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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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의 성(聖) 금요일 하루 전 목요일 밤,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서 있던 단테. 세상의 갖은 악을 마주한 탓에 두려움에 떨던 단테 앞에 그가 평소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단테를 영원의 세계로 안내할 길잡이를 자처합니다. 마침내 금요일 저녁, 두 사람이 지옥 문 앞에 도착하면서 사후 세계 순례가 시작됩니다. 비명, 악취, 그리고 피가 가득한 지옥에서의 사흘을 그린 것이 바로 <신곡 : 지옥편>입니다.


단테는 지옥을 단순히 악에 대한 형벌 대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선택과 책임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표현합니다. 그가 각 지옥에서 만나는 다양한 죄인들은 각자의 삶에서 내린 선택의 결과를 그대로 떠안은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단테는 죄를 지은 그들을 마냥 비난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연민을, 또 때로는 냉철함을 드러내며 우리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단테는 세밀하고 치밀한 구조로 그려낸 지옥을 통해 인간이 왜 죄를 짓는지, 죄가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피할 수 없는 것인지 보여줍니다. 지옥의 장면들은 잔혹하지만, 그 잔혹함은 우리의 어두운 면을 정직하게 비추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단테가 어두운 숲에서 시작했듯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직시하고,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구원으로 향하는 길은 열려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치 단테가 지옥을 묘사하면서도 끝까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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