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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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에서 "매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과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그냥 넘어갔을 법한 소개였는데, 드디어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면서 눈에 확 박히더군요. 사실 본 소설이나 지은이와 직접적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한강 작가 생각이 나 괜스레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표제작 [인형의 주인]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하나 둘 인형을 주워 모읍니다. 인형을 주울 때마다 "친구"와 대화를 하지만 그 친구는 왠지 주인공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존재인듯하고, 결국 나중에는 아예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사실 그 친구는 학교처럼 어딘가에서 일정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오랫동안 안 보일 때도 있는 등 불규칙적으로 등장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주인공은 계속 인형을 모읍니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방이나 집의 거실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만 아는 공간에 따로 보관합니다. 즉, 그가 인형을 모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본인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 인형에 관한 뜻밖의 사실이 밝혀지는데...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표제작 외에도 본 책에는 우리 인간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 광기, 공포 등의 어두운 것들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 5편이 더 실려 있습니다.


인간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귀신같은 초자연적 존재처럼 막연한 것보다 매일 같이 만나고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을 할 때가 요즘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가 그런 상황을 조장하고 초래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우리 중 누구도 자신이 그런 상황에 몰렸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리리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평온한 상태에서야 바람직하거나 극단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 말은 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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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머스 : 당신의 브랜드는 좀 더 유명해질 수 있습니다
김유진 지음 / 도서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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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은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지은이가 한 말입니다. 원초적이지만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어려운 말로 포장할 수도, 길게 늘어뜨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했습니다.


고객들에게 자신의 브랜드가 각인되도록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떠올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것만 남겨야 합니다. 본 책에는 바로 그 방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름을 알리는, 고객에게 내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노하우들이 즐비합니다.


지은이도 말하고 있듯, 자신의 사업이나 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단순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놓고 보면, 즉 고객으로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거나 소비할 때 우리는 이것이 나한테 얼마나 좋을지, 어떤 도움을 줄지, 얼마나 행복하게 해줄지 등의 효용만을 생각합니다. 본 책에 담긴 내용을 사실 거의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간과하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대로만 해서는 고객들의 뇌리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브랜드를 만드는 건 우리지만 결국 선택은 고객들의 몫'이라는 지은이의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뇌리에 남아야 합니다.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우리의 상품,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만큼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겠죠.


본 책은 브랜딩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무언가 어려울 것 같고 거창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깨줬습니다. 이는 읽을 이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쓰고 많은 예들을 들어가며 설명한 지은이 덕분일 것입니다.


책에 담긴 아이디어들이 참 기발합니다. 이미 지은이를 통해 브랜딩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만, 나만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자신의 사업이나 가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으신 분들은 물론, 브랜딩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브랜딩에 별 관심 없는 분도 충분히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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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허근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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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본 책을 통해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지은이는 '오키나와, 홋카이도, 오사카, 나라, 교토, 도쿄, 규슈'를 소개하며 각 지역의 특징과 왜 오늘날 그런 모습을 갖게 된 것인지 등 다양한 역사, 유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거기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까지 더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마치 책에 담긴 곳들을 그녀와 함께 여행하는 듯합니다.


1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일본 전역을 다니며 여행객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준 지은이답게 그곳만이 갖는 매력, 그곳 사람들 특유의 정서를 잘 전해줍니다. 우리는 비록 다 같은 사람이지만, 사는 환경, 생각, 가치관 등이 다 다릅니다. 그만큼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나타나겠죠. 여행지의 문화와 정서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그곳이 관광지고 내가 그곳을 찾은 관광객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삶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럴 권리도 자격도 없습니다. 대게는 어렵게 시간을 내 가는 여행인만큼, 그곳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고 간다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문제도 가급적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은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부터 우리를 설레게 만듭니다. 일상을 잠시 잊고 낯선 곳으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만들러 가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막상 여행이 시작되면 이런저런 사건, 사고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펼쳐져 생각보다 험난한 여정이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 여기며 당장 내일 지구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여행을 떠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그토록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지은이의 마음이 담긴 본 책은 많은 분들의 여행을 분명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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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것들의 미학 - 포르노그래피에서 공포 영화까지, 예술 바깥에서의 도발적 사유 서가명강 시리즈 13
이해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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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 미학의 정의입니다. 이는 예술뿐만 아니라 인생, 자연 등에 담긴 미도 그 대상이 된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본 책은 이 중 예술을 그 대상으로 합니다.


지은이는 "위작, 포르노그래피, 나쁜 농담, 공포영화"를 미와 예술의 핵심 문제들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삼았습니다. "예술"이라 칭할 수 있는 영역과 대상은 정말 말 그대로 방대합니다. 그중에서도 본 책에서는 조금은 비주류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예술과 미의 철학에 대해 논할 때 주로 사용되는 대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을 다룹니다. 하지만 이 역시 예술이라 생각할 수 있고 그런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렇기에 이를 통해 미와 예술에 대한 본질, 정의, 표현, 가치 등을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미학"부터 굉장히 낯선 존재인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이 미학에서도 그 대상으로 잘 다루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솔직히 읽는 데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본 책에서 다루는 작품이나 학자들의 논의도 생소한 것이 훨씬 많았죠. 그럼에도 이 시간을 통해 '미학'과 '미학을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바라볼 수 있고, 또 생각해 볼 수 있는가'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보통 '미학'이라고 하면, 그 이름을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소위 '아름다운 것'을 대상으로 학문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 책에서 지은이는 앞서 언급했듯 위작, 포르노그래피, 나쁜 농담, 공포영화 등에 그것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불온한 것들"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들 중에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주류 예술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파고들어 보는 시간이 쉽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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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건물 탐방기 - 노노하라 작품집
노노하라 지음, 김재훈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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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모음집'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학생 때 한 일본 영화인가 드라마를 보고 일본 거리 특유의 느낌과 그것이 주는 감정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보지 못한 곳, 영상으로만 볼 수 있는 곳이었기에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본 책은 그때의 저를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정말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곳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은이의 상상력의 산물이 절대다수지만, 어느 나라의 특정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각 지역마다 그곳만이 줄 수 있는 매력과, 또 같은 곳이어도 계절에 따른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어른 동화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니 어른으로서 순수함을 다시 가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또 그것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요.


멋진 건물은 물론, 그 속 등장인물에 대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살려 설정한 지은이. 이 정도면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하고, 지은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직접 다녀와, 공들여 그리고 기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마치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 세계관을 설명한 안내서를 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미처 몰랐지만 일러스트를 통하니,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이나 소설 같은 글로 가상의 세계를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네요.


'가공의 세계지만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작품'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지은이가 서문에서 말하는데, 본 책이 바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상의 세계인데 현실감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역설적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것이 존재할 때, 더욱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끄는 것 아닐까요?


종종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삶을 잠깐이나마 잊고,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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