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는 동안은 일하지 말아야지
배태랑 지음 / 기록의형태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가 모자라다. 사실 커피만 모자란 게 아니다. 찬장 가득 드립백을 채워놔도 공허한 마음이 달래지지 않는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우울한 날은 나한테 기대를 많이 안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물 마신 게 어디야, 약 먹은 게 어디야.
책상에 앉은 게 어디야, 답장한 게 어디야, 계속 격려를 해야 하루를 살 수 있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 플레이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걸요. - P7

노인들의 부부싸움은 오래된 고무줄 같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절대 끊어지지 않고, 질기고, 우스꽝스러우며 흐느적거린다. 싸움이 끝난 뒤에도 절대 원위치에 탄력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늘어난 자리에 헐겁게 멈춰 있다. 부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닫게 되지만 끝내 그걸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싸움은 며칠 동안 개정과 폐정을 반복하며 꾸준히 이어졌다. - P41

짐을 싸는 일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갈아입을 옷과 책을고르느라 몇 시간째 가방을 열고 닫던 나는 새벽이 되자 그만 피곤해져서 눈에 띄는 것들로 대충 절반을 채워넣고 불을 껐다.
막 잠이 들려고 했을 때 갑자기 며칠 전에 사서 넣어둔 이백 알의 감기약이 떠올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더듬더듬 서랍을 열고 도시락통을 꺼냈다. 어둠 속에서도 알약들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가방을 열고 깊숙한 데다 도시락통을 넣었다. 어쨌든 난 인생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 P45

드라이브가 길어질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꽤나 괜찮은 팀이라는 사실이었다. 어떤 사람과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상대방과 내가 한 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 P72

바람이 불어서 야자수 잎이 휘청휘청 휘날렸다. 내 머리카락이 흩날리자 고모는 그것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야."
고모는 부드럽게 웃었다.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은데 늘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서니까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네가 나를 보러 와준 것처럼 기대 밖의 좋은 일도 있는 거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거고, 고모는 그걸 알기 때문에 세상에 빚진 것이 없어."
"그래서?"
"자유지"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트위터 - 그 애매한 마음들이 남겨놓는 넉넉한 거리가 좋아서 아무튼 시리즈 15
정유민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랜선 캐릭터를 평가하는 시선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그래서 우리는 서로 끊임없이 오해하면서 이해하고 이해하면서 오해한다. - P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