌓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종교사 연구'라는 관점이다. 이는 특정 종교 현상은 특정 시대 역사의 산물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한다. 단순히 종교가 탄생한 시대배경을 기술한다기보다는 종교의 많은 부분을 역사의 진행으로 설명하려는 시선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순수한 기독교, 힌두교, 불교 가 있었고 탄생했다기 보다는 역사적 흐름이 이들을 불렀고, 역사적 진행이 이들이 성장케 했다는 얘기다.

막상 이광수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 종교사연구 관점으로 본, 잘 정돈된 베다이전, 베다시대, 서사시 시대에 대한 개관에 기쁘게 독서를 시작하게 된다. 다른 개관서에서는 순서나 전모를 명확히 알기 어렵던 것들이 깔끔하게 나와있다.

그러나 곧 독서가 진행되면서 이 종교사연구 관점에 일관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외로 역사의 산물로 보는 종교라는 관점이 낯선 영역이고, 그 기술방식이 생각보다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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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의 정기신을 다룬 책들에 많이 인용되기도 했고, 여기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는, 고대 중국의 정신세계를 다룬, 나름 유명한 책들을 정리해본다

처음 이 책들을 접하고 느낀 공통점은, 저자들이 인용한 한의학과 수행 분야 기술들이 어느 정도 진실을 담은 건지 가늠이 되지 않으면서, 읽어도 쌓이는 게 별로 없이 몇몇 인상적인 문구들만 기억에 남는 정도였다. 계속 낯선 지식들이 나열되면서 소화가 안되니까 금새 지루해지기 십상이었다.

이때 필요한 가늠자가, 정우진의 책들이었고, 어느정도 그 책들을 이해한 후로는, 이들 책들은 흥미진진한 대상으로 바꼈다.

 

이 책들 중 맨처음은 뭐니뭐니해도 <기 흐르는 신체>다. 이시다 히데미의 이 책을 갖게된지는 오래 되었지만(대략 10년), 읽고 이해할만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묵혀두던 책이었다. 이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준 문제의식들은, 정우진의 책에도 차용되서 진전된 논의로 보여준 내용들이 많아서 반갑기도 했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점이 흥미롭기도 했다.


그 다음은 <몸으로 본 중국 사상>이다. 이 책은 전설적인 고대 중국 의사들과 그들의 의학을 중심으로 놓고 논의를 펼친다. 그래서 사상사라기보다는 의사중심의 의학사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내단1>이다. 이 책은 중국인 저자들이 흔히 보이는 글쓰기 경향으로 기술되었다. 즉 풍부한 문헌리뷰 중심의 글쓰기다. 이렇게 쓰면,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지만, 깊이있거나 신선한 시선을 담기는 좀 어렵다. 그리고 내단 수행에 대한 명확한 이해보다는 참조문헌에 적힌 내용을 전달하는데 그쳐서, 나름의 판단기준을 갖지 못하면 담긴 내용의 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다음은 <혈자리서당>이다. 본격적인 한의학지식인 혈자리가 너무 낯설어서 도움을 받고 싶어서 구매한 책이지만, 막상 접했을 때는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할 정도였다. 특히 12경맥에 대한 전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정우진, 이시다 히데미 책에서 12경맥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되니까, 이 책에 들인 공이 어떤 영역에서 두드러진 건지 알게되고, 그 맛을 좀 알게 되었다. 쏠쏠한 재미가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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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의 입문유도방식과 다소 다르지만, 최근에 갑골문학문 방법 소개 유투브 방송이 있었다. 국내에서 갑골문 연구자 중 각 글자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가능한 몇 안된다는 전문가의 자전적인 소개와 갑골학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고대문명연구소 정기포럼의 김혁 님의 방송). 2시간 반에 걸쳐 많은 내용을 담은 알찬 방송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포인트는, 갑골문 연구는 근본적으로 갑골문 그대로를 접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뒤시대의 한자와 음과 뜻, 형성방법등과 갑골문이 얼마만큼 다른지를 알 수 있는, 관련 공부에 필요한 책들과 사이트를 소개하고, 준비가 된 다음에 직접 갑골문을 직접 많이 다뤄봐야 한다고 했다.


