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너는 나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나는 너에게 존댓말밖에 쓰지 못할 때 나는 금방 무력해진다. 순종적인 자세가 되고 만다. 그런 때 존댓말은어떤 내용을 제대로 실어나르지 못한다.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도전적인 아이디어들이 그렇게 한 사람의 머리 안에 갇혀 사라진다. - P282
밥벌이뿐 아니라 사리 분별도 각자 도생해야 하는 시대다.삶의 방향과 의미를 일러주는 타인은 스승이 아니라 내 지갑을 노리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 P278
슬픔을 뽐내는 어떤 사람들은 내 눈에 슬퍼하는 게 아니라 들뜬 것처럼 보이곤 한다.두려워하는 사람은 애도하지 않는다. 애도는 타인을 향하는 마음인데,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의 안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살아야겠다는 욕구가 그를 휘감는다. 나는 2022년 10월29일 서울 한복판에서 있었던 참사를 현정부가 애도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들은 탄핵될까봐 겁에 질렸다. 그래서 추모의 방식을 통제하려 든다. - P214
말하는 이 스스로도 자기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관심이 없다면 그건 개소리다. -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