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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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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브루스 코너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그의 접근을 막는 한 방편으로,
나는 그를 브루스 아저씨라고 부르고 그의 아내 진 코너Jean Connor를 진 이모라고 불렀다. 거리를 둘 이유야 여러가지였지만 그중에저도 우리의 나이 차이를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 내 앞에서 까불거린 예술가의 행동이 어떤 발상에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젊은여자는 만만한 존재라는 생각, 자신이 젊은 여자에게 하는 행동은 기록에 남을 리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 사람의 삶과 예술적 성취를 기록하기 위해서 찾아갔던 내게는 어리둥절하게만 느껴지는 생각이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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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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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은 지구에서 워낙 멀리 있기 때문에,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는 300년이 넘게 걸린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빛이 우리에게 오는 데도 4년이 걸린다. 책은 별과 좀 비슷하다. 독자가 지금 읽는 것은 저자가 오래전에 열중했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가끔은 그저 책을 쓰고, 편집하고, 인쇄하고, 배포하는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도 말이다. 책을 만드는 데 그렇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곧 그 내용이 글쓰기에 앞서 있었던 관심의 잔류물이라는 뜻이다. 1980년 말에 나는 벌써 옛 관심사 대신 새 관심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연, 경관, 젠더, 미국 서부에 대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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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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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일에는 어엿한 인간이 되는 일의 핵심이 담겨 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와 나의 관계는 어떠한지, 내가 선택한 이야기는 무엇이고 선택당한 이야기는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그 바람에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하고 또다른 것들에는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하는지, 이런 문제들을 더 깊게 더 멀리 생각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실제로 써야 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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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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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없는 조각상이었던 여성이 살아 있는 여자로 변한다는 내용의 피그말리온 신화는 사실 그 반대 방향으로 훨씬 더 자주 벌어진다. 온전히 살아 있고 깨어 있고 혼자서도 거뜬히 헤쳐나갈 수있는 여자 앞에 자꾸 그를 그보다 못한 존재로 축소시키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을 글로 씀으로써, 나는 내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고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지도 모르겠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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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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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되어보라는 요구를 그렇게 자주 받으면,
자아 감각이 훼손될 수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시간만큼은 반드시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 나와 같은 꿈을 꾸고 나와 같은 싸움을 싸우는 사람, 나를 알아보는 사람과 함께 해야만 한다. 또 가끔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아야 한다. 타인이 되어보는 시간이 너무 적은 사람에게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상력이 발달하지 못하는데,
자아를 바꿔보고 자아에서 벗어나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입은 상상력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법이다. 상상할 줄 모르게 된다는 것은 힘을 가진 사람이 겪기 쉬운 병 중 하나다. 대부분의 남자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만을 접하는 유년기 초부터 그런 증상을 발전시킨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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