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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연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1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평점 :
신곡의 두 번째 곡인 <연옥편>은 단테가 지옥을 빠져나온 후 죄를 씻고 천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립니다.
지옥이 절망과 단죄의 세계였다면, 연옥은 회개와 정화, 희망의 세계입니다. 죄를 지었지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영혼들이 정화를 거쳐 천국으로 오르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단테는 여전히 고대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으며 '연옥(정죄)산'을 오릅니다. 이 산은 정화의 정도에 따라 여러 계단식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 층에는 '교만, 시기, 나태, 탐욕, 인색, 분노, 정욕', 즉 인간의 일곱 가지 주요 악(惡)에 해당하는 영혼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옥의 죄인들과 달리, 벌을 통해 정화되고, 자신의 죄를 반성하며 점점 천국에 가까워집니다.
여정의 끝에서 단테는 연옥의 정상, 즉 '지상 낙원'에 도달합니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이상적 사랑이자 신의 은총을 상징하는 베아트리체를 다시 만나며, 이 만남은 영혼의 구원과 신과의 화해를 예고합니다. 그 순간 베르길리우스는 떠나고,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아 천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연옥편>은 <지옥편>과 달리 희망과 변화 가능성의 서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옥이 신의 정의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연옥은 신의 자비와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공간 같습니다.
단테는 연옥을 단순한 형벌의 장소가 아니라, 성숙과 성장의 공간으로 그립니다. 그곳의 영혼들은 고통을 받지만, 그 고통은 처벌이 아니라 정화의 과정입니다.
또한, <연옥편>은 <지옥편>보다 훨씬 온화한 문체와 밝은 시각적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옥의 어둠과 절규가 사라지고, 아침의 빛, 바람, 새소리, 인간의 기도 같은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이미지가 강조됩니다.
<연옥편>은 단테 자신의 영혼이 완성되어 가는 길뿐만 아니라, 우리가 거쳐야 할 내면 구원의 여정을 상징하는듯합니다.