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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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뒷모습은 외로움이다. 그날 저녁 고모의 잠든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고모는 닿을 수 없는 곳을 그리다 상체가 꺾인 나무처럼 쓰러져 잠들었다. 고모의 초저녁잠이 밤잠으로 번지는 걸 지켜보며 ‘반인반목(半人半木)‘을 상상했다. 두 다리와 두 팔이 뿌리와 우듬지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 이곳의 몸과 저곳의 영혼이 싸우는 모습. 그 사이에서 고모는 나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잠은 그가 지닌 가장 취약한 면을 드러낸다. 야멸차게 깊은 잠일수록 그렇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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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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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 나쁜 건 아니지만 나쁜 사람들은 대부분 겁이 많다. 그들의 나쁨을 파헤쳐보면,
그러니까 그 끝의 끝까지 추적해보면 결국 겁이 나타난다. 돈 때문에 나빠진 사람은 가난을 겁내고, 사랑 때문에 나빠진 사람은 이별을 겁내고, 권력을 손에 쥐고 나빠진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걸 겁낸다.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다 나빠진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도 미움을 당할까봐 겁낸다.
루비는 어떤 일에도 겁을 내지 않았다. 루비가 나쁘지않다는 증거를 나는 그런 데서 찾았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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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을 수없이 떠나보내 본 나는 이제 안다.
후회가 덕지덕지 붙은 기억을 떠올릴 바에야 곱창집에서 뜨끈한 곱에 시원한 소주나 한잔하는 게 낫다는 것을 곱씹을 가치가 있는 것은 구남친도 아니고 후회도 아닌 곱뿐이라는 것을!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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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마셔도 계속해서 다음에 마실 술을 찾아내는 마스터처럼,
있는 힘껏 좋아해도 계속해서 그 마음을 받아줄 세계가있다는 걸 알려준 모티처럼,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할 뿐이다. 앞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돌파하진 못해도 발걸음을 되돌리진 말자. 다만 방향을 살짝 바꾸어 벽을 앞으로 끼고서라도 계속해서 걸어보자! 그렇게 걷다가 돌이켜보면, 막다른 길인 줄로만 알았던 지점은 그저 모퉁이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어보자. 그렇게 나를 가로막는 사소한 걱정을 그저 모퉁이 삼아버리자. 나에겐 이미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퉁이, 모티가 있으니까.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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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의 강렬한 액땜 이후 술에 대한 나의 사랑은 꽃의 지하처럼 더욱 깊어졌다. 다쳐보니 무슨일이 있어도 새살은 어떻게든 돋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으니까. 인간은 생각보다 완전하지 않아서 언제든 터질 수도 꿰매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속이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제는 술을 마시러 갈 때 굽이 높은 신을 신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않는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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