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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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넨다는 건 허공의 높은 곳에 위태로운 선을 긋고 그만큼 높이, 아주 높이 뛰고 싶다는 마음과 유사했다. 그것은 추락과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 낼 때만 가능한 도약이기도 했다. 한번 거부된 마음을 돌려받은 후 알리스는 겁쟁이가 되었다. 그걸 부정하거나 뛰어넘고 싶은 마음은 다시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좋았다. 그 후에는 누구도 그렇게 높이 뛰어야 할 만큼 좋아지지 않았다. 장대 없이도 넘을 수 있는 높이의 사랑만 했고 떨어져 다치더라도 치명적인 부상으로 남지 않는 연애만 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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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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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번 희생되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아무것도.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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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에 택배상자와 배달 음식을 놓아둬도 아무렇지 않은 이 안전한 도시는, 그렇기에 너무나 많은 이의 시선을 받고 있다. 도무지 기운이 차려지지 않던 주말 점심, 동네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해 놓고 몇 분 가량 현관 앞에 뒀던 게 생각났다. 도시의 현관 앞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상태메시지가 되는 걸까.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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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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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극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라고, 그들은 잘못을 범하기 전에 벌부터 받아 버린 거라고, 어쩌면 벌을 받았기 때문에 잘못을 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받아들인다는 건 그런 것인지 모른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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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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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empathy)이란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으로 타인의 현실적 존재를 알아보는 일이며, 바로 이것이 감정이입을 탄생시키는 상상적 도약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감정이입은 시각예술에도 조예가 깊던 한 심리학자가 만들어 낸 용어다. 이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데, 1909년 에드워드 티치너가 처음 제안하기 전까지는 ‘공감‘, ‘친절함‘, ‘안쓰러워함‘, ‘정‘, ‘동질감‘ 같은 단어가 그 일반적인 의미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 독일어로는 ‘Einfühlung‘으로 번역되는데, 마치감정 자체가 다가가는 것처럼 ‘들어가 느끼다‘라는 뜻이다. - P286

어머니가 꼈던 결혼반지, 작고 동그란 터키옥이 케이크나 쿠키의 과자 장식처럼 박혀 있던 그 금반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지만, 방한토시는 뜯어지거나 버려졌을 망정, 반지의 금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생명이 없는 것은 죽지도 않는다.
나무로 만든 종이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처럼 살아 있는것으로 만든 것도 몇 세기는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는 닳아 없어진다. 어머니의 양모 정장은 그것을 알고 있거나, 그것을 아꼈던 모든 사람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양모나 실크일 뿐인데도 그렇다. 돌이나 금속, 나무는 훨씬 오래 유지된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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