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뒷모습은 외로움이다. 그날 저녁 고모의 잠든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고모는 닿을 수 없는 곳을 그리다 상체가 꺾인 나무처럼 쓰러져 잠들었다. 고모의 초저녁잠이 밤잠으로 번지는 걸 지켜보며 ‘반인반목(半人半木)‘을 상상했다. 두 다리와 두 팔이 뿌리와 우듬지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 이곳의 몸과 저곳의 영혼이 싸우는 모습. 그 사이에서 고모는 나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잠은 그가 지닌 가장 취약한 면을 드러낸다. 야멸차게 깊은 잠일수록 그렇다. -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