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empathy)이란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으로 타인의 현실적 존재를 알아보는 일이며, 바로 이것이 감정이입을 탄생시키는 상상적 도약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감정이입은 시각예술에도 조예가 깊던 한 심리학자가 만들어 낸 용어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데, 1909년 에드워드 티치너가 처음 제안하기 전까지는 ‘공감‘, ‘친절함‘, ‘안쓰러워함‘, ‘정‘, ‘동질감‘ 같은 단어가 그 일반적인 의미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 독일어로는 ‘Einfühlung‘으로 번역되는데, 마치감정 자체가 다가가는 것처럼 ‘들어가 느끼다‘라는 뜻이다. - P286
어머니가 꼈던 결혼반지, 작고 동그란 터키옥이 케이크나 쿠키의 과자 장식처럼 박혀 있던 그 금반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지만, 방한토시는 뜯어지거나 버려졌을 망정, 반지의 금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생명이 없는 것은 죽지도 않는다. 나무로 만든 종이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처럼 살아 있는것으로 만든 것도 몇 세기는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는 닳아 없어진다. 어머니의 양모 정장은 그것을 알고 있거나, 그것을 아꼈던 모든 사람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양모나 실크일 뿐인데도 그렇다. 돌이나 금속, 나무는 훨씬 오래 유지된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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