정우진님의 고대중국정신세계에 대한 연작들도 이와 많이 다르지 않은거 같다. 일반 독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대상과 그 준비과정으로 갖춰야할 소양을 직접 간접으로 소개하고 제시하고 간추려준다.


정우진의 역서와 저서들은 이미 내 페이퍼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지만, 입덕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소개해본다.


정기신이 잘 표현된 문헌은 크게 두 계통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전국시대 진한시대 에 걸쳐 형성된 제자백가와 통합류의 문헌들이다. 노자, 장자, 맹자, 순자, 관자, 회남자, 여씨춘추 등에서 다룬다. 이는 정기신이 유별난 생각이나 사유가 아니고, 고대 중국 정신세계의 공통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의학 분야이다. 거기에 의학과 약간 결이 다른 수행 분야가 추가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의학분야와 철학분야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관점이라니. 이 점이 입덕포인트다. 사상과 의학과 수행 분야를 아우를 수 있고, 그래서 몰랐을 때는 별개의 개별 지식이라고 여겨졌던 대상들을 좀더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때 그 근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토대로 돌아가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정우진님이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런 신선하고 깊은 이해와는 별도로, 뭐니뭐니해도 일반 독자들이 뛰어들 수 있는 대상은 문헌읽기다. 첫번째 계통인, 사상서들을 정기신의 관점으로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다. 일반적인 논픽션 독서방법으로는 잘 읽히지 않는 방면의 이해가 신기하게 생긴다. 정우진의 책중 <양생>이, 사상서들을 정기신의 관점으로 봤을 때 보이는 새로운 이해들이 어떻게, 왜 생기는지 설명한다.
















정기신의 관점이 약할 수 있는, 사상서들의 기존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병행하며 읽으면 새로운 이해가 생길 거 같다.


한의학의 지식들은 의료인이나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이상 그 가치를 분간하기도 무게달기도 어렵다. 자신이 치료하지 않기 때문에 쓰이지 않는 의학지식을, 그것도 현대과학이 아닌 음양오행, 오장육부, 맥, 기 같은 낯선패턴으로 전달되는 지식을 일반독자 입장에서는 접근과 취급 자체가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한의학 지식이 성립된 토대다. 많은 한의학 지식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그때그때 그 성립토대에 비추어 그 적절함을 판단하고 음미할 수는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성립토대를 원하면, 바로 한의학의 원류가 형성되는 시점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중국본토의 발굴문헌에서 그 사정을 알 수 있는 의학문헌들이 출토되어 관련연구가 활발하다고 한다. 그 연구들을 정리하고, 한의학의 성립과 성숙 과정을 점검해놓은 책이 <몸의 연대기>다.
















여기서 더 좁은 범위로 한의학 성립과정을 다루고, 출토문헌을 번역한 책이 <한의학의 봄>이다. 이미 성숙하게 자리잡은 한의학 고전들과는 달리, 성립과정중인 분야의 한문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수행서들의 한문읽기는 사상서들의 한문읽기와 완연히 다르고, 의학서들의 한문과도 다소 다르다.  좀더 배경지식이 더 필요하고, 정기신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원하는 해석과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수행서들은 의학서들과 또다른 결이 있는 영역이다. 정우진의 책으로 <몸의 신전> 즉, '황정경'에 대한 번역이 있다.
















수행에 관한 거의 최초 최고의 경전이 '황정경'이다. 원래 있던 황정경외경과 이를 도교상청파가 도교화한 황정경내경을 합쳐, 정우진님이 배경설명과 함께 번역한 책이다. 내 문헌읽기의 새로운 도전이다!!


정우진은 앞으로 '주역참동계'와 '용호비결' 까지 번역할 계획이 있다고 밝혀, 앞으로 즐거움이 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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